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與 의혹 특검 수사, 편파 넘어서 균형도 무너졌다 [기자수첩-사회]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5.12.12 07:00  수정 2025.12.12 07:00

민주당 금품 진술 묵혀둔 특검의 지연 처리… 수사 형평성 흔들렸다는 지적 확산

사건번호 부여까지 이어진 장기 공백… 공소시효 압박 속 특검 대응력 의문 제기

여야 사건 다루는 기준선 불투명… 특검 판단 근거 공개 요구 더욱 거세지는 상황

신빙성 논란만 앞세운 소극적 접근… 진상 규명 의지 자체 흐려졌다는 비판 부상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연합뉴스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최근 행보는 언론과 국민이 수사에 기대하는 가장 기본적인 덕목, 즉 중립성과 시의성을 스스로 훼손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현직 의원들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취지의 진술을 특검이 8월에 확보했음에도 사건 처리가 수개월간 미뤄졌고 뒤늦게 이첩하는 과정에서도 설명은 충분치 않았다. 이 과정은 선택적 편파 수사라는 비판을 자초할 만한 사정을 남겼다.


수사권을 부여받은 기관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의혹이 제기되면 즉시 진위를 가리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과 관련된 사안은 공소시효·증거 보전 문제 때문에 더더욱 시간이 생명이다. 그런데 특검은 8월 진술 확보 이후에도 별다른 형사절차로 진전시키지 않았고 사건번호 부여와 외부 이첩이 한참 뒤에야 이뤄졌다. 이로 인해 공소시효 만료 우려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런 맥락에서 '왜 즉시 이첩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은 합리적이다.


특검은 내사 내용이 '인적·물적·시간적 범위'에서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특검의 판단은 일차적으로 법리에 따라 이뤄져야 하지만 같은 사안에서 특검이 어느 선에서 개입했고 어느 선에서 관망했는지는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불투명한 기준은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결국 수사의 정당성을 깎아내린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자료의 무게와 처리 속도의 불일치다. 윤씨는 법정에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현금과 명품 시계를 전달했다고 증언했고 통일교 내부 문건 일부에도 관련 정황이 포착됐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런 정황이 보도되는 상황에서 특검이 신빙성이 낮다는 이유 만으로 수사 문턱을 높여두었다면 그 판단의 합리성은 재검토돼야 한다. 증거수집과 추가 확인을 위해 즉각적인 보완조사가 가능했는지 혹은 다른 수사기관과의 협업은 왜 지체되었는지 설명해야 한다.


이 사안은 단순히 한 사건의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을 넘어선다. 수사기관이 처한 정치적 환경과 기관 내부의 판단이 어떻게 공적 신뢰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검증하는 계기다. 특검의 일관성 있는 설명이 없으면 여당에는 엄격하고 야당에는 관대하다는 프레임이 정치 쟁점으로 비화될 수밖에 없다.


특검은 이번 사안의 사실관계와 판단 근거를 투명하고 더욱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어떤 기준으로 비수사 대상이라 결론냈는지, 진술의 신빙성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왜 즉시 이첩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구체적 서술이 필요하다. 또한 관련 의혹이 공소시효 등으로 실효될 위험이 있다면 수사기관 간 협조를 통해 신속히 증거보전·수사개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 공정하면 할수록 정치적 의심은 줄어든다. 특검은 스스로 규정한 정치적 중립의무를 되새기며 지금이라도 절차적 결함을 보완하고 진상을 규명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수사의 목적이자 국민이 바라는 최소한의 준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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