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환 한경국립대 객원교수 기고
강선우·김경 공천 헌금 수수 의혹에
민주주의 관문 사고파는 매관매직
반복되는 금권 정치와 신뢰의 붕괴
공천헌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강선우 무소속 의원이 2차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정치인에게 돈은 생선과 같다.
생선을 먹기 전에는 반드시 신선도를 살핀다. 냄새는 없는지, 눈은 맑은지 티 나지 않게 확인한다. 한물간 생선이라면 미련 없이 외면하는 것이 상책이다. 욕심을 부렸다가는 배탈 정도가 아니라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 그래서 주변에는 "나는 생선을 싫어한다"거나 "알레르기가 있다"고 미리 말해두는 것이 안전하다.
이 장면은 오늘날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돈의 사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탈이 나지 않을 생선이라 확신이 들면 슬며시 젓가락을 든다. 누구와도 나눠 먹지 않고, 누구에게도 들켜서는 안 된다. 살만 발라내고 가시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정치에서 가시는 단순한 뼈가 아니다. 그것은 언젠가 목을 찌르는 증거가 된다.
식사가 끝났다면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 고수의 영역이다. 가시와 내장, 비늘 한 조각도 남겨서는 안 된다. 날파리가 꼬여서도, 고양이가 서성이게 해서도 안 된다. 십수 년을 함께한 측근이라 해도 주방에서 벌어진 일을 끝까지 비밀로 지켜준다는 보장은 없다.
이 비유가 낯설지 않은 이유는 최근 정치권에서 반복되는 금권 논란 때문이다.
금권 정치의 유혹은 특정 진영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정치가 오랫동안 반복해 온 고질병이다. 다만 스스로 도덕성과 개혁성을 강조해 온 세력일수록 그 책임은 더욱 무겁다.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강선우 의원과 김경 전 시의원의 공천 헌금 수수 의혹은 정치의 입구에서부터 돈이 개입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는 단순한 정치자금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관문을 사고파는 현대판 매관매직이다. 유권자의 선택이라는 외형 뒤에서 이미 계산기가 돌아갔다는 의미다.
더불어민주당은 송영길 전 대표의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도 사법적 판단을 받았다.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민주주의 과정이 금권 경쟁으로 변질될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사익 추구의 방식도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낸 이춘석 의원 사례에서 드러났듯, 공적 공간에서 보좌관 명의 계좌를 통한 주식 거래 정황은 정치 윤리의 경계를 흔든 장면이었다. 공무의 심장부에서 사익의 안테나를 세운 이중성은 정치가 외쳐 온 공정의 가치를 단숨에 무너뜨린다.
김남국 전 의원의 가상자산 논란 역시 국민에게 깊은 허탈감을 남겼다. 서민 이미지를 내세우며 후원금을 호소했던 정치인이 동시에 거액의 가상자산을 운용했다는 사실은 법적 판단 이전에 정치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사건이었다.
이러한 비린내가 권력 핵심부까지 스며든 점은 더욱 심각하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과거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다. 정치 환경의 구조적 한계를 강조해 왔지만, 이 사례는 정치와 돈 사이의 경계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민이 세금으로 정당 보조금을 지급하고 선거 비용을 보전하며 정치 후원을 허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정치인이 돈의 노예가 되지 말고 공공의 이익에 집중하라는 사회적 투자다. 부모가 자녀에게 학비를 지원하는 마음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일부 정치인은 그 학비를 들고 투자 시장으로, 공천 거래 현장으로 향했다. 이는 부모의 희생으로 마련된 등록금을 들고 도박장으로 향하는 자녀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나폴레옹이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돈이라고 말했을 때, 그것은 국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개인의 치부를 위한 도구가 아니었다.
정치는 공리를 실현하는 공적 직업이다. 정치적 명분을 세우고 국민의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돈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돈은 투명해야 하며 사용의 정당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정치가 부를 축적하는 사업이 되는 순간, 민주주의는 거래로 전락한다.
썩은 생선은 아무리 정교하게 손질하고 화려한 양념으로 덮어도 악취를 숨길 수 없다. 흔적을 지웠다고 안심하지 마라. 여론은 예민하고 진실은 반드시 가시처럼 남는다. 권력은 여론을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신뢰를 속일 수는 없다.
정치가 부패할 때 무너지는 것은 정권이 아니라 신뢰다. 그리고 신뢰가 무너지면 권력은 이미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국민은 정치인에게 생선을 맛나게 요리하라고 세금을 준 것이지, 썩은 생선을 감추라고 준 것이 아니다. 국민은 정치인이 부자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정직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정치가 돈을 좇는 순간, 정치인은 부자가 되기도 전에 신뢰의 파산자가 된다.
물론 돈 없이 정치가 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나 돈을 벌기 위해 정치해서는 안 된다. 정치는 공리를 위한 것이지 사리를 위한 것이 아니다. 정치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돈을 사용하는 것이지, 정치를 빙자해 치부하라는 면허가 아니다.
이제 정치권이 답해야 할 차례다.
당신들의 식탁 위에 놓인 것이 국민이 맡긴 신뢰인지, 아니면 결국 당신들의 목을 찌르게 될 부패의 가시인지.
국민은 그 식탁을 오래 바라보지 않는다.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권력의 만찬은 곧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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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상환 한경국립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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