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당 창당 예상되면서 각당 '인물'에 고심
내년 6.4지방선거의 키워드는 ‘인물’과 ‘안철수 신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덮어놓고 정당’이라는 분위기가 많았지만, ‘인물’과 ‘정책’을 선거 결정의 우선순위로 두자는 운동이 꾸준히 전개되면서 최근 유권자들의 선거 선택 기준이 이 같이 바뀌어가는 모양새다. 19일 ‘서울신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지지 후보 고려 요인은 인물(44.8%), 공약·정책(38.7%), 정당(12.9%) 순이었다.
인재영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안철수 무소속 의원 또한 변수다. 안 의원은 지난 18일 10월 재보선의 유력 선거구인 전주 완산을에 들렀고, 앞서 대전과 창원을 연이어 방문했다. 아울러 진보 진영 대표 후보로 교육감에 당선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에게 ‘러브콜’을 보냈다는 소식도 흘러나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은 민주당을 제치고 2위다.
선거가 치러지는 16개 시도 곳곳에서 수많은 후보들 간 각축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중에서도 주목받는 곳은 차기 대권주자들이 있는 곳이다. 서울·인천시장, 경기·강원·경남·충남도가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인물 그 자체가 중요시되는 이곳에서는 ‘지키려는 자’와 ‘넘보는 자’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중에서도 단연 주목받는 곳은 대통령이 되기 전 한 번쯤은 거친다는 서울시장 자리다. 현재 박원순 시장이 지키고 있는 이 자리는 청렴하고 편안한 이미지로 ‘또다시 박원순’의 자리가 될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다. 민주당에서 박 시장 외에 박영선, 전병헌, 추미애 의원 등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지만, “박 시장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새누리당 또한 이에 맞서 여러 가지 카드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박 시장의 전임이었던 오세훈 전 시장과 박 시장과의 경쟁에서 패배한 나경원 전 의원부터 새로운 얼굴로는 홍정욱·원희룡 전 의원과 이혜훈 최고위원, 김황식 국무총리, 진영 보건복지부·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과 안대희 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까지 하마평에 올라있다.
특히 가장 유력하게 꼽히는 카드는 홍 전 의원과 김 총리, 안 전 위원장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렴하고 신선한 이미지가 묻어나기 때문이다. 민주당 또한 새누리당에서 신선한 인물을 내놓는다면 그에 밀릴 수도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박 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하며 박 시장의 5%를 50%로 만들어줬던 안 의원이 서울시장직에 직접 나설 것이란 얘기도 나돈다.
송영길의 '대타들'? 경기지사 김문수는 '어떤 마음'?
인천시장으로는 민주당 소속 송영길 시장이 여야를 통틀어 단연 우세를 보인다. 그중 한 요소는 당내 인지도이지만, 선거를 앞두고 당직자 등을 두루 보듬은 박 시장에 비해 송 시장이 두드러지는 활약이 없어 당내 평가가 그리 우호적이지만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당 비대위원에 이어 현재 정책위 수석부위원장까지 맡은 문병호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상태고, 같은 당 신학용 의원, 박우섭 남구청장이 거론된다. 안 의원 측에선 박영복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이 언급된다. 만만찮은 ‘송 시장의 대타들’이 줄을 선 셈이다.
새누리당은 최근 시당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학재 의원과 박상은·윤상현·홍일표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 조진형 전 의원, 윤태진 전 남동구청장 등이 오르내린다. 이·윤·홍 의원 등은 대표적 친박(친박근혜) 의원이며, 이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후보 시절 비서실장을 맡은 바 있다. 안 전 시장은 당시 가계부채특별위원장을 맡았었다. 윤 의원은 현 원내수석부대표이다.
손학규·김문수와 같은 대선 후보를 배출해낸 경기도지사 선거도 주목되는 선거다. 현재 김문수 지사가 지키고 있는 이 자리는 연임인 김 지사가 또다시 3선에 나설지 혹은 대권만을 바라보는 길을 택할지에 따라 경쟁구도가 급변할 것으로 예측된다.
