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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초 폐기' 참여정부 3인방의 3색 변명


입력 2013.10.13 10:32 수정 2013.10.13 10:38        조성완 기자

원본 있다던 문재인, 오락가락 김경수, 기록 책임자 임상경

지난 2007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미이관 문제로 정치권이 시끄러운 가운데, 3명의 인물을 향해 대화록 실종에 대한 직·간접적인 책임 소지가 제기되고 있다.

참여정부 마지막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 남북정상회담에 배석해 휴대용 디지털 녹음기로 대화 내용을 녹음한 뒤 국가정보원에 넘긴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 대화록 이관작업에서부터 보관까지 과정을 주관한 임상경 전 대통령기록관장이 그 대상이다.

‘비서실장’ 문재인, 잠자던 대화록 원본 공개 주장...정치적 책임 압박

이른바 ‘사초 실종’ 논란을 두고 정치권의 이목은 가장 먼저 문재인 의원을 향해 쏠렸다. 문 의원은 참여정부 마지막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정상회담 대화록 작성이나 국가기록원으로 대통령 기록물을 이관하는 일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의원은 지난 4일 검찰 수사 발표에 대해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대화록은 있고, NLL 포기는 없었다’는 것”이라고 밝힌 뒤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 의원이 져야할 구체적인 법률적 책임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정치권은 문 의원의 ‘정치적 책임’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문 의원이 대화록 원본 공개를 강력히 주장, 민주당의 당론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갈 수가 없는 상황이다. 본인 스스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화록 공개를 주장한 것은 성급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민주당 내에서조차 문 의원이 입장을 밝혀야 그에 맞춰서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며 조속한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의원이 적절한 시점에 입장을 밝히지 않겠느냐”고 했으며, 박지원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친노그룹과 노무현 재단 측이 정리된 입장을 내놔야만 민주당도 함께 보조를 취할 수 있는데, (현재 상황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심지어 조경태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 시점에서는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문 의원이 입장표명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새누리당도 문 의원의 ‘정치적 책임’에 대해 압박을 가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사초 폐기에 관여한 인사는 역사적·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초 폐기가 드러나자 정치생명까지 걸겠다고 했던 문 의원은 일언반구도 없다.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문 의원은 10일 오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검찰은 언론플레이 대신 묵묵히 수사에만 전념, 수사 결과로만 말해야 한다”며 검찰을 비판했을 뿐, 대화록에 대한 언급은 자제했다.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 비서실 임상경 기록관리비서관(왼쪽부터), 김경수 연설기획비서관, 이창우 1부속실 행정관이 1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담록 등 참여정부는 대통령기록물을 모두 이관했다고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회담 녹음’ 조명균 “노 전 대통령이 삭제 지시했다” 진술...이후 번복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은 대화록 사태 해결의 핵심 열쇠다. 2007년 당시 정상회담 발언을 직접 녹음하고 삭제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조 전 비서관은 김만복 전 국정원장과 정상회담에 직접 배석해 휴대용 디지털 녹음기로 회담을 녹음했다. 그는 회담 뒤 서울로 돌아와 국정원에서 푼 녹취파일과 자신이 직접 적은 메모를 토대로 대화록을 작성, 이지원을 통해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조 전 비서관은 올해 초 검찰 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이 삭제를 지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지난 5일 검찰 소환조사에서는 ‘회의록을 폐기하라는 노 전 대통령의 명령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 기존의 진술을 번복했다. 조 전 비서관 측은 진술 번복이 아니라 진의가 왜곡됐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이날 ‘동아일보’에 따르면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이 이지원에서 삭제된 회의록 최종본을 별도의 파일로 보관하고 있다가 ‘봉하마을 이지원’에 따로 올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그는 회의록을 올리면서 노 전 대통령에게 ‘혼자만 보십시오’라는 메모를 첨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말이 사실이라면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된 이지원에는 없었던 대화록이 봉하 이지원에서는 발견된 이유가 설명된다. 애초에 이지원에 대화록을 등록하지 않았던 것이다.

검찰은 또 조 전 비서관이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2007년 10월 4~8일 국가정보원과 협의해 작성한 회의록 1차 완성본을 이지원을 통해 같은 달 9일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노 전 대통령은 ‘난 이렇게 이야기한 적 없는데 왜 이렇게 정리돼 있느냐. 내 의도와 다른 것 같다. 수정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10일 만에 결재한 사실을 확인했다.

결국, 정상회담 참관부터 이후 대화록 정리까지 대화록이 생성되는 모든 과정을 주도한 조 전 비서관은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핵심 인물이다. 그의 입에 모든 것이 달려 있는 것이다.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최근 “침묵은 금이 아닌 죄악이다. 희대미문의 사초 도난 사건에 대해 역사 앞에 죄를 지어서는 안 된다”며 조 전 비서관이 진실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대화록 보관’ 임상경, 이관 작업부터 보관까지 전 과정 주관...그런데 왜?

임상경 전 대통령기록관장은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6년부터 2007년 12월까지 대통령기록관리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등 대통령기록물 이관 작업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2008년에 초대 대통령관장을 지냈다. 노 전 대통령이 ‘기록’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 본 사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임 전 관장은 지난 7월 국가기록원에 정상회담 대화록이 없는 것으로 밝혀지자 김경수 전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대화록을 포함해) 전부 다 넘겼는데 왜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2007년 1월 국정원의 초안 작성 뒤 그해 12월 이지원을 통해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고, 2008년 1월 이지원과 연계된 국가기록원 시스템에 자동 이관됐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 기록물 훼손 가능성도 제기할 정도 자신감을 보였지만, 검찰은 이들의 주장과 상반된 결과를 발표했다.

이관 작업에서 빈틈을 보인 임 전 관장은 보관과정에서 또다시 큰 실수를 저질렀다. 대통령기록관장으로서 직무유기를 한 것이다.

참여정부 이전까지 대통령기록물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됐다. 이로 인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통치 관련 기록이 제대로 보관되지 않자,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7월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을 만들고 대통령기록관을 마련했다.

또 대통령기록물관리법상 대통령기록관장의 임기를 5년으로 보장했다. 이는 이전 정부 출신 인사가 전직 대통령의 기록물을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취지에서 마련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마련한 법의 취지대로라면 임 전 관장은 대화록이 대통령기록관으로 회수되지 않은 사실을 파악한 즉시 경위를 파악하고 즉각 회수에 나서야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이관 작업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화록 미이관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으며, 이후에도 해당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조성완 기자 (csw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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