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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가 촉발한 전쟁, 수원지법은 지금...


입력 2013.12.03 09:19 수정 2013.12.03 18:24        김수정 기자

비표쟁탈전부터 증인 가리기용 검은 우산까지

연일 계속되는 북새통에 민원인들 불편 호소

13일 오후 경기도 수원지법에서 오는 14일과 15일, 18일, 19일 열리는 내란음모 사건 일반 방청권 추첨이 실시되고 있다. 1차 공판때는 선착순으로 방청권을 배부하면서 철야로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연합뉴스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공판이 지난달 12일부터 수원지법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사건의 중대성만큼이나 법원 안팎에서 각종 진풍경이 빚어지고 있다.

공판 초기 방청단의 비표전쟁을 치른 이후 증인들의 신변보호를 위한 차폐시설과 검은 우산까지 법정에 등장하는 등 일반 재판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들이 속속 등장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법정에 출입하는 기자들에 대한 신분확인 과정까지 까다로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이번 재판의 경우 증인 상당수가 국정원 직원들이거나 전 RO출신 녹취록 제보자, 전직 북한 공작원 출신 등이어서 일부 재판이 비공개로 진행돼 피고인측이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달 28일 열린 10차 공판에서는 이들은 검찰 측의 요구로 전직 북한 공작원 출신 곽모씨와 KT직원 강모씨의 신문이 갑작스럽게 비공개로 전환되기도 했다.

당시 피고인 김근래 씨는 “앞선 공판에서 한전직원 신문이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재판 이후 일부 매체에서 이를 우리에게 부정적으로 보도했다”며 “만약 (두 사람에 대한 재판을) 비공개로 할 경우 (이 내용에 대한 보도 관련)조치나 담보가 돼야 한다. 비공개로 되는 것이 우리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 있다”고 지적하며 공개재판을 요구했다.

그러나 재판장은 이들의 증언이 국가안보와 관련된 내용이고, 신변보호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일부 재판을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공개된 재판에서도 차폐시설과 검은 우산으로 증인들의 모습을 철저히 가리거나 일부 증인신문에 대해서는 취재원들의 법정 출석도 금지시켰다.

심지어 수원지법은 4차 공판부터는 비기자단은 물론 이미 신원이 확인된 기자단 소속 기자들에게도 일일이 법정에 출석할 때마다 비표와 자사 기자신분증까지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자들은 비표를 받고도 기자증을 소지하지 못해서 법정에 못 들어가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자임을 증명할 신분증이 없이 법정에 들어가려면) 팩스로 재직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을 보내라고까지 요구하는 등 지나치게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한 법원 관계자는 “피고인 측 변호인단이 30명이 넘는데 자주 법정을 왔다 갔다 하는 문제들도 있어 신분 확인이 중요해졌다”며 “기자들의 불편은 이해하지만 법정 내 안전을 위해서는 이 같은 절차가 불가피하다”고 해명했다.

비표전쟁부터 증인 가리기용 두개의 검은 우산까지 등장

이 밖에도 최근 수원지법 주변은 해당 재판이 있는 날마다 보수·진보 단체마다 거리 시위를 하고 있어 적게는 250명에서 많게는 800명이 넘는 경찰들이 만에 있을 사태에 대비, 철통 대비를 하고 있다.

특히, 첫 공판이 벌어진 12일부터는 수원지법을 들어가는 정문에서부터 경찰들의 검문이 이뤄져 일부 시민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50대 남성은 “이석기 때문에 괜한 시민들까지 검문을 받는 것이 불쾌하다”며 “특히, 어떤 사람은 ‘검문’을 하고 어떤 사람은 하지 않는 것도 기분이 나쁘다. 사람 얼굴보고 검문하는 것이냐”며 경찰들을 향해 거세게 항의를 하기도 했다. 수원지법 사거리에서 시위를 바라보던 40대 주부도 “이석기 재판으로 괜한 시민들만 불편을 겪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경찰 측에서는 이번 재판 초기부터 벌어진 보수·진보 단체의 치열한 비표전쟁을 포함한 거리 시위로 인한 안전사태에 대해 방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번 재판을 방청하고자 통진당 당원들과 탈북자 및 보수단체 관계자들 수십명은 방청권을 얻기 위해 영하의 날씨에도 릴레이 노숙을 이어갔다. 이들은 지난달 앞서 4차에 걸친 공판준비기일 동안 치열한 자리다툼으로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를 반복하다 결국 보수단체가 1차 공판을 앞두고 사흘 전인 9일부터 노숙투쟁에 나서 앞자리를 선점했다.

이처럼 방청권 확보 경쟁이 과열되자 법원은 14일 열린 2차 공판부터는 방청권을 선착순 배부하는 대신 추첨을 통해 나눠주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법원이 방청권을 추첨으로 배부하는 것은 처음이다.

비표 전쟁은 비단 일반인들에게만 준한 것이 아니었다. 단 10장만 배부되는 비기자단 비표를 얻기 위해 15개의 매체들이 새벽 6시부터 공포판사 직무실 앞에서 표를 기다리는 진풍경도 11월 공판 내내 이어졌다.

이 밖에도 1차 공판에서는 무려 5명의 방청객이 이 의원와 변호인단 자격으로 나선 이정희 통진당 대표에 비난을 쏟으며 법정에서 쫓겨나는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이날 재판에는 26명의 일반인 방청객 모두 탈북자 출신 보수단체 회원들이었다. 이들은 이 대표와 이 의원의 발언마다 울분을 쏟아냈다. 결국 재판부는 이날 퇴정당한 5명 중 3명에 대해 감시재판을 조치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다행히 1차 공판 이후 비표가 추첨제로 배부되면서 2일 12차 공판 현재까지는 이 같은 상황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고 있다.

한편 수원지법은 2일 12차 공판을 포함, 약 40%이상 진행된 이번 재판을 이번 달에도 일주일에 4회씩(월화목금)씩 총 18번의 릴레이 재판을 이어갈 방침이다.

법원은 오는 23일부터 내년 1월3일까지 2주간 동계휴정에 들어가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피고인 7명이 모두 구속된 상태이고 집중심리 중인만큼 휴정과 관계없이 재판이 계속 진행한다고 밝혔다.

김수정 기자 (hoho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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