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만리장성 넘었지만 후지산 폭발에 막혔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3.11.04 09:31  수정 2013.11.04 09:38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 결승서 일본에 43-65 완패

한국, 노장 의존도 높아 미래 암울..중국전 승리 의미 없어

한국은 중국을 두 번 모두 이겼지만, 일본에 두 번 모두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 연합뉴스

여자농구의 명예회복은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만리장성 공포증은 극복했지만, 후지산의 폭발은 막지 못했다. 1차 목표였던 농구월드컵 출전권은 획득했지만 6년만의 아시아 정상탈환이 못내 아쉬운 결승전이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의 투혼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선수들의 문제가 아닌, 대표팀의 객관적인 경쟁력으로 화두를 돌리면 높은 평가를 주기는 어렵다.

한국 여자농구대표팀은 3일 태국 방콕 유스센터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제25회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일본에 43-65으로 패하며 3회 연속 준우승에 그쳤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중국을 두 번이나 이겼지만 반대로 일본에는 두 번 모두 덜미를 잡혔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유일무이한 7전 전승으로 우승을 달성했다. 종래 중국>한국>일본 순이던 아시아 여자농구의 서열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삼각 구도 속에 앞으로 가장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는 것은 바로 한국이다.

우승팀 일본의 성장은 이미 수년전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일본이 더욱 무서운 것은 이번 대회에서 최고참 오가 유코(31)를 제외하면 모든 선수들이 20대로 구성된 젊은 팀이라는 점이다.

비록 이번 대회 성과는 좋지 않았지만 중국 역시 적극적인 세대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대표팀의 중추로 활약해온 83년생 동갑내기 트리오로 꼽히는 천난, 마젱유, 마오리지에 중에서 이번 대표팀에 합류한 것은 천난 뿐이었고 나머지는 대부분 국제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이었다. 만일 마젱유나 마오리지에, 첸샤오리 같은 선수들이 모두 정상적으로 합류했더라면 한국은 더욱 힘겨운 승부를 펼쳐야 했을 것이다.

반면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여전히 변연하나 신정자 같은 베테랑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최윤아, 하은주 같은 선수들마저 대거 부상으로 제외되며 선수층이 더욱 얇아졌다.

주전과 벤치의 기량차이가 크다는 것은 이번 대회 한국 여자농구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었고, 결국 대회 후반부로 갈수록 체력전에서 불리한 양상으로 나타났다. 중국과의 준결승전에서 모든 힘을 쏟아 부은 한국이 정작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무기력하게 패배한 이유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일본이나 중국이 2~3년 뒤가 더욱 무서워질 팀이라면, 한국은 당장 베테랑들이 은퇴하고 나면 지금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일본에게 두 번 모두 패했고, 대만에게도 덜미를 잡혔다. 냉정히 말해 중국의 전력이 기대 이하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전 2연승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높이의 열세는 앞으로 더욱 커질 수 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중국-일본을 상대로 높이에서 심각한 열세를 면치 못했다. 중국은 천난이 아직 건재하고, 결승에서 한국을 유린한 도카시키 라무 역시 91년생의 어린 선수다.

한국은 부상이 잦은 하은주를 제외하면 190대 이상의 장신센터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대표팀 센터진의 평균 신장은 약 180cm대 초중반에 불과했다. 국가대표팀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중학생 유망주 박지수(193cm)가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세대교체와 전력강화를 위한 장기적인 대안 모색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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