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vs.아사다]두 번째 원격스파링, 그리고 올림픽
지난 시즌과 유사한 대결 구도..직후대회 영향 미쳐
B급대회 및 파이널, 올림픽 직전 치르는 '실전 리허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싱글 금메달을 놓고 대부분의 언론과 전문가들은 ‘피겨퀸’ 김연아(23)를 몸 상태가 정상이라는 전제 하에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고 있다.
실제로 미국 유력 스포츠 언론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 인터넷판은 최근 소치올림픽에서 보게 될 스타들을 미리 짚어보는 '동계올림픽의 낯익은 얼굴들'이라는 화보 형식 기사에 김연아를 포함시켰다. 소개한 20명의 선수들 가운데 여자 피겨 스케이팅 선수는 김연아가 유일했다. 김연아가 그 어떤 경쟁자 보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라는 사실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SI’는 김연아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2년간 쉬었지만 지난해 복귀해 세계선수권 정상에 등극하며 건재를 알렸고, 오른발 부상에서 회복하기만 한다면 강력한 금메달 후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같은 주변의 기대를 어깨에 짊어진 김연아가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 시즌을 시작한다. 다음달 5일(현지시각)부터 8일까지 크로아티아에서 열리는 B급 국제대회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 참가해 올림픽 시즌 프로그램을 공개하면서 소치 동계올림픽의 실전 리허설을 치른다.
널리 알려져 있듯 김연아는 올림픽 시즌 쇼트 프로그램의 배경음악으로 친숙한 뮤지컬 곡인 'Send in the Clowns(어릿광대를 보내주오)', 프리 스케이팅 배경음악으로 정열적인 탱고곡인 'Adios Nonino(아디오스 노니노)'를 선택했다.
김연아의 프로그램 선곡은 강렬한 쇼트 프로그램과 우아하고 드라마틱한 프리 스케이팅이라는 이전의 패턴과는 정반대 패턴의 선곡인 데다 프로그램의 난이도 역시 김연아 스스로 ‘후회했다’고 언급할 정도로 높아 체력적인 부담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연아가 부상 후유증에서 완전히 탈출해 새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2개월가량 늦게 올림픽 시즌을 시작하는 골든스핀 대회가 열리는 같은 기간, 일본 후쿠오카에서는 올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6명의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그랑프리 퀸’ 자리를 놓고 진검승부를 펼치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파이널이 열린다.
올 시즌 그랑프리 파이널에는 아사다 마오(일본), 애슐리 와그너(미국) 등 기존 세계 정상급 선수들에다 율리아 리프니츠카야, 안나 포고릴라야,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그리고 엘레나 라디오노바(이상 러시아) 등 러시아 유망주 4명이 참가 자격을 얻었다. 이들 가운데 올 시즌 총점 200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선수는 아사다가 유일하다는 점을 떠올릴 때, 실질적으로 아사다가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라는 데는 이의를 찾아보기 어렵다.
김연아는 크로아티아에서, 아사다는 일본에서 각각 경기를 치르지만 두 대회가 같은 시기에 열린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둘은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원격으로 실전 스파링을 치르게 되는 셈이다.
우연의 일치 치고는 상당히 재미있는 이런 상황은 작년에도 연출됐다. 김연아는 지난 시즌에도 그랑프리 시리즈를 건너뛰고 독일 도르트문트서 개최된 NRW트로피를 통해 복귀전을 치렀고, 같은 기간 아사다는 올해와 같이 그랑프리 파이널에 출전했다. 특히, 아사다가 출전한 그랑프리 파이널은 내년 소치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경기장에서 열려 그야말로 ‘소치 리허설’로 불렸다.
하지만 그랑프리 파이널이 열리는 같은 기간 김연아가 독일 NRW트로피에 출전함에 따라 세계 피겨팬들과 미디어의 시선은 아사다가 출전한 메이저 대회인 그랑프리 파이널이 아닌 김연아가 출전한 B급 국제대회인 독일 NRW트로피 대회로 쏠렸다.
결과도 김연아의 완승이었다. 아사다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시즌 최고점(196.80점)을 기록하며 먼저 기세를 올렸지만, 불과 하루 만에 김연아가 합계 201.61점으로 시즌 유일의 200점대 주인공이 되면서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결국, 세계선수권 무대에서도 아사다와의 격차를 더 벌리며 세계선수권을 탈환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고 김연아와 아사다는 소치 동계올림픽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다시 원격 스파링을 통해 경쟁 아닌 경쟁을 펼치게 됐다. 작년 상황을 되짚어 보면 둘의 원격 스파링의 내용과 점수가 소치 동계올림픽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비록 연기에 점수를 매기는 심판진의 면면이 다르고, 대회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나가는 점수가 다소 후하거나 반대로 다소 박하게 나갈 가능성은 있지만 대세를 거스르는 내용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결국,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에서 그동안 지적 받아온 회전수 부족이나 착지의 문제를 해결해야 김연아와 대등한 경쟁을, 김연아는 발등 부상으로 인한 연습 부족 내지 체력 저하의 우려를 말끔히 털어내야 기대하는 점수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김연아와 아사다가 2년 연속 같은 기간 펼치게 된 원격 실전 스파링에서 어떤 연기를 펼쳐 어느 정도의 점수를 얻을지, 그리고 내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이날의 결과가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인지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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