"李정권의 저열한 공작정치"…압수수색 사태에 멀어지는 '대통령~野 회동' [정국 기상대]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입력 2025.09.04 04:10  수정 2025.09.04 04:10

국민의힘, 전방위 '압수수색'에 격앙

對정부 반발 여론 확산…회동 성사 불투명

野 관계자 "특검이 어찌하느냐에 따라 달라"

대통령실 "당황은 이해…탄압 얘기는 서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의원들이 3일 오후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 앞에서 내란 특검의 압수수색에 대비한 무기한 농성과 함께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여야 협치 복원 단초로 평가되는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이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국민의힘을 겨냥한 내란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의 전방위 압수수색이 당내 반발을 키웠기 때문이다. 현재 물밑 조율은 이뤄지고 있지만, 이번 압수수색이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여러 논란을 덮기 위한 '정치공작'이라는 불신이 커진 탓에 회담 성사까진 진통이 예상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원외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협의회 확대운영위원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여야 지도부 회동에 대해 "박준태 당대표 비서실장에게 실무 협의를 전적으로 맡겨둔 상태"라면서 "대통령실 실무 담당자와 박 실장이 실무 협의를 해나가는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서울공항에 도착한 직후, 우상호 정무수석에게 장 대표를 포함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을 즉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장 대표의 '영수회담' 요구와 대통령실의 '여야정 회동' 입장 고수로 잠시 교착 상태에 빠졌지만, 장 대표가 한발 물러서면서 회동 성사 가능성은 커졌다. 여기에 김민석 국무총리의 예방을 계기로 향후 영수회담 가능성까지 점쳐지면서 '화해 모드'가 무르익었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이 오는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UN)총회에 참석하는 만큼, 여야 지도부 회동은 이 사이에 이뤄질 것으로 관측한다. 다만 이는 회동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졌을 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현재 여야는 이 대통령의 회동 제안 당시보다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내란특검팀이 이틀에 걸쳐 국민의힘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에 나섰고, 이를 지켜보는 더불어민주당은 "위헌정당해산 심판 대상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며 도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특검이 본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시도를 중단할 때까지 무기한 농성에 나설 정도로 격앙돼 있다.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를 비롯해 원내대표실, 원내행정국, 추경호·조지연 의원 등 전방위에 걸쳐 압수수색이 벌어졌고, 공교롭게도 전당대회와 연찬회, 최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당의 주요 일정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이 이번 회동을 계기로 협치의 손을 내민 것과 반대로 특검이 압수수색을 벌이자 국민의힘에선 "이재명 정권의 저열한 정치공작과 야당을 향한 무자비한 칼춤을 멈추라"며 불만이 터져나왔다.


내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3일 오전 국회에서 국민의힘 긴급의원총회가 열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장 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정치보복 위법부당 특검 긴급 규탄대회에서 "내란몰이가 아무런 근거 없는 빈껍데기로 밝혀지는 순간, 이재명 정권의 생명도 끝이 날 것"이라며 "이번 조은석 특검의 무도한 압수수색이 결국 이재명 정권의 목숨을 단축하는 그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은 특검이 '국면전환용'으로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는 의심도 하고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추 의원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 시기에 대해 "지난달 29일 발부된 영장을 며칠을 계속 묵혀두었다가 하필이면 딱 말도 안 되는 최 후보자 청문회날 들고 왔다"며 "조은석 특검은 정치적으로 야당 탄압 수사하는 것이고 전날(2일)에는 충분한 전과를 올렸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이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장 대표와 마주 앉아야 하는 민주당은 오히려 도발에 나서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특검의 추 의원에 대한 강제수사 착수를 두고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이 사실로 확인돼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국민의힘은 내란정당이 되고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지난달 27일 오후 국회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신임 대표를 예방해 이재명 대통령이 보낸 취임 축하 난을 전달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결국 정부여당과 야당 간 관계가 경색되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선 회동 성사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협상이 큰 진전이 있는 것도 그렇다고 안 되는 것도 아니고 계속 물밑 협상만 이어가고 있다"며 "특검의 압수수색이 언제 끝나는지가 중요할 것 같은데, 결국 특검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리의 장 대표 예방을 계기로 성사 가능성이 커졌던 '영수회담'도 불투명해졌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분위기에서 여야 영수회담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특검의 무자비한 압수수색을 막는 데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으로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특검의 국민의힘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인해 일정 조율에 난항을 겪는 것은 이해하지만, 배후에 이재명 정부가 있다는 주장은 서운하다고 밝혔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SBS라디오 '뉴스직격'에 출연해 "국민의힘과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기 위해 여야 지도부 회담을 추진하고 있는데, 특검이 갑자기 들어오면서 일정 잡기가 어렵다"며 "원내대표실까지 압수수색 들어오는 것이 당황스러운 것은 이해하지만, 이재명 정권의 탄압이라고 얘기하면 서운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과의 일정은 조율 중이지만, 농성하고 있는 탓에 우리가 날짜를 잡는 것을 재촉할 수도 없어서 서로 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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