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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세제개편 서민 털기? 사실상 부자증세"


입력 2013.08.09 13:50 수정 2013.08.09 16:45        김지영

조원동 경제 수석 직접 설명 "월급생활자 소득공제 축소는 죄송"

정부 세제개편안을 놓고 쏟아지는 비판에 청와대가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번 개편안에 대해 야권과 일부 언론이 ‘서민증세’라고 지적하자 ‘사실상의 부자증세’라고 항변한 것. 특히 세목 신설이나 세율 인상과 같은 명목상 증세는 없다는 것이 청와대의 입장이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은 9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전 총급여 3450만원 이상 봉급자들이 연 16만원의 세금을 더 부담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7000~8000만원 구간은 33만원, 8000~9000만원 구간은 98만원, 1억5000~3억원 구간은 345만원, 3억원 초과 865만원의 세금을 추가 부담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연 총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 가구 가운데 40% 가량은 근로소득장려제도를 통한 보조금 명목으로 세제 혜택을 받기 때문에, 부담해야 하는 세액은 늘지만 결과적으로는 저소득층의 조세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이 조 수석의 설명이다.

또 조 수석에 따르면 이번 개편안을 통한 내년도 세수 증가분 7400억원 가운데 개인 부담액은 40%, 기업 부담액은 55% 가량이다. 개인 부담액에서 80%는 연 총수입 55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의 세액 증가분이다. 기업 부담액에서도 72% 가량은 대기업이 납부하는 세금의 증가분이다.

이번 개편안은 소득공제 방식을 세액공제로 바꾸는 방안 외에도 부가가치세 감면 축소, 범인세 감면 축소, 종교인 과세 등의 조치들을 수반하기 때문에 국회에서 원안대로 처리된다면 명목상 증세는 없지만 저소득자의 세금 부담이 줄고 고소득 봉급자와 대기업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자료 사진) ⓒ연합뉴스

아울러 조 수석은 이번 대책이 고소득자와 저소득자 사이의 소득공제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조 수석은 “1억 연봉자가 카드로 1000만원을 썼다고 가정하면 최대세율이 25%인데, 이 경우 1000만원에 대한 세액, 즉 250만원의 세제해택을 본다”며 “하지만 연봉이 3500만원인 봉급자가 똑같이 1000만원을 카드로 쓴다면 세율이 15%이기 때문에 혜택을 150만원밖에 못 받는다”고 말했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똑같은 액수의 돈을 지출해도 소득이 높을수록 더 많은 공제혜택, 환급을 받게 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정부는 소득공제 방식을 세액공제로 바꾸고 공제 범위를 소득에 상관없이 품목별 12~15% 수준으로 통일해 이 같은 혜택의 불균형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다만 조 수석은 과거 ‘13월의 월급’으로 불렸던 소득공제 환급금이 줄어든 부분에 대해서는 “그 부분은 사실이다. 그래도 봉금생활자가 자영업자보다는 조금 여건이 낫지 않느냐”며 “그 부분은 봉급생활자들이 마음을 열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소득세 현실화되고 있다지만…'봉급생활자 때리기' 역차별 논란 남아

한편, 조 수석은 이번 개편안이 자영업자의 과세표준(과표) 파악이 어렵던 시절에 만들어졌던 불합리한 제도를 철회하고,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 간 조세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아직까지 자영업자의 종합소득세 신고액이 투명하지 않다는 점에서 성급한 조치라는 지적도 있다.

조 수석은 “봉급생활자는 근로소득세를 내고, 자영업자는 종합소득세를 내는데 과거에는 자영업자의 소득이 과표로 잘 잡히지 않아 봉급생활자가 상대적으로 세금을 많이 냈다”며 “그래서 봉급생활자에게 여러 세금혜택을 줬는데, 지금은 카드 사용 확대로 자영업자의 과표도 많이 잡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가 납부하는 종합소득세도 근로소득세만큼 투명해지고 있고 부가가치세 감면 축소(부과대상 확대)로 자영업자의 세 부담이 현실화된 만큼 자영업자의 납세가 불성실할 때 만들어졌던 정책은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축소되고 있는 혜택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연말 근로소득공제다.

조 수석에 따르면 카드공제 제도가 시작된 1999년 이전에는 종합소득세가 근로소득세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근로소득세와 비슷한 연간 15조원 가량으로 늘었다. 이 같은 점에서 이제는 근로소득자뿐 아니라 자영업자의 과표도 ‘유리지갑’이 돼 형평성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조 수석의 이 같은 해명에는 논란이 남는다. 도매업체와 개인택시의 카드결제 거부와 유흥업소의 카드 DC 등 아직까지 자영업자 소득 과표의 상당 부분이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봉급생활자의 사정이 자영업자의 사정보다 낫다”고 단정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라는 지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일부 분야의 세금탈루와 과소납부가 관행처럼 남아 있는 자영업자를 과표 수입이 투명하게 공개돼 ‘유리지갑’으로 일컬어지는 봉급생활자와 동일선상에 놓고 형평성을 맞춘다는 것은 과거의 봉급생활자 혜택과는 또 다른 역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세제개편안에 따른 세액 증가분이 대부분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부담분임에도 불구하고 ‘봉급생활자 때리기’란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9일 현재 새누리당과 민주당 지도부는 정부 세재개편안이 봉급생활자와 중산층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원안 통과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기조라면 오는 9월 국회 정기회에서 개편안에 대한 손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조 수석도 “이건 정부의 안이고, 국회의 심의 과정을 거칠 것이다. 국민의 여론을 담아 내용이 수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그 과정도 행정부의 입장에선 당연하다 생각한다.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때까지 많은 수정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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