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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의원님, 그대만 잘 하시면 되는 겁니다"


입력 2013.11.05 16:44 수정 2013.11.05 17:02        김지영 기자

<기자수첩>4일 국정원 국감 내용 브리핑 놓고 또 한번 해프닝

“김정은, 총공격 명령 대기 지시.”

지난달 8일 출처도, 내용도 없는 한 줄짜리 속보에 언론이 발칵 뒤집혔다. 속보가 보도되고 한 시간 가량 유관 정부부처 기자실에는 비상이 걸렸다. 발언의 출처로 추정되는 국회 정보위원회는 비공개 회의가 진행 중이었고, 정부는 상황파악도 못하고 있었다. 그저 정부의 발표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해당 보도는 희대의 오보로 판명됐다. 정보위 여야 간사인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과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정회 중 공동브리핑을 갖고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의 업무보고 내용을 소개했다.

이 과정에서 조 의원은 남 원장의 발언을 인용,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총공격 명령 대기를 지시했는데, (이는) 총공격 명령이 떨어지면 속도전으로 일체가 돼 강력한 집단적 힘을 통해 각 동지들이 자기 초소에 놓여있는 무궁무진한 창조적 발상으로 서로를 위해 해야 한다는 지시”라고 밝혔다.

조 의원의 브리핑은 20여분 간 이어졌고, 이 사이 각 언론사는 “김정은, 총공격 명령 대기 지시”라는 제목의 속보를 쏟아냈다.

하지만, 조 의원의 브리핑이 끝나고 정 의원은 전혀 다른 내용의 브리핑을 했다. 정 의원은 “국정원이 합정동 모임 녹음 일부 공개했고, 내용은 이석기 의원의 음성이 맞았다”고 말했다. 이후 조 의원의 브리핑 내용이 잘못된 것을 확인한 정 의원은 별도의 브리핑을 갖고 “이 의원의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발언의 출처가 생략된 브리핑으로 인해 이 의원이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 모임에서 발언한 내용이 김정은의 발언으로 왜곡된 것이다. 정 의원이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기까지 각 포털사이트는 해당 기사들을 메인 뉴스로 노출했고, 수많은 네티즌들은 이들 기사를 사실로 믿고 동요했다.

지난 4일 국정원 국정감사에서 두 간사는 같은 과오를 반복했다. 사안의 경중은 다르지만 이들은 남 원장의 발언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틀린 내용을 말하거나 출처를 생략하는 등 실수를 저질렀다.

국회 정보위원회 정청래 민주당측 간사의 국정원 국감 브리핑 해프닝이 회자되고 있다. 사진은 국정원 감사를 위해 국정원에 들엇고 있는 정청래 의원. ⓒ데일리안

먼저 두 간사는 남 원장이 국정원 직원의 댓글작업을 시인한 문제를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을 했다. 조 의원은 남 원장이 검찰 조사에서 밝혀진 댓글 5만5000여 건 가운데, 2300건에 대해서만 사실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2만여 건은 국정원 직원의 것이 아니고, 2만5000여 건은 확인 중이라고 답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정 의원은 남 원장이 2만여 건에 대해 국정원 직원의 작성 사실을 인정했다고 반박했다. 조 의원의 질의 땐 남 원장이 2300건만 인정했지만,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선 이처럼 답했다는 것이다.

결론은 정 의원이 맞았다. 두 간사가 국정원 측과 속기록을 확인한 결과, 남 원장이 정문헌 의원의 질의에서 2만여 건에 대한 작성 사실을 인정한 것은 맞지만, 2차장은 “나머지 2만5000여 건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나머지 2만6000건은 우리 계정인지 확인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후 남 원장도 발언을 정정했다.

이 문제로 브리핑이 있었던 임시 기자실은 한동안 혼란이 빚어졌다. 기자들은 1개월 전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정확한 확인을 요청했고, 추가 브리핑이 있기까지 40여분 동안 속절없이 기다렸다.

하지만 사실관계가 바로잡힌 뒤, 정 의원의 발언은 뜬금없었다. 정 의원은 ‘김정은 총공격’ 사태를 의식한 듯, 웃으며 “나는 오보를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문헌 의원의 질의 때 답변만 따지자면 자신의 말이 맞단 소리다. 사실 “사실관계에 착오가 있었다. 혼란스럽게 해 미안하다”는 답을 기대했다.

이후에는 정 의원의 일방적인 실수가 이어졌다. 정 의원은 국정원이 심리전단을 폐쇄했고, 검찰로부터 트위터글 의혹을 받고 있는 22명이 국정원 직원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김정은 총공격’ 해프닝의 당사자인 조 의원을 기자들 앞에서 짓궂게 놀리면서 자신의 주장에 확신을 갖고 브리핑에 임했다.

하지만 이날 밤 9시 30분과 10시 31분 기자들에겐 국정원 대변인으로부터 전혀 다른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전달됐다.

“심리전단은 댓글사건 당시 조직을 폐쇄한 것이고, 대북심리전은 지속합니다. 과학정보차장도 설치, 운영 중이며 앞으로의 계획이 아닙니다. 국정원 대변인.”

“참고로 국감장에서는 심리전단을 폐쇄했다는 보고가 없었고, 정청래 의원의 브리핑에서만 나온 것입니다. 트위터글 22명도 ‘국정원 직원이 맞다’가 아니고 검찰로부터 소환을 요구받은 22명에 대해 내주 7명이 응할 것으로 답한 것입니다. 국정원 대변인.”

다행히 지난달과 같은 큰 사고는 없었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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