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선박금융공사 등 연이은 유치 무산 지역 민심 '흔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의 텃밭인 부산·경남(PK)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 5년 만에 부활한 해양수산부의 부산 유치가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황에서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직접 언급한 선박금융공사의 유치마저 무산돼 지역 민심이 요동치고 있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부산 바닥 민심에서 큰 질적인 변화가 생기고 있다. 절대 내년 지방선거를 안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는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해양수산부, 선박금융공사 등 연이은 유치 무산...흔들리는 지역 민심
금융위원회는 지난 27일 발표한 정책금융 재정립 방안에서 선박금융공사 설립을 백지화했다. 선박금융공사는 당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흔들리는 부산 민심을 잡기 위해 내걸었던 카드다. 유치가 유력했던 부산 지역의 정·재계는 강력히 반발했다.
부산시는 이날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무산될 경우 지역의 상실삼이 커지고 새정부의 국정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될 것으로 우려 된다”며 “대선 공약인 선박금융공사 설립은 조속히 이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상공회의소도 성명을 통해 “정부의 이번 안은 우리나라 해운·조선사업의 국제경쟁력 제고와 부산의 금융중심지 활성화를 위해 선박금융공사 설립을 약속했던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백지화한 것과 동시에 새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도 크게 실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부산에 지역구를 둔 새누리당 의원들에 대한 ‘책임론’도 이어지고 있다. 김정훈 의원과 박민식 의원이 각각 국회 정무위원회의 위원장과 간사를 맡아 사실상 상임위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선박금융공사 무산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선박금융공사뿐 아니라 동남권신공항, 해양수산부 유치 등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사실상 무산 위기에 처한 것도 부산의 민심을 더욱 들끓게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부산유세에서 “부산시민들이 바라는 가덕도 신공항을 반드시 건설할 것을 약속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주무부서인 국토부는 초기에 김해공항 확장을 들고 나왔다가 부산지역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자 수요조사와 타당성 조사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추며 한발 물러섰다.
해양수산부도 대통령의 공약대로 5년 만에 부활을 했지만, 부산이전은 사실상 물거품이 된 상황이다.
부산에 지역구를 둔 한 중진 의원은 “해수부의 부산 이전은 사실상 힘든 상황”이라며 “그렇다면 최소한 타당성 조사 등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그것조차 없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제19대 총선 최대 격전지 ‘낙동강 벨트’에서 이미 조짐은 나타나고 있었다”
이 같은 부산 민심의 균열은 이미 지난 19대 총선에서 예견됐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문성근 전 민주당 대표권한대행,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구성된 이른바 ‘문정길 트리오’를 비롯해 주요 격전지에서 당선자와 평균 3~4% 이내의 격차를 보이며 접전을 치렀다.
부산에 지역구를 둔 새누리당의 한 재선의원은 “낙동강을 두고 오른쪽은 부산, 왼쪽이 경남인데 전쟁으로 따지면 요충지 중의 요충지”라면서 “지난 총선에서 낙동강 벨트로 거론되는 8곳의 지역 중 새누리당이 5곳, 민주당이 3곳을 차지했다. 한쪽이 절대 우세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 19대 총선에서 낙동강벨트로 평가되는 8곳의 지역에서 여야는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부산의 경우 북강서갑의 박민식 새누리당 후보(52.4%)는 전재수 민주통합당 후보(47.6%)을 4.8%p차로, 북강서을의 김도읍 새누리당 후보(53.1%)는 문성근 민주통합당 후보(45.2%)를 7.9%차로 앞서며 승리했다.
사하갑에서는 문대성 당시 새누리당 후보(45.1%)가 최인호 민주통합당 후보(41.6%)로 3.5%p 차이로 승리했지만, 사하을에서는 조경태 민주통합당 의원이 3선에 성공하면서 지역구 탈환에 실패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출마한 사상구도 ‘박근혜 키즈’ 손수조 새누리당 후보가 나름 선전을 했지만, 결국 ‘문재인’이라는 큰 산을 넘어서지 못하면서 지역구를 민주통합당에게 넘겨줬다.
경남의 경우 양산에서는 윤영석 새누리당 후보가 52.3%를 얻으면서, 송인배 민주통합당 후보(47.7%)를 4.6%p 차이로 따돌리고 승리했다.
‘이명박의 남자’와 ‘노무현의 남자’로 관심을 모았던 김해을에서는 김태호 새누리당 후보(52.1%)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 출신인 김경수 민주통합당 후보(47.9%)를 4.2%p 차이로 당선됐다.
다만 김해갑에서 김정권 새누리당 후보가(47.2%)가 민홍철 민주통합당 후보(48.3%)에서 1.1%p차로 석패하면서 지역구 수성에 실패했다.
결국 부산에서 5곳 중 3자리를, 경남에서 3자리 중 2자리를 차지했지만, PK지역이 새누리당의 텃밭인 점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승리가 아닌 아슬아슬한 승리라는 점이 고민거리다.
새누리당 의원은 “이 같은 결과는 의원 개인이 잘한다, 못한다를 떠나서 부산 바닥 민심이 큰 질적인 변화가 있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누리-민주 모두 유력 후보는 떠오르고 있지만, 변수는 안철수 신당 파급효과
부산의 민심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은 3선의 허남식 부산시장이 연임 제한으로 출마하지 못하면서 여러 명의 전현직 의원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우선 서병수 의원과 사상에서 3선을 한 권철현 전 주일대사가 출마 의사를 굳힌 상태다. 최근 지역 언론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한 김세연 의원도 ‘시장적합도 지지율 1위’에 연거푸 오르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재선의 박민식 의원도 출마를 깊이 고민 중이다.
여기에 부산뿐 아니라 중앙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김무성 의원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민주당의 경우 지난해 총선 때 부산진갑에 출마했던 김영춘 전 의원과 지난 2006년 부산시장에 도전했던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재기를 노리고 있다. 부산에서 내리 3선을 한 조경태 의원도 유력한 후보군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조 의원의 경우 부산 내에서 인지도가 엄청 높지만 조직으로 가게 될 경우 김 전 의원도 만만치 않다”며 “특히 조 의원은 독불장군이고, 친노(친노무현)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 의원의 경우 부산시장에 출마하려면 의원직을 사퇴해야 하는데 그렇게 될 경우 해당 지역구는 100% 새누리당에게 뺏기게 된다”면서 “부산시장 당선 가능성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과연 조 의원이 부산시장이라는 카드를 선택할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부산 출신인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행보도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독자세력화를 선언한 안 의원은 추석께 창당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지방선거에 출마할 부산시장 후보군을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안 의원이 독자세력화를 선언한 만큼 공개적으로 후보단일화는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물밑에서 민주당과 출마지역을 조율해 부산에서 독자후보를 내거나 민주당에게 양보할 경우 나름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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