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빠진 ‘루니 더비’ 실질적 승자 무리뉴?
EPL 2라운드서 맨유-첼시 빅매치 성사
루니 풀타임, 무리뉴 감독 눈도장 재확인
웨인 루니를 둘러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첼시의 빅매치는 결국 ‘소문난 잔치’로 끝났다.
맨유는 27일(한국시각) 올드 트래포드서 열린 ‘2013-1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첼시와의 홈경기에서 지루한 공방전 끝에 0-0 무승부로 마쳤다.
득점 없이 비긴 것은 지난 2006-07시즌 37라운드 이후 무려 7시즌 만이다. 당시 리그 3연패가 물 건너간 첼시는 안방에서 맨유 선수들을 맞아 영접 대형으로 도열해 박수를 보내는 굴욕을 당한 바 있다.
이날 경기에 앞서 초미의 관심사는 역시나 루니 거취였다. 맨유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은 루니를 절대 팔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조제 무리뉴 첼시 감독은 특유의 언변을 앞세워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던 상황이었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마치 각본처럼 두 팀이 격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특히 이날 경기는 여름이적시장의 끝을 앞두고 열리는 마지막 리그 경기였다.
축구팬들의 시선은 모예스 감독의 선택에 쏠렸다. 루니 출장 여부 때문이었다. 이에 모예스 감독은 루니를 선발 라인업에 포함시키는 정공법을 택했다. 루니의 올 시즌 첫 선발 출장이었다. 그만큼 루니를 잡겠다는 모예스 감독의 심지는 올곧았다.
루니는 최전방 로빈 판 페르시의 뒤를 받치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경기 내내 공격은 물론 수비 가담에도 적극적으로 임해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야말로 루니의 클래스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그러나 이날 경기의 실질적 승자는 첼시와 무리뉴 감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먼저 무리뉴 감독은 90분 동안 왜 그토록 루니를 원하는지 재확인했다. 폭넓은 활동량과 뛰어난 개인기, 그리고 수비 능력까지 평소 무리뉴 감독이 선호하던 스타일 그대로였다.
무리뉴 감독의 심리전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반면, 에버턴에서 선수를 '빼앗기는데' 익숙해져있던 모예스 감독은 상대의 도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루니의 선발 출장으로 자신의 의중을 내비쳤지만 이는 상대를 더 부추긴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게다가 그 상대는 무리뉴 감독이다.
설령 루니를 잡지 못한다 하더라도 첼시가 아쉬울 것은 없다. 이미 첼시 스쿼드에는 기존 페르난도 토레스와 뎀바 바, 로멜루 루카쿠를 비롯해 새로 영입한 안드레 쉬얼레 등 공격수들이 넘쳐난다.
또 첼시는 디펜딩 챔피언을 상대로 원정에서 승점 1을 챙기는 성과를 얻었다. 지난 시즌 86골을 몰아치며 리그 최다골을 기록했던 맨유는 올 시즌 개막전에서도 스완지 시티를 상대로 4골을 터뜨리며 녹슬지 않은 공격력을 선보였다. 그런 맨유의 창을 상대로 첼시는 원정에서 무득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UEFA 슈퍼컵 일정으로 인해 일정을 앞당긴 첼시는 이날 무승부로 리그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2승 1무(승점7)로 순항 중인 무리뉴 감독이 루니마저 끌어안게 된다면 2009-10시즌 이후 4년만의 왕좌 복귀도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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