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녹색한복입고 동포 간담회 참석하더니...
프랑스와 ‘기업인 사증간소화 협정’ 추진 내용 밝히며 경제행보
박근혜 대통령이 금박 무늬가 박힌 짙은 녹색 한복을 입고 나타나자 르 그랑 인터콘티넨털 호텔 1층 간담회장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박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각) 프랑스에 도착해 두 번째로 발길을 돌린 동포 오찬 간담회서다.
박 대통령은 “유럽 순방을 여러분과의 만남으로 시작하게 돼 기쁘다”고 인사말을 한 뒤 “프랑스는 젊은 시절에 미래의 꿈을 안고 유학왔던 곳인데, 어머님께서 갑자기 돌아가셔서 유학생활을 접고 귀국해야 했었다”며 “하지만 당시 그르노블에서 보냈던 짧은 시간은 아직도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고 유학시절을 회상했다.
박 대통령은 “그로부터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는데 이렇게 대통령으로 다시 프랑스에 방문해 여러분을 만나 뵈니 감회가 남다르다”고 속내를 밝힌 뒤 새 정부 국정기조의 하나인 문화융성에 대해 먼저 운을 뗐다.
정명훈·백건우·강동석·김창렬 선생님 등 프랑스에서 높은 명성을 얻고 있는 문화예술인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한 박 대통령은 “그 뒤를 이어 젊은 예술인들이 국제적 권위를 가진 여러 콩쿠르에서 빼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다”고 높이 평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앞서 방문한 프랑스 한류 팬클럽 ‘봉주르 코레’가 주최한 ‘한국 드라마 파티’행사를 언급하며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에 조선관을 열어 동방의 나라 한국을 소개한지 100년이 조금 넘은 지금, 이렇게 한국 문화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데에는 재불 동포사회 여러분의 노력이 컸다”고 치하했다.
박 대통령은 “한국 정부는 지금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기반 구축을 4대 국정기조로 삼아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과 창조경제 협력을 통해 경제부흥의 토대를 더욱 굳게 다지고 문화교류의 폭을 더욱 넓혀서 문화융성의 길을 닦는 것이 이번 순방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라고 밝혔다.
또한 박 대통령은 “순방을 통해 프랑스 정부와 창의적 협력을 강화해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협력과 상생의 토대를 만들 계획”이라며 한국과 프랑스가 독창적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가꿔왔고 지금은 첨단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나라로 공통점이 많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가 프랑스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고 소개한 박 대통령은 “콘텐츠간 융합, 기술과 문화간 융합이 양국 사이에서 활발하게 벌어지면 그 성과물들이 양국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고 그런 협력의 과정에서 동포 여러분에게도 더 많은 기회의 문이 열릴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문화융성이 바로 창조경제의 협력과 상생의 토대라는 의미다.
“프랑스와 ‘기업인 사증 간소화 협정’ 추진중”
아울러 박 대통령은 경제 외교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프랑스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이 비자와 체류증 발급에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업인 사증 간소화 협정’을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발족한 ‘FTA 활용지원 대책반’의 역할을 강화하고 양국간 제도적 협력체를 더욱 활성화해 기업인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할 것도 다짐했다.
문화융성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교육’이라는 박 대통령은 “유학생과 동포 여러분의 오랜 숙원인 파리국제대학촌 한국관 건립도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설계비 20억원을 반영시켜 놓았다”고 밝혔다.
‘글로벌 한민족 네트워크’의 확충도 강조한 박 대통령은 “최근 파리를 비롯한 유럽 대도시에서 동양인 대상의 범죄가 증가하고 있어 걱정이 많다”며 동포들의 재산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프랑스 정부와의 협력을 더욱 긴밀히 해나갈 것도 약속했다. 이어 프랑스 전역에 걸쳐 생활하고 있는 재불 동포들에게 먼저 찾아가는 영사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동포들에게 민족혼을 심어주기 위해 정체성 교육 강화를 중요한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추진해 가고 있다는 박 대통령은 “주요 도시에 14개의 한글학교를 운영하면서 차세대 교육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정부는 우리 차세대 동포들이 한민족의 긍지를 갖고 당당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 가겠다”고도 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이 밝힌 ‘기업인 사증 간소화 협력’과 관련해서는 오는 4일(현지 시각)에 있을 프랑수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야기를 나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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