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오락가락’ 냉정하게 바라본 골든글러브
이번에도 외국인 투수 외면, 배영수 2위 기염
멋쩍은 강민호, DH 후보 기준 또 손질 이호준 탈락
프로야구 한해를 마무리 짓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이번에도 모호한 ‘기준’으로 인해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2013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개최했다. 모두 10개의 황금장갑이 주인을 찾은 가운데 올해 역시 일부 수상자에 대한 논란이 이는 상황이다.
1루수 박병호와 3루수 최정, 유격수 강정호, 외야수 최형우·손아섭 등 대부분의 선수들은 이견의 여지가 없을 압도적인 기량을 펼친 선수들이다. 반면, 팬들의 입방아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포지션은 3곳. 투수와 포수, 그리고 지명타자 부문이다.
특히 투수 부문은 시상식이 열리기 전부터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포지션이다. 일단 승자는 넥센 마무리 손승락이다. 손승락은 올 시즌 3승 2패 46세이브 평균자책점 2.30을 기록, 팀이 창단 첫 포스트시즌에 오르는데 큰 기여를 했다. 충분히 받을만한 성적이다.
문제는 투표 결과다. 먼저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손승락은 전체 유효투표수 323표 가운데 30%인 97표를 받았다. 뒤를 이어 배영수가 80표를 얻었고, 크리스 세든(SK, 79표)-찰리(NC, 41표)-리즈(LG, 15표), 류제국(LG, 11표) 순이었다.
사실 2위표를 받은 배영수는 KBO가 발표한 기준(평균자책점 3.00이하이면서 14승 이상이거나, 40세이브 이상)에 의하면 후보에 이름을 올릴 수 없었다. 4.71의 평균자책점이 조건에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부문별 타이틀 1위 선수 자동 포함’이라는 세부 조건에 의해 다승왕인 그는 골든글러브를 노릴 수 있게 됐다. 평균자책점 4.71이라는 다소 낯 부끄러운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투표인단은 특급 외국인 투수들보다 배영수를 선택하고 말았다. 만약 배영수의 평균자책점이 조금만 낮았다면 지난해 넥센 나이트를 제친 삼성 장원삼 수상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았다.
포수 부문의 수상자 강민호는 ‘과연 상을 받을만한가’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올 시즌 강민호의 성적은 타율 0.235 11홈런 57타점으로 그가 롯데 안방마님을 꿰찬 이후 최저 성적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강민호는 후보에 이름을 올린 4명의 선수들 중 유일하게 규정타석을 넘겼고, ‘강민호’라는 이름값이 더해져 무난히 수상할 수 있었다. 강민호 역시 수상 후 “상 받은 것이 부끄럽다. 내년 시즌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당당하게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힐 정도였다. 일각에서는 올 시즌 포수 부문은 공란으로 처리했어야 옳다는 냉정한 목소리도 있다.
지명타자 부문에 대한 논란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일단 KBO는 후보 발표에 앞서 지명타자 후보 선정 기준을 손질했다. 후보에 오르기 위해서는 전체 128경기의 3분의 2인 85경기 이상 출전하고, 출전 포지션 중 지명타자로 출전한 경기 수가 가장 많아야 한다.
이는 지난해 지명타자 골든글러브를 받은 삼성 이승엽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승엽은 126경기에 출전했지만 1루수로 출장한 경기가 80경기였고, 지명타자로는 50경기 출전에 그쳤다.
후보 선정 기준을 손질하자 타격왕을 차지한 LG 이병규가 느닷 없이 들어오고 말았다. 이병규는 올 시즌 타율 0.348(1위) 5홈런 74타점으로 ‘회춘했다’는 극찬과 함께 LG의 페넌트레이스 2위를 이끈 일등공신이다.
하지만 이병규는 시즌 초반 부상으로 인해 출전 경기 수가 98경기에 그쳤고, 경기 도중 지명타자로 교체 투입된 경기가 56경기나 됐다. 본업인 외야수로는 47경기에 나섰다. 타격왕을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도 시즌 막판 페이스를 끌어올려 규정타석에 아슬아슬하게 진입했기 때문이었다.
당초 후보 발표에 앞서 올 시즌 지명타자 수상자는 NC 주장 이호준이 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이호준은 126경기에 나서 타율 0.278 20홈런 87타점을 기록, MVP급 성적을 냈다. 그러나 투표인단 323명 중 66.2%인 201명은 이병규의 마법진에 걸려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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