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5000·李대통령 회견 다음날
기습 합당 제안…당 의견 수렴 생략
"본인 연임 염두한 포석" 볼멘소리
친문세력 모아 입지공고화 나서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조국혁신당에 합당을 제안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에 합당을 제안했다. 전날 저녁 두 대표가 비공식으로 합의한 결과지만, 민주당 지도부 의견까지 건너뛴 '기습 합당' 제안에 내부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청와대와의 교감도 불분명할 정도로 사전 의견 수렴 과정이 생략된 탓인데, 당내에서는 정청래 대표가 차기 당권 연임을 노린 외연확장 포석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정청래 대표는 22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정부 출범을 위한 대선을 같이 치렀던 만큼, 이번 6·3 지방선거도 같이 치르자. 우리와 합치자"고 합당을 제안했다. 이날은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코스피 5000시대'가 달성된 날이자, 이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있은 다음 날이다.
정 대표의 공개 제안 직후 조 대표는 "어제 늦은 오후 (정 대표의) 발표 내용을 전달받고 숙고했다"며 "국민의 마음과 뜻이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 논의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혁신당 관계자는 "이번주 호남 현장 일정을 마무리하고 다음 주쯤 당내 의원 및 당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작년 11월 26일 오전 국회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후 민주당은 국회에서 정책의원총회를 열었다.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법 등 검찰개혁 법안 내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였으나, 정 대표의 합당 제안이 의제로 오르며 일순간 혼란을 겪었다. 대부분 당내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정 대표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데 대한 '절차상의 문제'와 '차기 당권 연임 포석' 등이 입방아에 올랐다.
강득구 최고위원은 "오늘 오전 9시30분 (비공개)최고위원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합당 제안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오늘 회의는 당대표의 독단적 결정 사안을 전달받은 일방적 통보의 자리였다"며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최고위원회의를 거수기로 만들고, 대표의 결정에 동의만 요구하는 방식은 결코 민주적인 당 운영이 아니고 동의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황명선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최고위원들마저 오늘 아침 갑작스레 소집된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통합 소식을 처음 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추진 과정의 문제가 드러난다"며 "'당원이 주인인 정당'을 내세워 1인 1표제를 추진하면서, 정작 당의 중대한 의사결정에서 당원을 배제하는 것은 명백한 자기모순"이라고 일침을 놨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그간 전망 선에서 머무르던 '연임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의구심도 구체화되는 모양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의 합당 추진은 전략적 실익조차 불분명한 반면, 당내 혼란과 중도층 이탈 등 정치적 부담만 키울 우려가 크다"며 "이번 합당 제안이 당의 미래보다는 당대표 개인의 정치 일정, 특히 연임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선 정 대표가 여론조사마다 한 자릿수 지지율이 고착된 혁신당의 표를 흡수해 당권 연임은 물론, 23대 총선 공천권까지 일시에 거머쥐기 위한 '외연확장'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조 대표가 대표적 친문(친문재인) 인사로 꼽힘에 따라 이들을 규합해 정 대표 입지 공고화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실제 당내 친문계로 꼽히는 의원들은 합당 제안에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의원은 "그 누구도 인지하지 못한 합당 제안은 정 대표가 혁신당 표를 떨어진 밀알 줍기식으로 흡수해 자기 세력을 다져놓겠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며 "정부 출범 1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 더군다나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신년 기자회견을 한 다음날 모든 이슈를 다 집어 삼킬 정도로 합당 제안이 급했던 건지 당최 이해불가"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친명계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비서였던 모경종 의원은 페이스북에 "합당은 당내 구성원들의 의사를 확인하고 진행돼야 한다. 혁신당의 대답보다 당 내부의 대답을 먼저 들어달라"고 했다. 한준호 의원도 "혁신당과 합당은 당원에게 충분한 설명, 숙의 과정과 동의가 필요하다. 우리 더불어민주당은 당원주권 정당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김용민 의원도 "선거승리를 위해 합당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절차 무시를 정당화하지 않는다"며 "공개제안하기 전 당원들의 공감대나 합당 요구가 컸거나, 아니면 적어도 구성원의 의견을 확인하는 과정은 거쳤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민주당 의원들 대부분은 이날 정 대표의 긴급 기자회견 발표를 보고서야 합당 제안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의 소통이 불분명했다는 점도 비판의 한 축이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지난 19일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 만찬 때 합당 이야기가 있었느냐'라는 질문에 "아니다"라면서도 "(합당에 대해) 사전에 당대표 연락은 받았다"고 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합당 제안 발표) 직전에 홍 수석에 고지했다는 것이지 이재명 대통령을 언급한 바 없다"고 수습에 나섰다.
정 대표는 이번 발표 이후 '반대 의견이 나온다'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 '청와대랑 얘기가 됐느냐'는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민주당 일부 지지자들은 이날과 오는 24일 오후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정 대표의 독단적 합당제안을 비판하는 취지로 사퇴 촉구 집회를 연다고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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