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혁신 기업에 돈 대라는데…연체율은 어쩌나[은행카오스③]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5.09.25 07:04  수정 2025.09.25 07:04

규제에 중소기업으로 눈 돌린 은행

3개월 만 반년치 상회 증가세지만

치솟는 중기 연체율에 건전성 우려

"리스크 관리와 상충…은행만 부담"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내세워 금융권의 자금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부동산 담보대출 중심에서 혁신기업·신성장 산업 지원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지만, 현장의 우려도 적지 않다. 데일리안은 [은행카오스] 시리즈를 통해 생산적 금융의 개념과 정책 방향, 그리고 그 파장과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기업대출 중 중소기업 대출의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을 내걸고 혁신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확대를 압박하는 가운데, 은행권이 깊은 딜레마에 빠졌다.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중소기업 대출을 늘렸지만 동시에 연체율도 가파르게 치솟고 있어서다.


성장과 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 막히자 기업으로…석 달 새 5조 넘게 급증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부터 이번달 16일까지 약 3개월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5조3927억원 늘었다.


특히 지날달에 3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매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6개월 동안 1조8172억원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세 배나 웃도는 규모다.


개인사업자 대출 역시 비슷하다. 상반기에는 1조5332억원 감소했지만 7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서 최근까지 1조2247억원이 늘었다.


이러한 현상은 은행들이 강력한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중소기업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발표된 '9.7 대책' 등 추가적인 가계대출 규제가 시행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기업대출로 자금이 쏠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성장 이면에는 가파른 연체율 '벽'

문제는 기업대출 중 중소기업 대출의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74%로, 1년 전보다 0.16%포인트 상승했다.


중소법인 연체율은 0.79%, 개인사업자 연체율은 0.66%로 나타났다. 대기업 연체율(0.14%)과 비교하면 5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기업대출을 확대하라는 정책 방향이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와 상충하는 상황이다.


은행권은 건전성이 담보돼야 지속적인 기업 투자가 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부실 위험을 감수하고 대출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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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은 누가 지나"…은행 내부의 고민

은행권에서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의 책임을 은행에만 떠넘긴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모양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경기도 회복이 느린데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는 것은 상당한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며 "정책적 방향을 따라 무리했다가 부실이 커지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은행과 담당자가 져야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은행에서는 기업 대출 부실이 발생했을 때 담당자에게 엄격한 책임을 묻는 문화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전해진다.


내부 문화가 혁신 기업에 대한 과감한 자금 공급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말 그대로 생산적 금융이 가능하려면 은행에 무조건적인 건전성 책임을 묻는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며 "구조와 문화가 변하지 않는 이상 이러한 정책 방향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생산적 금융의 걸림돌이라는데...“RWA 규제 완화가 정답은 아냐”[은행카오스④]>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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