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 기준이 정답이 아닌 이유 [윤희종의 스윗스팟]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10.24 08:05  수정 2025.10.24 08:34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게티이미지 뱅크

최근 한 온라인 매체는 "전국에 뿌려진 농약 성분(2019~2023년)을 분석한 결과 지난 5년간 국내 골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농약은 살균제이며, 이중 상당수는위해성 우려 등으로 유럽연합(EU)에서 사용을 금지한 품목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잔디 곰팡이병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일부 성분도 내분비계 교란 가능성 등이 있어 골프장 잔류농약 관리가 매우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특히 2023년 기준 클로로탈로닐의 사용량은 31톤에 달하는데이 성분이 환경잔류성이 높아 토양과 수계에 오래 남고 어류와 수생생물에 대한 독성이 강해 인체에 대한 발암 가능성도 제기되기 때문에 EU에서는 환경 독성과 인체 위해성을 이유로 2019년부터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고도 보도했다.


팩트부터 이야기하자면 클로로탈로닐은 농촌진흥청 농약안전정보시스템에 등록된 합법 농약이다. 등록 과정에서 독성평가, 환경영향, 잔류허용기준 등 수년간의 검증을 거친다. 정부는 허가 후에도 주기적으로 재평가를 실시하고 필요시 사용 작물이나 횟수를 제한한다. 즉, 법적으로 관리되는 범위 안에서 안전하게 사용되는 공식 농약이다.


유럽연합은 세계에서도 가장 엄격한 ‘예방적 규제’를 택하는 지역이다. 기후·토양·작물 구조가 다른 한국에 동일한 기준을 단순 적용하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 실제로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주요 농업국은 지금도 클로로탈로닐을 등록 농약으로 안전하게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잔디용으로 등록된 농약이 토양 중에 검출된다고 해도 적법하게 사용되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소지가 전혀 없다. 또 잔류농약은 유독·발암성·생물농축 등의 위험이 있다고 보도하고 있으나 미국 농무부(USDA)의 연구에서는 잔디밭에서 클로로탈로닐의 잔류 반감기가 10일에서 30일 사이로 보고되어 토양오염이나 수질오염과는 무관하다


문제는 ‘공포의 언어’다. ‘발암물질’, ‘유해화학제’ 같은 단어는 클릭을 부르지만 골프장의 명예를 훼손하고 골퍼들의 불안을 키운다. 허가받은 약을 기준대로 쓰는 골프장을 ‘환경 파괴자’로 몰아가는 것은 명백한 왜곡이다.


농약은 위험하기 때문에 관리받는 것이다. 그 관리체계가 작동하고 있다면, 그것은 위험이 아니라 과학의 통제 아래 있는 안전이다. 언론은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 대신 감정을 자극하고, 제도 대신 불안을 확대하는 보도를 반복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골프장과 골퍼 모두에게 돌아온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게티이미지 뱅크

뉴스 검색창에 EU라고 검색해 보면 언론들은 환경 관련 EU의 기준이 절대 선인 것 마냥 덮어놓고 다른 나라나 국내의 기준은 엉터리라는 식의 선동적인 기사를 생산하고 있다. 전 세계가 EU의 기준에 맞추라는 법이 없음에도 EU에서 금지하는데 국내에서 허용하는 것이 있으면 난리법석이다.


언론에서 EU의 엄격한 환경 기준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라 판단한다면 국내법을 충실히 지키면서 경영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체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국회나 정부에 EU의 기준에 맞는 법을 제정하라고 압박하는게 맞다.


우리 언론이 그렇게 떠받드는 EU의 녹색규제에 정작 유럽의 시민사회에서는 녹색반발로 대응하고 있다. 급진적인 친환경 정책에 반대하는 정당들의 지지도가 오르는 추세다. 독일에선 친환경 정책에 중점을 둔 독일 녹색당 지지율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스페인에선 우파로 분류되는 복스당이 EU의 환경정책을 앞장서 공격하고 있다.


또 EU 내에서는 고위험 농약 사용 규제를 강화해오면서 해당 고위험 농약들의 ‘EU 내 사용’은 금지하나 ‘EU 밖’, 특히 제3세계 국가들에 수출되는 것은 사실상 허용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내로남불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EU 국가들 스스로는 세계 속에서 ‘유기농업 실천 모범사례’로서 자리매김하면서 정작 다국적 농화학기업들의 고위험 농약을 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아시아 대륙 내 국가들로 떠넘기는 것이다.


이러한 불편한 진실들에는 침묵하면서 국내법을 준수하며 성실히 경제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골프장뿐만 아니라 기업체들을 비난 선동의 표적으로 삼는 언론의 저의가 심히 우려스럽다.


언론이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무작정 금지하라’는 선동이 아니라 허가·잔류기준·사용조건 등 제도적 검증 사항을 정확히 전달하고, 합법 사용이 왜 가능한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허가된 농약이 무조건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허가라는 제도적 검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숨기지 말아야 한다. 허가 체계마저 무시한 채 공포만을 부각하는 보도는 자칫하면 산업을 파괴시킬수도 있다


정확한 팩트를 바탕으로 보도할 책임이 언론에 있다면, 합법 농약을 독극물로 포장하는 지금의 행태야말로 진짜 유해하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글 / 윤희종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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