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설탕 부담금 공론화
원인자가 부담하는 ‘부담금’
특정 목적에만 쓰는 ‘꼬리표 재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와 지방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민간으로부터 재원을 조달하는 방식은 세금(조세)과 부담금으로 구분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설탕세'라는 용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부담금'을 강조한 근거는 두 제도의 법적 근거와 재원 운용 방식의 차이에 있다.
세금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일반적인 재정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국민에게 부과하는 보편적 납세 의무다. 납세자가 국가로부터 직접적인 개별 보상을 기대하지 않는 '비대가성'이 핵심이다.
징수된 세금은 국고(일반회계)로 편입돼 국방, 치안, 교육 등 국가 운영 전반에 사용된다. 즉, 세금은 사용처가 미리 정해져 있지 않은 재원이다. 세금은 예산 편성과 심의 과정을 통해 국가의 보편적 살림살이에 쓰인다.
반면, 부담금은 특정 공익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집단에만 부과하는 특별 재원이다. 헌법재판소 판례에 따르면 부담금은 공적 과제에 대해 특별한 책임이 있는 집단에 부과돼야 한다. 부담금으로 걷은 수익이 다시 해당 집단에 돌아가는 구조적 연관성이 필수다.
세금이 전 국민의 '공평한 부담'을 원칙으로 한다면, 부담금은 원인 제공자나 수혜자가 비용을 치르는 ‘원인자·수익자 부담 원칙’을 기본으로 한다. 또한 부담금은 일반회계와 분리된 특별회계나 기금으로 관리돼 법적으로 규정된 특정 목적에만 사용되는 '꼬리표 붙은 재원'이라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다.
한 갑에 73.8%가 공과금…담배에 투영된 조세와 부담금
서울역 인근에 마련된 흡연구역 모습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세금과 부담금이 결합된 대표적인 품목은 ‘담배’다. 현재 4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 부과되는 세금과 부담금 총액은 3323원으로, 전체 가격의 73.8%가 공적 재원으로 편입된다.
조세 항목을 세분화하면 담배소비세 1007원, 개별소비세 594원, 지방교육세 443원, 부가가치세 409원이 부과된다. 이들은 지방자치단체의 교육 환경 개선이나 국가의 일반 행정비로 사용되는 보편적 조세다.
이와 대비되는 항목이 국민건강증진부담금(841원)과 폐기물 부담금(24원), 연초생산안정화기금(5원)이다. 특히 건강증진부담금은 국민건강증진법 제25조에 의거해 오직 금연 교육, 비전염성 질환 예방, 지역 보건소 지원, 공공보건의료 시설 확충 등 보건 사업에만 한정 사용된다.
이 대통령이 설탕 부담금 재원을 지역·공공 의료 강화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것은 바로 이 목적성이 뚜렷한 재원 운용 모델을 차용한 정책 설계다.
‘징벌’ 아닌 ‘행동 변화’…유도적 성격의 부담금
부담금은 재원 확보 외에도 경제 주체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유도적 기능을 가진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른 장애인고용부담금이 대표적이다. 상시 100인 이상 고용 사업주 중 법정 의무고용률(국가·지자체·공공기관 3.8%, 민간 3.1%)에 미달한 사업주에게 부과되는 이 제도는 단순한 세수 확보가 목적이 아니다.
장애인고용부담금은 기업이 경제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장애인을 직접 고용하도록 유도한다. 징수된 금액은 고용노동부의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기금으로 편입된다. 정부는 이 재원으로 장애인 고용 기업에 대한 장려금 지급이나 직업 재활 서비스 투자에 사용된다.
이같은 부담금은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지 않은 주체에게 비용을 물려 그 재원을 의무 이행 지원에 사용하는 구조다. 설탕 부담금 논의 역시 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자가 저당 제품을 선택하게 하거나 제조사가 레시피를 자발적으로 변경하도록 유도하는 행동 교정의 기제로 작동한다.
공익목적 사용 특징…‘그림자 세금’ 논란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쇼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전력산업기반기금부담금도 부담금의 운용 원리와 국민 체감도를 나타내는 주요 항목이다. 지난해 7월부터 국민이 납부하는 전기요금의 2.7%는 별도의 기금으로 관리된다.
이 재원은 일반 국고로 환수되지 않으며 전기사업법 시행령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보급 지원, 도서·벽지 전력 공급, 전력 기술 연구 개발 등 공익적 목적으로만 사용된다. 설탕 소비로 발생하는 만성질환 대응 비용을 사회적으로 분담하고 그 혜택을 의료 서비스로 환원한다는 정부의 구상은 이 수익자 부담 원칙에 근거한다.
다만 부담금은 조세와 달리 국회의 예산 심의와 같은 엄격한 통제를 덜 받는다는 점에서 ‘그림자 세금’이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헌법재판소는 부담금이 조세로 전환돼 국가의 일반적 재정 수요를 충당하는 수단으로 남용되는 것을 경계하며, 부과 대상과 사용처 사이의 ‘밀접한 관련성’을 요구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담금은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반 납세자가 아닌 원인자에게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구조”라며 “조세 법률주의에 따라 법적 근거가 명확해야 함은 물론, 부과의 목적과 사용처 간의 상관관계가 직관적으로 납득 가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특히 설탕 부담금 논의와 관련해 “단순히 지역 의료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특정 품목에 부담금을 물린다면 납세자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당뇨 예방 캠페인이나 당 섭취로 인한 질환 치료 등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범위로 사용처를 구체화하고, 과세 대상을 정교하게 타겟팅해야 정책적 실효성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교정적 수단’으로의 부담금...글로벌 경제 뉴노멀[세와 부담금③]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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