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특검추천 논란에 사과했지만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반청계 '격양'
'친청' 이성윤 사퇴 요구 '분출'…
최고위 의결 주도권 확보 나선 듯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를 맞았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로 곤혹을 치르던 상황에서 '쌍방울 변호인' 2차 종합특검 추천 논란으로 청와대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이 논란 모두 이재명 대통령 견제 의심으로 확산되는 탓에 당내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욱이 '반청'(반정청래)계 일부에선 정 대표 입지를 축소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 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불법 대북송금 사건' 관련 재판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변호를 맡았던 전준철 변호사를 2차 종합특검 후보자로 추천한 것에 대해 "당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의 최종 책임은 당대표인 내게 있다"고 사과했다.
다만 인사검증 실패에 따라 전 변호사를 추천했다는 점만 명확히 한 채, '추천에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소위 '명청'(이재명·정청래) 갈등 의혹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에 누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 대통령은 2차 종합특검 후보자로 민주당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자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이번 추천 논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전 변호사가 김 전 회장 측 변호를 맡은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수억원의 뇌물을 받고 대북송금 의혹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지난해 6월 징역 7년 8개월을 확정받았다. 여기서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김 전 회장의 진술이며, 이 전 부지사 판결은 향후 이 대통령 재판에도 큰 영향을 미칠 사안으로 평가된다.
그러다 보니, 당시 민주당에선 김 전 회장이 불법 도박장·사채업 운영을 비롯해 불법 대부업체를 운영한 '건달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그의 진술을 신뢰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대통령 역시 민주당 당대표 시절 "조폭 출신으로 도박장 개설했다가 처벌받고 불법 대부업 운영하다가 처벌받은 부도덕한 사업가의 말이 맞겠느냐"라고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전 변호사를 특검으로 추천한 이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전 변호사의 변론 담당 부분은 쌍방울 측 임직원들의 횡령·배임에 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전 회장 사건을 직접적으로 맡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지만, 당내에선 이 대통령과 쌍방울 간 악연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면 조심해야 했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특검 추천 논란은 이 최고위원보단 정 대표 책임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최고위원이 '친청'(친정청래)계인 탓에 명청 갈등의 연장선이라는 관측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정 대표가 '자기 정치'를 펼치다 청와대와 엇박자가 발생했다는 논란이 불거졌지만, 이 대통령 부담으로 연결되는 사안이라 당내에선 선을 그어 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차 특검 추천 논란과 관련한 사과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혁신당과의 합당 추진이 정 대표의 연임 포석이라는 의심과 함께 부상한 '조국 대권론', 여기에 이 대통령이 불쾌감을 느낀 특검 후보 추천까지 불거지자,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정 대표가 참석한 최고위원회의에서 "제2의 체포동의안 가결 시도와 다름없다"고 직격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당대표였던 지난 2023년 제1야당 대표로서 처음으로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민주당에서 최소 29명이 찬성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이른바 '비명'(비이재명)계 반란으로 평가된 사태다. 이 최고위원은 사실상 '친청계'가 이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해 나선 것과 같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히 '인사 검증' 실패로 볼 수 있는 사안임에도 논란이 확산되는 것은 현재 정 대표의 리더십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 대표의 당내 입지는 '혁신당 합당 제안' 전후로 나뉜다. 앞서 '1인1표제' 강행으로 비당권파의 견제가 심심찮게 벌어졌지만, 조직적인 반발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러나 독단적 결정으로 합당 제안을 공식화하면서 당 운영에 불만이 터져 나왔고, 비당권파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그러자 정 대표가 소위 '딴마음'을 먹고 있다는 의심과 함께, 제1여당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난 8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선 '당·정·청 원팀 정신'을 강조한 정 대표와 달리,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회 입법 속도전'이 부족하다는 취지의 지적을 쏟아내는 상황이 연출됐다.
박홍근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지도부가 기본적인 당무라도 집중해야 하는데, 딴마음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지금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 않으냐"라면서 "이제는 지도부가 이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가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 혼자 밤잠 못 자면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우리가 뒷받침해도 부족할 형편에 합당 문제에 이어서 특검 추천 문제까지, 내부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으로 하면 뒷받침이 되겠느냐"라고 했다.
당내에선 아직 '당대표 사퇴론'까진 불거지지 않았지만, 정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당내 따르면 지난 8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선 합당 관련 당원 여론조사 실시 여부를 두고 투표를 진행했는데, 정 대표를 포함한 친청계 최고위원 4명이 찬성하면서 5대3으로 갈렸다. 한병도 원내대표가 찬성하지 않아 결국 무산됐지만, 반청계의 수적 열세가 확인된 것이다. 이에 특검 추천 논란을 고리로 이성윤 최고위원 사퇴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최고위 의결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건태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최고위원 사퇴 등 당 시스템 정상화를 위한 5대 과제를 제시하며 "갑작스러운 합당 추진 발표, 2차 특검 후보 추천 등 논란은 개별 사안이 아닌, 당내 신뢰와 리더십 위기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결자해지'"라고 촉구했다.
친명(친이재명)계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도 "민주당 지도부가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해야 할 집권여당의 책무를 망각한 채 야당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이 최고위원은 즉각 사퇴하고 지도부는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여당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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