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 믿다가 참패한 민주당 "뭐가 문제?"
재보선 결과 대선보다 격차 2배 "예상은 했지만..."
당내에서도 "인지도 감안해도 '정권심판' 전략의 실패"
‘예상은 했지만….’
민주당이 30일 치러진 경기 화성갑과 경북 포항남·울릉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대패(大敗)한 뒤 일각에서 “당의 전략수정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두 곳 모두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불리기 때문에 민주당은 당초부터 패배는 감수하더라도 득표율만은 최대한 좁혀 ‘의미 있는 패배’를 하자는데 방점을 뒀지만, 결과는 참패(慘敗)였다.
특히 민주당은 화성갑에 기대를 걸었지만, 자당 오일용 후보(29.2%)는 서청원 새누리당 후보(62.7%)에게 33.5%p 차로 패했다. 야권에 속하는 홍성규 통합진보당 후보의 8.1% 득표를 오 후보에게 더해도 여야 간 득표율 차는 25.4%가 났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문재인 민주당 후보 간 차이가 12%였음을 상기한다면 2배 이상 격차가 벌어진 것.
당초 민주당은 서 후보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을 활용해 이번 화성갑 선거에 정권심판의 의미를 담으려했다. 이에 따라 대선 때 벌어졌던 ‘12%’ 차이를 조금이나마 좁힌다면 사실상 ‘민주당의 승리’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선전을 해왔다.
그간 주변상황도 민주당의 이 같은 ‘정권심판 전략’을 도왔다. 국정원을 비롯한 주요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건 정황이 속속들이 드러났다. 아울러 국정원 사건을 수사했던 윤성열 특별수사팀장의 업무배제 사건이 터졌고, 선거 당일에는 윤 팀장이 주축이 돼 제출한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공소권 변경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다만 결과적으로 성과는 없었다.
민주당에선 이를 두고 “‘정권심판 전략’이 실패했다”는 평이 나온다. 즉, 국정원 사건 등에 너무나 매몰돼 민심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꿰뚫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쪽에선 당 지도부에게 책임을 돌리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화성에서 지도부 현장회의를 열거나 유세를 돕는 등 도울 만큼 도왔다는 의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태다.
여기에는 전문가들도 궤를 같이 한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31일 MBC라디오에서 “야권이 제기하는 부정선거나 정권심판론이 민심까진 먹혀들고 있지 않다는 게 확인되고 있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향후 대여투쟁 동력을 끌어올리는데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르겠다는 분석이 있다”고 말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도 이날 YTN라디오에서 “사실 여당지형이긴 하다”면서도 “서 후보의 후보지명 과정에서의 문제점 지적(현금 비리 사건 등)이나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약간 유보하는 의견들이 있었던 것, 최근 국정원 댓글 사건 등이 진행되는 것을 감안했을 때 35%정도의 차는 너무 큰 게 아니냐는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전략의 문제? 인지도 차이 때문"
새누리당에서도 승기를 잡은 요인을 민주당의 ‘정권심판 프레임’ 때문으로 분석했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결과를 통해 분명해진 것은 민주당의 대선불복·정권심판이 국민에게 외면당했다는 것”이라며 “이는 후진적 정치문화에 대한 심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서 후보 또한 CBS라디오에서 “일부 국민은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이 많지 야당이 당면한 정치공세에 감흥이 없다”고 말했다.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도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야당이 선거과정서 끊임없이 정권심판론을 제기했고, 실체가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권력기관의 대선개입을 통한 부정선거라며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일련의 정치공세를 국민 여러분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반증이 아니냐는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민주당으로선 속이 타들어가는 발언들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권심판 전략’을 쉽사리 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은 평화방송 라디오서 “이 문제(국정원 등 선거개입)에 관해선 국민의 분노가 계속되고 있고, 국정감사를 마무리하고도 따질 생각”이라며 “진실을 향한 진상조사에 대한 우리의 노력은 멈출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민 본부장은 또 ‘정권심판 전략’에 흠집이 났다는 평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지역선거로 치러져 주민들이 지역개발에 대한 기대 때문에 신기루를 오아시스로 판단하는 지점이 있지 않았느냐는 생각”이라며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 지역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이 아닌 인지도 문제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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