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위장 프리랜서’ 216명 근로자 인정…노동부, 직접고용 지시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입력 2026.01.20 12:00  수정 2026.01.20 12:00

실질적 ‘사용종속관계’ 판단 핵심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뉴시스

방송업계에서 관행적으로 ‘프리랜서’ 계약을 맺어온 인력들이 실제로는 방송사의 구체적인 지휘와 감독을 받는 노동자라는 정부의 판단이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등 주요 방송사 6곳에 대해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프리랜서 종사자 216명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직접고용 등 고용구조 개선을 지시했다고 20일 밝혔다.


노동부는 지난해 7월 말부터 12월 말까지 KBS와 SBS 등 지상파 2개사와 채널A, JTBC, TV조선, MBN 등 종합편성채널 4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방송업계 인력 운용 관행 개선을 위한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독은 새 정부 출범 직후 방송업계 시사·보도본부 내 프리랜서 직종의 노동권 보호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됐다.


지상파 PD·FD 등 85명 근로자성 확인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시사·보도본부 내 주요 직종을 대상으로 개별 면담과 업무 체계 검토가 이뤄졌다.


감독 결과 KBS는 프리랜서 212명 중 7개 직종 58명, SBS는 175명 중 2개 직종 27명의 근로자성이 인정됐다.


이들은 형식적으로는 방송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프리랜서 신분이었으나, 실제로는 메인 PD 등으로부터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업무 지시를 받으며 정규직 근로자들과 상시적으로 협업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동일한 직종이라도 구체적인 근무 형태에 따라 근로자성 판단이 갈렸다.


컴퓨터그래픽(CG) 직종의 경우, KBS는 근무 시간과 장소가 고정돼 있고 매월 고정급을 지급받아 근로자로 인정됐으나, SBS는 작업 건당 보수를 받고 근무 장소에 제약이 없다는 점이 참작돼 근로자성이 부정됐다. 이는 명칭보다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가 판단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아울러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막내 작가에 대한 부당 대우도 확인됐다.


2021년 감독 이후 방송지원직이라는 별도 직렬을 신설해 근로계약을 체결해온 흐름 속에서도, KBS는 일부 막내 작가 6명을 여전히 프리랜서로 채용하고 있었다.


KBS는 편집 및 뉴스 준비 업무를 수행하는 기간제 노동자 22명에게 복리후생비 167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도 적발돼 시정 지시를 받았다. 익명 설문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등 불합리한 조직문화도 포착돼 조직문화 개선 지침 제정 등이 권고됐다.


종편 4사 131명도 근로계약 체결


종합편성채널 4개사는 감독 착수 전 사전 간담회를 통해 자율 개선 계획을 수립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감독 결과 채널A, TV조선, JTBC, MBN 등 4개사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276명 중 131명이 근로자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들은 업무 성격과 지휘 주체에 따라 본사 직접 고용, 자회사 고용, 파견 계약 등의 형태로 오는 31일까지 정식 근로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노동부는 근로자로 인정된 종사자들에 대해 2년 이상 근무자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지도한다. 전환 과정에서 기존보다 근로조건이 저하되지 않도록 관리할 방침이다.


또 방송사들이 수립한 자체 조직문화 개선 지침의 이행 여부도 주기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노동부는 이번 감독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사후 관리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같은 조치로 올해 말에는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추가 감독을 실시한다. 동일한 법 위반 사항이 재적발될 경우 즉시 사법 처리하는 등 엄정 조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해 방송사 재허가 요건에 비정규직 처우 개선 내용을 반영하고, 방송업계 사회적 대화 기구를 구성해 인력 구조 문제의 근본적인 대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OTT와 뉴미디어의 성장 등 환경 변화 속에서 유연한 인력 운용이라는 명목하에 프리랜서 제도가 오남용된 측면이 크다”며 “이번 감독을 계기로 방송업계의 불합리한 관행을 근절하고 인력 구조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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