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규범 적응력 확보 위해선 어느 정도 추상적 입법 불가피"
김상환·김복형 재판관, 반대의견 표명…"죄형법정주의 위반"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데일리안DB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하는 고용차별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하도록 한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촉진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헌재)의 결정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29일 한 은행 인사·채용 담당자들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23조의3 제2항에 대해 재판관 7명의 찬성 및 2명의 반대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모집·채용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한 사업주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앞서 청구인들은 지난 2013년·2016년 신입사원 모집 과정에서 지원자의 연령이 자체 기준을 넘기면 서류 전형에서 배제하고, 기준을 충족한 지원자들에 대해서도 연령별 차등 기준에 따라 점수를 부여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다.
이들은 항소심 과정이 진행되던 중 해당 조항의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 부분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헌재는 해당 조항들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및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고령자고용법 조항에서 사용된 '합리적인 이유'의 사전적 의미는 '어떠한 결론이나 결과에 이른 근거가 이론이나 이치에 합당한 것'을 의미한다"며 "'연령을 이유로 차별'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 살아온 햇수에 따라 등급이나 수준 따위의 차이를 두어서 구별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어 "고령자고용법 조항은 사업주가 모집·채용에 있어 자신의 행위를 결정해 나가기에 충분한 기준이 되고 집행자의 자의적 법집행을 배제할 수 있는 정도의 의미 내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법 규범의 적응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일반·추상적인 내용의 입법이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도 설명했다.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고령자고용법 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고용의 영역에서 차별 금지 및 실질적인 균등 기회 부여라는 공익은 매우 중대하므로,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며 "고령자고용법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계약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상환·김복형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통해 "구성요건의 불명확성 자체만으로도 사업주가 계약의 자유의 일환으로서 근로계약의 상대방을 원하는 기준과 방식대로 정할 자유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적지 않을 수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령자고용법 조항은 형벌규정으로서 국민에게 명확한 행위 기준 혹은 지침을 제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법집행기관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넓은 재량 여지를 부여하고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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