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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은 숨기고 안철수는 드러내고 왜?


입력 2013.08.18 09:42 수정 2013.08.19 09:36        조소영 기자

문, 정치행보하다 '사초실종'후 침묵의 바다로

안, 최장집 사퇴후 국정원서 지역구까지 잰걸음

문재인 민주당 의원과 안철수 무소속 의원 간 ‘뒤바뀐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대선패장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빠른 정계복귀를 보였던 문·안 의원은 둘 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신비주의 행보’를 지향해왔다. 다만 그중에서도 문 의원은 좀 더 적극적으로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내왔던 반면, 안 의원은 소극적인 ‘거리두기 행보’를 해왔다.

하지만 문 의원은 이른바 ‘사초실종’을 기점으로, 안 의원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의 결별 이후 행보가 180도 달라졌다. 문 의원은 침묵 또는 ‘트위터 정치’만을 고수하는 반면, 안 의원은 현안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대중에게 드러내는데 힘을 쏟고 있다.

문재인 "정권 바꾸자"에서 '트위터 방패막' 뒤로

문 의원의 경우, 대선패배 이후 잠시 침묵했지만, 곧바로 ‘트위터 정치’를 시작하며 적극적 행보에 신호탄을 울렸다.

당시 경남 양산 자택에 머물렀던 문 의원은 한진중공업과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사망소식을 추모하는 글을 올리는데 이어 성탄 미사, 등산 소식 등을 트위터에 올렸다. 자신이 감명 깊게 읽었던 도서 추천을 하기도 했다. 몸은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 다음날이었던 2월 26일 국회에 모습을 드러낸 뒤 상임위인 기획재정위 회의에 출석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이 움직임은 5월 23일 ‘정치적 스승’인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4주기를 전후로 더 활발해졌다. 특히 이달 19일 노 전 대통령 4주기 추모 문화제에선 “많은 분들의 성원에도 불구하고 뜻을 이루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앞으로 5년을 더 기다려야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준비하고 마음을 모아 5년 뒤 반드시 (정권을) 바꾸자”고 차기 대권의지를 드러냈다.

이 목소리는 국가정보원(국정원) 정치·대선 개입 사건과 노 전 대통령의 서해NLL(북방한계선) 포기 발언 논란에서 정점을 맞는다. 문 의원은 해당 문제들과 관련, 대선 당시 ‘마크맨’ 기자들과 만나거나 트위터와 보도자료 등을 통해 파상공세를 폈다. 무엇보다 노 전 대통령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해당 발언이 들어있는 10.4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에 앞장섰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위했던 이 일은 ‘대화록 실종’으로 이어져 참여정부 당시 해당 대화록에 관여했던 문 의원의 발목을 잡는다. 곧 당 안팎으로 ‘문재인 책임론’이 빗발쳤고, 문 의원은 이후 트위터나 보도자료 이외엔 완전히 자취를 감춘다. 최근 민주당이 진행하는 서울광장 장외투쟁과 촛불집회는 ‘대선불복’으로 비칠 수 있단 이유로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최근 사망한 같은 당 김종률 전 의원에 대해서도 “빈소에 가보지 못할 것 같다”며 ‘트위터 조의’를 표했다. 본래 트위터 및 보도자료로 입장표명을 하는 동시에 외부에도 모습을 드러내곤 했지만, 차츰 트위터와 보도자료에만 무게중심을 두더니 ‘사초실종’ 이후에는 아예 ‘트위터 방패막’ 뒤에 머무르는 형태를 취하게 된 것이다.

17일 서울광장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려 문 의원의 참석여부가 또다시 관심사가 됐지만, 문 의원의 한 측근은 16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참석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당에 해가 될까 우려하고 있다. 아직 고민 중”이라며 불참을 시사했다.

지난 대선때 경쟁을 벌이다 우여곡절끝에 단일화했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과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엇갈린 행보가 눈길을 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안철수, 국정원부터 지역구까지 '바쁘다, 바빠'

반대로 안 의원의 경우, 급작스럽게 현안 행보가 빨라진 상태다.

지난 4월 재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안 의원은 약 4개월 동안 국정원·NLL사건 등에 목소리를 내면서도 자신의 길을 닦는데 주력했다. 안 의원은 노 전 대통령 서거 4주기 당일, 국회 의원동산에서 노원병 선거캠프 자원봉사자 90여명과 함께 점심식사를 가졌다. 그 전날에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 창비카페에서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이하 내일)의 창립을 선언했다. ‘내일’의 이사장으로 최 교수를 소개한 것도 이때였다. 아울러 그는 ‘내일’의 핵심인사들과 함께 대전·창원·전주 등 지역순방에 나서 세미나나 토론회를 열었다.

