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일방적인 이산가족 상봉 연기 조치에 네티즌 비난 봇물
"이산가족 상봉 문의, 적십자사 아닌 통진당에 해야" 비아냥도
북한이 오는 25일로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을 무기한 연기하며 "애국 인사에 대한 탄압 소동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하자 네티즌들이 분노로 들끓었다. 북한이 지칭한 '애국 인사'가 최근 내란 음모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을 나흘 앞둔 21일 북한이 돌연 행사를 연기했다. 나흘 밤만 자고 나면 60여년 만에 두고 온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버틴 이산가족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에는 남측에서 선정된 95명, 북측에서 선정된 100명이 서로의 가족과 친척들을 만날 예정이었다. 22일까지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준비해온 대한적십자사에는 각종 문의전화가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북측이 일방적으로 행사 연기를 통보하며 발표한 성명에서 등장한 ‘애국 인사’를 놓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21일 북한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남 관계가 남조선 보수패당의 무분별하고 악랄한 대결 소동으로 하여 또다시 간과할 수 없는 위기로 치닫고 있다”며 “대화와 협상이 진행될 수 있는 정상적인 분위기가 마련될 때까지 연기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연기를 원인으로 이석기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을 거론하며 “통일 애국 인사들에 대한 온갖 탄압 소동을 절대로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소위 ‘애국인사’를 남한에 두고 지령을 주면서 조종한다는 뜻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결국 이석기 의원을 보호하기 위해 이산가족을 빌미로 잡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산가족들 대부분이 고령자인 점을 두고 네티즌들은 “북한은 인간이기를 저버린 국가”라고 강도높게 분노했다.
지난 19일 남쪽 참가자였던 김영준(91)씨가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앞두고 자택에서 숨져 참가자 수가 96명에서 95명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평양이 고향인 김 씨는 6.25 전쟁 때 북한 인민군으로 참전했다가 포로로 잡힌 뒤 남한에 정착했다. 김씨는 이번 행사에서 북한에 있는 딸과 누나, 남동생 등을 만날 예정이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트 아이디 'white****'은 "애국인사 이석기? 북한이 이석기 구하자고 천륜을 끊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며 격분하며 "애초부터 이산가족을 만나게 하려는 인도주의적 생각이 없었던 북한이 이산가족들의 고통을 이용해 이석기 옹호에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음 아이디 'm***'는 “북한이 떠들수록 이석기 사건은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k***'은 "이산가족들이 왜 못 만나는지는 적십자사에 물을 것이 아니라 통합진보당에게 물어보는 게 빠르겠다"고 비꼬기도 했다. '윤**'는 "어떤 이유에서든 천륜을 끊는 것은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 아이디 'kicn***'는 "인질교환도 아니고 기다리는 분이 얼마나 많은데"라고 안타까워 했고 'ym**'는 "어르신들 나이에 부도 명예도 필요없다"며 "오직 살아생전 가족 얼굴 한번 보겠다는 건데 이걸 못지켜주냐"고 말했다.
한편, 이산가족 신청자 12만9035명 중 93.7%에 해당하는 12만860명은 북측의 가족 생사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2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민주당 인재근 의원은 통일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통일부 이산가족종합시스템에 등록된 이산가족 12만9035명 중 6.3%인 약 8175명이 북한에 있는 가족의 생사를 확인한 반면 93.7%가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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