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전화에 잠 못드는 청와대 참모진들
박 대통령 소통 스타일 '전화로 수시로 언제 어디서나'
형식적 소통보다 실질적 의견교환 중시…참모진 "이젠 적응"
“잠을 못자. 그래도 이제 적응됐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4일 청와대 출입기자단 송년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자주 받느냐는 질문에 웃으며 이 같이 답했다.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낮 시간엔 개인용 휴대전화를 거의 떼어놓지만, 대통령의 전화가 언제 걸려올지 모르기에 업무용 휴대전화는 항상 손에 들고 다닌다고 말했다.
한 수석비서관급 관계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휴대전화를 지참하는 것을 “전화를 모시고 산다”고 표현했다. 박 대통령이 시도 때도 없이 업무와 관련한 사안을 물어보는 통해 휴대전화가 ‘모시고’ 살 만큼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이 관계자는 “저녁에 술 생각은 꿈도 못 꾼다”고 하소연했다.
이는 박 대통령의 새로운 소통 스타일이다. 기존 소통이 주로 회의 등 공식석상에서 이뤄졌다면 최근 들어선 수시로 전화와 서면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정책의 추진 상황이나 경과는 서면으로 보고받되, 의사 조율이 필요한 부분에 있어선 전화를 통해 언제든 의견을 주고받는 식이다.
박 대통령이 최근 해외 순방을 비롯한 각종 외부일정으로 부득이하게 수석비서관회의 등을 주재하지 못하는 상황이 잦아지면서 형식적인 소통보단 실질적인 의견 교환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수석비서관회의의 형식도 크게 변했다. 기존 회의가 정책의 추진 상황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면, 지난 9일 회의에선 추진이 원활하지 않은 특정 정책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다. 개별 사안에 대한 경과 등은 수시로 보고됐기에 회의에서까지 중복 보고돼 회의 시간을 허비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일례로 9일 회의에선 복지정책을 국민에게 홍보하는 문제를 놓고 집중 토론이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다자녀 가구임에도 어떻게 혜택을 받는지 몰라 고민하는 주부의 이야기 등 구체적인 사례들을 언급하며 온·오프라인을 활용한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에게 정부의 정책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정현 홍보수석은 10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성과 위주보단 정책 시행 과정에서 어떤 벽에 부딪쳤고, 어떤 점이 현실과 맞지 않아 고쳤고, 그 과정이 어땠고, 효과가 어땠고, 지금 지체되는 정책을 어떻게 바꾸면 더 큰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점 등에 중점을 둔 점검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특히 이날 회의는 토론이 길어지는 바람에 당초 다섯 명의 수석이 보고하기로 예정됐던 것이 두 수석의 보고로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마저도 시간이 모자라 박 대통령이 매우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도 전화를 통한 수시 소통을 강화하면서 이 같은 형식으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할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동안 대통령은 회의보다 더 많은 횟수의 개별보고를 받고, 지시를 하고, 이렇게 한 사안들을 중간 중간 보고받았다”며 “보고란 게 한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뒤에 진척된 것, 그 뒤에 또 다른 진척된 것을 꼼꼼히 챙겨야 하기 때문에 수시로 많은 토론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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