하지만 매번 현안에 대해선 ‘뒷북치기 형식’을 취했다.

안 의원은 진주의료원 폐원과 한국일보 편집국 폐쇄 사태, 국정원 정치·대선 개입 의혹, 노 전 대통령의 NLL포기 발언 논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여부 등에 대해 트위터나 보도자료 등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그 시점은 ‘김이 빠질 때쯤’이었다. 특히 입장 내용은 야권의 목소리를 한 번 더 언급한다거나 여야를 모두 싸잡아 비판하는 형식을 취했다. 이 때문에 여야 모두로부터 질타를 받기도 했다.

지난 13일 자신의 트위터와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세제개편안 논란 입장 또한 청와대와 여야가 한바탕 소란을 벌인 뒤에야 뒤늦게 입장을 밝혔다는 지적을 받았다.

다만 이때부터 그의 발걸음은 빨라졌다. 14일에는 국정원 국조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불출석한 것을 두고 ‘동행명령장 발부’를 촉구했다. 이날 오후 5시에는 8.15를 겨냥해 성북구 보문동에 위치한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 사무실을 방문했다. 개성공단 남북실무회담 타결 성명은 해당 일이 벌어진 이날 밤 즉시 냈다.

15일 오후 5시 10분께에는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16일 일정을 알렸다. 안 의원 측은 문자메시지서 “오전 10시 노원 상계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후 10시 30분 상계3,4동 양지마을과 희망촌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한다”면서 “연이은 폭염에 대비해 독거어르신들 주거환경도 점검한다. 오후 2시에는 수락산 입구 상계 1동 경로당 두 곳을 방문한다”고 상세히 일정을 전했다. 노원은 안 의원의 지역구다.

"문재인은 정치권서 빠진 듯이, 안철수는 분주하게"

이후 16일 오후에는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이 증인으로 출석한 국정원 국조 청문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청문회 방청 후 기자들과 만나 두 증인이 증인선서를 거부한데 대해 “제대로 진실규명이 될 수 있겠느냐”며 “기간도 많이 남지 않았고, 증인이 선서도 하지 않았는데 저 상태로 결과보고서가 합의 하에 채택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조 기간 중 오늘이 가장 중요한 날”이라며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TV를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봐야겠다고 생각해 오게 됐다”고 했다.

앞서 안 의원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만나는 일정이나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연대 농성현장 방문,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나눔의 집’ 부설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나는 일정 등도 알린 바 있다. 사실 이렇게 본다면 안 의원의 현안에 집중한 행보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됐듯 하루에 여러 일정을 소화하거나 논란이 되는 사안에 관해 즉각 입장을 밝히는 것 등은 안 의원의 평소 행동 패턴과는 다르다. ① 여야와 거리를 두고 ② 상황이 다소 소강상태일 때쯤 현안에 관한 입장발표 ③ 언론에 알리는 공개일정은 1일 1일정으로 한정하는 것 등이 보통 안 의원이 취해왔던 원칙이다.

안 의원의 이런 원칙이 바뀐 이유는 국회 입성 뒤 존재감을 잃고 있다는 지적에 이어 ‘인재영입 1호’였던 최 교수의 ‘내일’ 이사장직 사퇴 때문으로 분석된다. 오는 10월 재보선에서 창당의 발판을 다져야 하지만, 생각지 못한 악재가 터지면서 창당 동력을 잃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비추어봤을 때 그의 ‘발 빠른 행보’는 단발성이 아닐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안 의원 측은 오는 18일 오전 10시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모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16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문·안 의원의 이러한 ‘엇갈린 행보’와 관련, ‘빠지는 문재인’, ‘분주한 안철수’로 상황을 정리했다.

그는 “문 의원은 근래 정치 소재가 본인에게 썩 좋지 않은 만큼 현 정치권서 빠진 듯한 모습을 취하는 것 같다. 다만, 자기 정치를 하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 완전히 빠지지는 못하고 있다”면서 “안 의원은 창당 로드맵을 보여야하지만, 이념이나 조직 기반에 있어 내부적으로 초점을 맞추지 못하다 보니 의미 있는 말을 던지기보단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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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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