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족 헤쳐모여!' 3약, 스피드 전쟁 선전포고
정근우·이용규·이종욱·이대형 등 하위권 3팀으로 이동
도루왕 경쟁 후끈..스피드 야구로 상위 도약 기대
NC 다이노스, KIA 타이거즈, 한화 이글스는 지난 시즌 나란히 7~9위에 머물렀다.
비록 하위권이지만 NC는 신생팀으로서 예상 밖의 좋은 성적을 올렸다. 반면, KIA와 한화는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지키지 못했다는 혹평에 시달렸다. 특히 우승 후보였던 KIA가 신생팀에 밀렸다는 사실은 많은 부상자들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선뜻 이해하기 힘든 결과다.
약속이라도 한 듯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상당한 변화를 겪었다. 첫해 '이호준 효과'를 톡톡히 누렸던 NC는 베테랑 이종욱(중견수), 손시헌(유격수)을 영입하며 단숨에 센터 라인을 채웠다. 둘은 공수에서 중심을 잡아줄 경험 많은 선수들이다.
한화 역시 오랜만에 큰손의 힘을 발휘했다. 이용규(중견수)-정근우(2루수)라는 발 빠른 국가대표 선수들을 싹쓸이, 테이블세터진을 리그 최강으로 끌어올렸다. 김태균-최진행 등 거포들에게만 의지했던 타선이 발 빠른 타자들과 함께 어떤 시너지효과를 불러일으킬지 기대되는 이유다.
이에 반해 KIA는 출혈이 너무 컸다. 우완 에이스 윤석민의 해외 진출이 유력한 가운데 간판타자인 이용규를 빼앗겨 공수에서 비상이 걸렸다. 부랴부랴 LG 이대형을 데려왔지만 타격 면에서 이용규 공백을 완전히 메우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물론 야구는 워낙 변수가 많은 스포츠인 만큼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네임밸류를 믿고 거금을 투자했던 선수가 급격한 하향세를 겪는가하면, 별반 기대도 안했던 이적생이 펄펄 날며 성공신화를 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른바 준족들의 집합이다. 리그에서 손꼽히는 준족들은 공교롭게도 이들 3팀에 헤쳐 모였다.
이종욱을 영입한 NC에는 지난 시즌 도루왕 김종호가 버티고 있다. 이종욱 역시 도루왕 출신인 만큼, 도루 쇼에 대한 기대가 크다. 삼성에서 오랫동안 2군 생활을 하다 NC에서 만개한 김종호, 현대에 입단했지만 빛을 보지 못하고 방출된 후 두산 신고 선수로 입단한 이후 빛을 본 이종욱은 성장배경도 닮은 구석이 많다.
국가대표 테이블세터 이용규-정근우에 대한 한화 팬들의 기대 역시 크다. 한화는 대대로 준족들이 귀한 편이었는데 이들의 합류로 팀 색깔의 변화가 감지된다. 이들은 빠른 발뿐 아니라 언제든지 3할을 노릴 수 있는 강타자들이라는 점에서 상대팀들에 큰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욱이 한화에는 대한민국 역대 최고의 도루왕으로 꼽히는 이종범이 주루 코치로 버티고 있어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KIA 역시 주루 면에서는 전혀 아쉽지 않다.
이용규의 빈자리는 발 하나만큼은 더 빠른 ‘슈퍼소닉’ 이대형이 얼마든지 채울 수 있다. 여기에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한 단계 진화한 신종길에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으로 유명한 김주찬까지 준족들은 차고 넘친다. 이대형-신종길-김주찬은 스피드 하나만을 놓고 따졌을 때는 리그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선수들이다. 공격적인 부분에서 KIA가 유일하게 믿는 구석이기도하다.
준족들의 대이동이 프로야구 판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것인지, 스피드 전쟁은 이미 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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