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최태원 '데이터 쇄신' 승부수
경총 손경식 '노사정 중재력' 선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회 사회적대화 결과보고 개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경제단체장을 건너뛰고 주요 그룹 총수들과 직접 소통하는 행보를 강화하면서 재계 사령탑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대통령실 주관 행사에서 단체장들이 잇따라 배제된 데다, 최근 ‘가짜뉴스 질타’ 등 정부의 압박까지 거세지자 경제단체들은 한동안 정책 제언조차 내지 못한 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었다.
이 같은 ‘정부 패싱’ 논란 속에서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수장들이 2분기 시작과 동시에 각자의 방식으로 존재 가치 입증에 나섰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임직원 등 실무진이 참여하는 ‘타운홀 미팅’을 직접 주재한다. 이번 미팅은 지난 2월 발생한 상속세 자료 오류 사태, 이른바 ‘가짜뉴스 논란’으로 실추된 상의의 전문성을 다시 세우기 위한 결자해지 차원이다.
앞서 대한상의는 영국의 한 통계를 인용해 “고액 자산가 2400명이 한국을 떠났다”는 보도자료를 냈다가 이 대통령으로부터 “출처가 불분명한 가짜뉴스”라는 질책을 받았다. 이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정부와 경제단체 사이의 ‘신뢰 균열’을 상징하는 사건이 됐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의 고강도 감사가 이어졌고, 상의는 모든 정책 제언과 보도자료 배포를 중단하며 극도의 자숙 기간을 가졌다. 결국 지난 20일 핵심 임원진에 대해 해임 및 면직이라는 이례적인 인적 쇄신까지 단행했다.
최 회장은 이날 미팅에서 ‘전문성 강화·사회적 책임 재정립·조직문화 혁신’ 등 3대 쇄신안을 직접 설명한다. 이중 핵심 대책인 ‘경제연구총괄(가칭)’ 신설 등이 주목받고 있다. 외부 전문가를 영입, 대외 발표 데이터의 최종 검수와 팩트체크를 전담하게 해 실력 있는 정책 파트너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최 회장은 지난달 31일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도 “대한상의는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변화에 조금 더 진정성 있게 응답하겠다”고 언급하며 체질 개선을 통한 활동 재개를 예고한 바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회 사회적대화 결과보고 개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상의가 내부 기강 잡기에 주력하는 사이, 5연임에 성공하며 2028년까지 임기를 확보한 손경식 경총 회장은 대외 협상력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경총은 정부와 노동계 사이의 대화 채널인 ‘노사정담’을 선점했다.
그간 경총은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며 활발한 제언을 이어왔으나 대통령실의 기업 직접 소통이 강화되고 상의의 가짜뉴스 사태로 정부 기류가 싸늘해지자 목소리를 줄여왔다. 상법 개정안 등 주요 법안이 통과될 때마다 경제단체들이 “정부 정책에 반하는 것으로 보일까 두렵다”며 일제히 침묵에 빠지자 재계 안팎에선 ‘경제단체 무용론’까지 불거진 상황이었다.
다만 경총은 2분기 최대 쟁점인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시행과 정년 연장 입법 논의 과정에서 경영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는 단일 창구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만큼, 다시 입법 길목에서 기업의 실익을 지키는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지난달 26일 제1기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노사정 대표 회동에도 참석했다. 앞으로도 매월 한 차례씩 정례 미팅에 참여할 계획이다.
이처럼 두 수장이 2분기 시작과 동시에 분주해진 결정적인 배경은 대통령실의 소통 스타일 변화에 있다. 대통령실은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며 경제단체를 배제한 채 기업 간담회를 준비해왔고, 실제 최근 세 차례의 주요 간담회에서 경제단체장은 단 한 번도 부름을 받지 못했다. 가짜뉴스 논란으로 정부 눈 밖에 난 상황에서 ‘정책 제언이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까지 겹치며 단체들의 입지가 고립된 결과다.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개별 기업 총수와 직접 소통하는 시대에 경제단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가 먼저 찾을 수밖에 없는 정책 분석력이나, 갈등을 조정하는 노련한 중재력 중 하나는 확실히 보여줘야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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