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넘어 창작까지…트렌드와 만나는 시(詩)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03.03 14:28  수정 2026.03.03 14:29

시 읽고, 직접 쓰는 요즘 독자들

낮아진 진입장벽은 '긍정적'

읽는 것을 넘어, 글을 손으로 베껴 스며 곱씹는 필사를 통해 ‘독서’의 의미를 넓히는 요즘 독자들이 직접 쓰면서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특히 짧지만 임팩트 있는 ‘시’(詩)가 독자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끌어내는 중이다.


시를 읽고, 필사하는 흐름은 ‘문학 열풍’과 맞물려 시작됐다. 지난해 독서를 ‘힙하게’(멋지게) 여기는 텍스트힙 열풍이 불면서, 요즘 독자들의 감성을 겨냥한 소설과 함께 간결하지만 강렬한 언어로 표현된 시도 젊은 층의 관심을 받았다.


기사 내용과는 무관ⓒ뉴시스

소설 분야에서는 2025년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산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외에,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진입해 젊은 작가의 저력을 보여준 ‘혼모노’의 성해나 작가, ‘꾸준히’ 팬덤과 소통 중인 ‘양면의 조개껍데기’의 김초엽 자각 등 젊은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져 ‘밝은’ 미래를 기대케한 가운데, ‘현대시’ 분야에서도 신진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 졌었다.


연간 판매 10위권 내에 차정은의 ‘토마토 컵라면’, 고선경의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 샤워젤과 소다수’, 유선혜의 ‘사랑과 멸종을 바꿔 읽어보십시오’ 등 현대시 분야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신진 시인들의 시집이 자리하며 새로운 흐름을 이어갔었다.


토마토 향기를 통해 여름 일상을 곱씹은 차 작가의 ‘토마토 컵라면’처럼, 일상의 한 단면을 포착한 젊은 시인들의 작품은 함축된 언어로 ‘내 마음’을 대변하는 SNS에 익숙한 1~30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예스24는 2025년, 시 분야 판매량을 분석하며 “2024년부터 다시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 시 분야 판매량은 지난해 46.4% 증가한 데 이어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도 33.7% 상승했다”고 설명했는데, 그 동력이 차 작가와 고 작가 등 젊은 시인을 지지하는 1~30대 세대였다는 분석이 이어졌었다.


단순히 작품을 읽고, SNS를 통해 이를 공유하는 것을 넘어 관련 ‘굿즈’를 통해 ‘취향’을 소비하는 젊은 층은 책 필사 열풍에도 한몫했다. 소설과 비교했을 때 ‘여백’이 있는 시집을 스티커와 메모 등으로 꾸미는 ‘책꾸’(책꾸미기) 열풍이 부는가 하면, 시의 한 구절을 필사해 SNS로 공유하는 독자들도 있었다.


여기에 최근에는 직접 쓰면서 시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기도 한다. 여러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각 언론사의 신춘문예는 시 분야 응모작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글쓰기에 특화된 AI를 활용해 시를 쓰는 방법이 유튜브, SNS로 공유되며 시 창작에 도전하는 독자들도 이어진다. 출판사 창비가 운영하는 시 큐레이션 전문 플랫폼에서는 시를 추천하고, 또 선보이며 시 마니아들을 겨냥하기도 하지만, 시를 직접 쓰는 장을 제공하며 독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고 있다.


시인이 직접 온라인 클래스로 시쓰기 강좌를 선보이는 것은 기본, ‘첨삭’을 통해 직접 쓰는 것의 의미를 일깨우는 등 마음만 먹으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시 창작에 도전할 수 있는 요즘이다.


감수성 풍부한 이미지를 반영한 시인과 코어의 합성어인 ‘포엣코어’가 패션 트렌드의 주요 키워드로 꼽히는 흐름까지. 시가 젊은 층의 취향과 닿으며 ‘트렌디한’ 장르로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AI(인공지능)을 활용해 한층 수월하게 시를 쓸 수 있어진 것을 그 배경으로 꼽으며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은 ‘별개’라고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다만 ‘시’를 향한 관심이 커진 것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라며 이를 키워나갈 필요성도 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독자들이 직접 쓰는 것은 시 분야만의 흐름은 아니”라면서도 “시를 직접 쓰면서 충족하는 만족감이 있다. 이것이 자연스럽게 시를 향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이 수순이다. ‘별개’가 아닌, 하나의 흐름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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