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미안해 조심스레 그려본 박지성 복귀 효과


입력 2013.10.03 08:53 수정 2013.10.04 10:38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몸 상태 좋지 않은 박지성의 생각도 존중해야

현 홍명보호 퍼즐 바탕 되면 완성형 그림은 엄연한 사실

박지성이 떠난 빈자리는 여전히 허전하고 쓰리다. ⓒ 데일리안 스포츠

"다시 돌아올 생각 있으세요?”

구자철(24·볼프스부르크)이 지난 7월 한 예능프로그램에 동반 출연한 박지성(33·PSV아인트호벤)에게 국가대표팀 복귀 의사를 물었다.

박지성은 “많은 분이 원하지만, 아직 월드컵에 나갈 생각이 없다”며 “후배들이 성장했기 때문에 내가 비집고 들어가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진중한 박지성이기 때문에 강요는 조심스럽다. 설상가상, 박지성은 최근 네덜란드리그 8라운드 알크마르전에서 부상했다. 다친 부위가 아킬레스건 근처라서 정밀한 치료가 요구된다.

누적된 데미지도 박지성에게 복귀 부탁을 하기 어려운 이유다. 서른셋의 박지성은 철저한 몸 관리로 정평이 났지만 관절이 성치 않다. 소위 '맨땅 세대'로 어린 시절 완충 없는 흙바닥에서 공을 차며 성장한 탓에 지금도 발목이 썩 좋지 않다.

여기에 무릎 연골은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지난 2003년 연골판을 제거한 뒤 2007년 재생수술을 받았다. 이후 피로가 쌓이면 단축되는 연골수명 탓에 서른 살에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했다. 매 경기 피를 토하는 ‘사생결단 자세’가 독이 된 셈이다.

축구계는 이런 박지성 사정을 잘 알기에 붙잡지 않았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도 최근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말로 박지성 입장을 배려해줬다.

그럼에도 박지성이 떠난 빈자리는 여전히 허전하고 쓰리다. ‘염치없는 부탁’임은 분명하지만, 과도기 대표팀 현실을 바라보면 박지성이 애타게 그립다. 구자철, 기성용, 이명주 등 출중한 미드필더가 등장했지만, 시너지 효과는 박지성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02 한일월드컵 시절, ‘막내’ 박지성은 대표팀의 기특한 귀염둥이였다. “최전선에 박지성, 본진에 박지성, 후방에 박지성이 있다”는 외신의 극찬 속 이등병 박지성은 한 발 더 뛰며 선제 타격하고 재빨리 돌아와 방어선까지 구축했다. 11년이 지난 지금의 박지성도 변함없이 총대를 멘다. 최근 AC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선 68분간 8.8Km를 뛰어 집중조명을 받았다.

박지성은 무작정 달리지 않는다. 공간 이해도가 높아 목적 있는 뜀박질을 한다. 한 명이지만, 두 명의 압박효과, 집념의 인터셉트, 빈자리를 찾아내 패스 구심점 역할까지 해낸다. 박지성을 가리켜 거스 히딩크와 알렉스 퍼거슨 등 명장들은 “현역 최고급 팀 플레이어”라고 입을 모은다.

어수선한 현 대표팀엔 박지성이 필요하다. 기성용 SNS파문 이후 유럽파와 국내파 사이 괴리감이 있다. 흩어진 퍼즐조각을 하나로 모을 판이 있어야 한다.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그라운드 밖에선 홍명보 감독이, 안에선 ‘영원한 캡틴’ 박지성이 지휘한다면 깔끔한 퍼즐이 될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박지성에게 복귀 강요는 조심스럽다. 다만, 대표팀에 박지성과 같은 존재가 필요함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후배들의 정신적·육체적 안식처가 돼준 안정환처럼 박지성도 브라질 월드컵 지주가 되길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충민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