새누리당에선 김 지사 외에 남경필·정병국·원유철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남 의원은 ‘젊은 다선’이자 ‘쇄신파’라는 이미지, 정·원 의원은 각각 이명박 정부 문화체육부장관, 경기도 정무부지사를 지낸 전력 등 ‘일꾼의 모습’을 강조해 맞설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심재철 최고위원·홍문종 사무총장·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등이 거론된다.
민주당에선 당 안팎으로 종횡무진 활약하는 인사들이 대거 출격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경제부총리·교육부총리 등을 역임한 김진표 의원, 당대표 등을 지낸 원혜영 의원, 현재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박기춘 의원과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환 의원, 이종걸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최문순·홍준표·안희정 '대표인물'을 넘어라
강원·경남·충남에는 최문순·홍준표·안희정 지사라는 벽을 뛰어넘는 게 과제다. 세 인물 모두 각 지역을 대표하는 ‘대표인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먼저 강원도지사를 두고 민주당은 현 최 지사 외에 별다른 하마평이 나오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측에선 권성동·황영철·한기호 의원 등부터 최흥집 하이원리조트 대표, 권혁인 광해관리공단 이사장, 조규형 전 브라질 대사, 함승희 포럼오래 대표, 김상표 강원도 경제부지사 등 다양한 후보군이 거론된다. ‘뛰어난 스킨십’으로 정평이 나있는 최 지사에게 ‘자전거 스킨십’으로 유명한 동해 출신 이재오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경남도지사는 우선 ‘진주의료원 폐원 결정’으로 유명세를 탄 홍 지사가 당으로부터 공천을 받아 재선에 성공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새누리당은 홍 지사의 인지도는 인정하지만, 홍 지사가 의료원 사건으로 당 안팎의 ‘트러블메이커’가 됐기 때문에 공천에서부터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여권에선 박완수 창원시장, 야권에선 공민배 전 창원시장, 통합진보당 소속 강병기 도당위원장,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등이 대항마로 거론된다.
충남도지사를 놓고도 민주당은 현 안 지사가 재선 의지가 있고, ‘차기 대권주자’로 손꼽히는 만큼 별다른 대안인물을 거론하고 있지 않다. 친노(친노무현)계의 대표주자인 안 지사는 당내에서 “겸손한 인물”로 평가 받는다. 이외에 나소열 서천군수, 새누리당에선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출신인 홍문표·충남도 행정부지사 출신의 이명수 의원, 이명박 정부 정무수석 출신인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누가 호남에서 살아남느냐' 민주당 vs 안철수
호남 지역은 민주당과 안 의원 측 간 ‘누가 살아남느냐’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그간 ‘경쟁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점차 ‘경쟁’ 쪽에 무게추가 쏠리면서 이번 6월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자웅을 겨루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능력 있는 인물과 선거를 여러 번 치러온 정당의 노하우 등을 총동원해 ‘호남 사수’에 온힘을, 안 의원 측은 개혁적이고 신선한 인물들을 앞세워 승부할 가능성이 크다.
광주시장에 있어선 민주당 후보로는 현직 강운태 시장과 지난 지도부 선거에 출마했던 이용섭·강기정 의원, 장병완 정책위의장 등이 언급되고 있다. 안 의원 측에선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장하성 소장과 김효석 전 의원 등이 꼽힌다. 다만 워낙 예측불가능 경쟁으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돼 강 시장 외에는 직접적인 행보가 보이지 않고 있다.
아울러 전남도지사 자리를 놓고는 현직 박준영 지사가 3선으로 불출마하면서 민주당 내 이낙연·주승용 의원이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 측은 이곳에도 김 전 의원을 포함,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졌다. 천 전 장관은 근래 “민주당과 안 의원이 손을 잡고 개혁적 국민정당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전북도지사로는 민주당 내에서 다양한 후보군이 거론된다. 김완주 전북도지사, 송하진 전주시장, 유성엽·김춘진 의원 등이다. 정동영 전 의원 또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는 대체적으로 민주당이 하마평부터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안 의원의 ‘인재영입 작업’의 성공 여부에 따라 호남 승부의 결과 또한 달라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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