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포기 여론 '적절 29%'·'부적절 48%'
'대장동 파장'에 李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與지도부, 강경발언 자제·李 외교 뒷받침
정청래 "딴지일보=민심척도" 발언 변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치검사 규탄한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포기 사태 이후 불거진 집단 반발에 국정조사를 단독으로 밀어붙일 태세를 갖추던 더불어민주당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외교 일정 때마다 불거진 당 차원의 논란이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잠식했다는 지적을 의식해 돌발 변수를 미리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청래 대표가 초선 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유튜버 김어준 씨가 만든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규정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을 샀다. 이후 열흘 만에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김 씨와 협업해 유튜버로 데뷔하면서 여권발(發) 이슈가 재차 이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집어 삼킬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관측이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그간 검찰을 향한 징계와 국정조사 추진에 대한 강경 발언을 중단한 대신 이 대통령의 외교 성과 띄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대장동 항소포기에 반발하는 일선 검사들을 향해 '어디 한번 해보자'며 사생결단을 예고했던 김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선 한미 관세협상 후속 조치와 관련해 국회가 답해야 한다고 했을 뿐이다.
정 대표도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글로벌 무역·통상 전쟁 속에서도 실용을 챙겼고 멈춰있던 셔틀 외교를 복원했다"며 "참 자랑스럽다. 이번 일정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길 바라며 민주당도 든든히 뒷받침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전날 이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아프리카·중동 순방에 나선 직후다.
최근까지 민주당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포기를 계기로 불거진 검찰 내부 반발을 '집단 항명'으로 규정하고 파상공세를 가해왔다. 또 검사징계법을 사실상 당론으로 추진하고, 항소포기에 반발한 검사장들에 대한 평검사 강등까지 거론하고 있다. 나아가 검찰의 조작기소·수사, 집단 항명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까지 언급하며 강경 기조를 이어갔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영부인 김혜경 여사가 17일 오후 아부다비 왕실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 대통령 순방길 마다 터져 나오는 민주당발(發) 논란에 대통령 외교 성과를 집어 삼키며 '당정 엇박자' 논란이 지속됐고, 항소포기 사태 이후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자 여당이 출구 모색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지난 11~13일 한국갤럽이 무선 100%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48%가 항소포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해 '적절하다'(29%)는 응답을 크게 앞섰다.
이후 지난 13~14일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무선 ARS 100%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54.5%로 집계됐다. 이는 10월 4주 51.2%에서 10월 5주(53.0%), 11월 1주(56.7%)까지 2주 연속 상승하다 3주 만에 떨어진 수치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민주당은 이같은 지지율 하락과 항소포기 사태에 대한 부정여론 확산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전날 고위전략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순방) 나갈 때마다 꼭 여기서 이상한 얘기해서 성과가 묻히고, 이런 경우는 앞으로는 없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딴지일보가 민심의 척도"라는 정 대표의 과거 발언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된 것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딴지일보는 친(親)민주당 성향의 유튜버 김어준 씨가 1998년 창간한 인터넷 패러디 신문 겸 정치 커뮤니티다. 초기에는 성인용품 판매와 함께 정치를 풍자하는 곳이었다.
아울러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정 대표의 "대중 정치인이라면 SNS를 끼고 살아야 한다"고 발언한 지 열흘여 만에 김 씨와 협력해 유튜버로 데뷔한 것도 이 대통령 지지층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장면이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지난 6월 인천 영종도에서 열린 행사에서 김 씨에게 "야! 김어준 동생. 형님이라고 불러봐"라고 했고, 김 씨는 한동안 폭소를 터뜨린 뒤 "형님!"이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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