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 ‘유행 음식’의 조건 [유행 vs 스테디②]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4.02 14:01  수정 2026.04.02 14:01

소스 하나로 무한 변형되는 마라탕, 단일 메뉴에 갇힌 탕후루

유행이라는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 어떤 음식은 일상식으로 뿌리를 내리고, 어떤 음식은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마라탕과 탕후루의 희비를 가른 결정적 차이는 무엇일까. 외식업계에서는 유행 음식이 기존 식사 메뉴에 자연스럽게 섞이거나 다른 요리로 무한히 변주될 수 있는 ‘활용도’에 달려 있다고 분석한다.


두바이쫀득쿠키를 먹고 있는 시민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한국외식업중앙회 김승일 정책개발국 과장은 “마라는 한때 유행 음식으로 소비됐지만 지금은 일상 음식처럼 됐다”며 “오래가는 음식들은 결국 기존 식문화 안에서 익숙한 형태로 자리 잡거나, 다른 음식에 적용될 수 있는 식으로 변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남는 것은 소스나 맛의 코어”라며 “파스타가 한국식으로 청양고추를 넣어 변형되듯, 오래 가는 음식은 현지화되거나 다른 메뉴로 번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라탕은 단순히 맵고 자극적인 음식으로 소비되다 끝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일상식처럼 안착했다. 토핑 선택과 매운맛 조절, 사이드메뉴 조합 등 소비자가 취향에 따라 바꿔 먹을 여지가 크고, 식사 메뉴로 반복 소비되기 쉬운 구조를 갖기 때문이다. 로제떡볶이도 기존 떡볶이라는 익숙한 메뉴에 변주를 더한 형태로 안착했다.


반대로 사라진 유행 음식의 공통점 역시 뚜렷하다. 대왕카스테라, 흑당버블티, 탕후루 같은 음식은 짧은 시간 안에 강한 시각적 인상을 주며 퍼졌다. 사진과 영상에서 눈에 띄기 좋고, 한 번쯤 먹어봐야 하는 음식으로 소비되기에는 적합했다. 하지만 메뉴 자체가 단순하고, 유행이 꺾인 뒤에도 다시 찾게 만들 생활형 접점은 약했다. 한 번 경험한 뒤에는 금방 물리고, 대체재도 쉽게 생긴다는 뜻이다.


김 과장은 이런 차이를 특히 디저트류에서 뚜렷하게 봤다. 그는 “디저트류 유행은 수명이 짧은 편인데, 탕후루는 대략 9개월 정도 갔다면 두바이초콜릿은 6개월, 두바이쫀득쿠키(이하 두쫀쿠)는 2개월 정도로 체감된다”며 “디저트는 극단적인 단맛이 많아 계속 먹기 어렵고, 만들 수 있는 사람도 많아 공급 과잉이 빨리 온다”고 말했다.


실제 플랫폼 데이터는 이런 흐름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배달의민족이 제공한 검색량 자료에 따르면 두바이쫀득쿠키 검색량은 1월 17~23일 대비 3월 17~23일에 57.9%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버터떡 검색량은 100.9% 증가했고, 봄동 판매량은 585% 늘었다. 하나의 메뉴가 유행의 정점에 오른 뒤 빠르게 관심이 식고, 곧바로 다른 메뉴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흐름이 데이터로도 확인되는 셈이다.


유행이 짧아질수록 외식업자들은 더 위험한 환경에 놓이고 있다고 한다. 그는 “유행을 따라 식재료를 비싸게 들여왔는데 막상 들어가는 순간 그 유행이 끝나버리면 후발주자는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며 “트렌드를 빨리 읽어야 하는데, 동시에 너무 빨라서 따라가기도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두바이초코찹쌀떡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한정선 성수점.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이런 점에서 두바이초콜릿에서 두쫀쿠로 이어진 흐름은 상징적이다. 원형 메뉴가 완전히 소멸하기보다 핵심 요소를 유지한 채 다른 상품으로 번역되며 다시 퍼진 셈이다. 이는 유행이 꼭 같은 메뉴 그대로 남아야만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파생형으로 변주되며 생명력을 연장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재 베이커리에 가면 두쫀쿠는 안 보이는 곳으로 옮겨갔지만, 그 자리에 두바이초코페스츄리, 두바이초코찹쌀떡 등은 여전히 판매 중이다.


결국 유행 음식의 생존을 가르는 건 화제성 자체가 아니라 구조다. 어떤 음식은 짧은 영상 속 한 장면으로 소비되고 끝나지만, 어떤 음식은 반복 소비와 파생 메뉴 확장을 통해 살아남는다. 같은 유행에서 출발했어도 결말이 갈리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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