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낮아진 공연장…‘이벤트’ 넘어 ‘일상’이 돼야 할 배리어프리 무대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3.31 14:35  수정 2026.03.31 14:36

국립극단 접근성 회차 도입 후 장애인 관객 최대 123% 증가

공공 극장 중심에서 민간 영역으로 확대되는 관람 접근성

"기획 단계부터 체계적 지원 뒷받침돼야"

공연계 내 배리어프리(Barrier-Free) 환경 도입이 가속화하고 있다. 장애인 관객의 물리적, 감각적 접근성을 높이는 배리어프리 조치는 과거 공공 극장 중심의 제한적인 형태로 운영됐다. 최근에는 이러한 움직임이 공공 영역을 넘어 민간 영역으로 확대되고, 대상 관객의 특성에 맞춘 다양한 관람 형태로 시도되고 있다.


현재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삼매경'. 3월 28일부터 30일까지 접근성회차로 운영된다. ⓒ국립극단

국립극단은 2021년부터 정규 공연에 ‘접근성 회차’를 편성해 운영 중이다. 접근성 회차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해설, 청각장애인을 위한 한글 자막 및 수어 통역,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글 자료 등을 제공하는 회차다. 무대 위 배우의 대사 뿐만 아니라 효과음, 의상, 무대 배경의 변화까지 시청각 정보로 변환하여 전달한다. 휠체어 이용 관객을 위한 동선 안내와 휠체어석 확대 등 물리적 장벽을 낮추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접근성 회차가 도입된 공연 수가 늘어나면서 장애인 관객 수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국립극단 공연 관객 중 장애인 할인을 받은 관객 현황을 보면, 전체 관객 대비 장애인 관객 비율은 접근성 공연이 없었던 2019년과 2020년 각각 0.54%, 0.51%에 그쳤으나, 이후 2021년 0.73%, 2022년 1.14%, 2023년 0.78%, 2024년 0.71%, 2025년 0.89%를 기록했다. 국립극단은 이를 두고 접근성 회차 도입 전후를 비교했을 때 평균 약 63%, 최대 약 123% 증가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명동예술극장은 또 릴랙스드 퍼포먼스(Relaxed Performance)를 지향하는 ‘열린 객석’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릴랙스드 퍼포먼스는 자폐 스펙트럼, 지적 장애 등 감각 자극에 예민하거나 경직된 관람 환경에 불편을 느끼는 관객을 위해 공연장 환경을 조정한 형태다. 객석 조명을 완전히 소등하지 않고 일정 수준의 밝기를 유지하며, 갑작스러운 큰 소리나 강한 조명 효과를 축소한다. 공연 중 관객이 소리를 내거나 객석을 이동하는 행동도 허용된다.


국내 첫 장애예술 표준공연장을 표방하며 2023년 개관한 모두예술극장은 공간, 시설, 서비스 등 전 영역에서 창작과 관람의 접근성을 높인 공연장으로 평가된다. 무대와 객석의 높낮이 차를 제거하면서 전면이 평면으로 되어 있어 활동에 제약을 없애고, 수납식 객석을 통해 휠체어 좌석 수도 가변적으로 운용이 가능하다. 일반 극장과 비교해 객석 좌석 간격의 폭도 넉넉하다. 시·청각 장애인, 발달·학습장애인 등 장애 유형별 관람 지원 체계도 마련했다. 극장 운영 측면에서도 별도의 하우스 매니저와 접근성 매니저를 두면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컬처웍스

민간 공연장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배리어프리 도입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형 뮤지컬 전용 극장인 샤롯데씨어터는 공연 관람용 실시간 자막 안경을 도입했다. 관객이 증강현실(AR)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기기를 착용하면, 무대 위 배우의 대사와 노래 가사가 안경 렌즈에 자막 형태로 송출된다. 기존 무대 양옆에 설치된 스크린 자막은 관객이 무대와 자막을 번갈아 봐야 하는 시야 분산 현상을 유발했다. 자막 안경은 관객의 시야 안에서 자막과 무대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게 하여 관람 집중도를 높인다. 이는 공공 지원에 의존하던 배리어프리 환경 조성이 민간 영역의 자발적 기술 도입으로 이어진 사례다.


다만 공연계의 배리어프리 환경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다수의 배리어프리 공연이 전체 일정 중 일부 회차에만 적용되는 단발성 이벤트에 머물러 있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배리어프리가 공연 기획의 ‘부가 요소’가 아닌 ‘기본 조건’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 확보와 제도적 뒷받침, 그리고 인식 전환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무엇보다 배리어프리 공연 제작에 수반되는 추가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전문 수어 통역사 및 음성 해설사 섭외, 접근성 기기 대여 등은 예산의 부담을 발생시키며, 이는 곧 배리어프리 회차 확대를 가로막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한 민간 공연장 관계자는 “현재 서울시 내에서도 배리어프리 관련 지원 사업이 운영되고 있긴하지만 사실상 민간 제작사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낼 정도의 규모라고 보기엔 현실적으로 부족함이 있다”면서 “공공 지원금 확대나 세제 혜택 등 실질적인 유인책이나 기획단계부터 적용하는 등 체계적인 제작 매뉴얼 보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지원은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병행과 병행되어야 완성될 수 있다. 배리어프리를 특정 계층을 위한 시혜적 서비스가 아니라 누구나 누려야 할 보편적 문화 향유권의 보장 수단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