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루수로 뛰는 유격수' 마차도 자취에 지터 체취
[핫 메이저리거]볼티모어 3루수 매니 마차도
유격수 경험 살려 놀라운 3루 수비 ‘런세이브 1위’
MLB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지난 1997년 ALCS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시리즈전적 2승4패로 밀려 월드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그리고 2012년 와일드카드로 다시 포스트시즌에 오르기까지는 무려 15년의 세월이 걸렸다. 비록 2013시즌(85승77패)은 보스턴 레드삭스와 탬파베이 레이스에 밀려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는 못했지만, 볼티모어 팬들은 다시 캠든야즈로 향하고 있다.
2010년(2만1662명) 바닥을 찍었던 평균 홈 관중은 2013년 2만9000명을 넘어섰고, 올해 3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크리스 데이비스(27)의 가공할 홈런포와 신성 매니 마차도(21)의 공수에 걸친 활약은 시들해진 볼티모어 야구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특히, 볼티모어팜이 배출한 ‘특급 유망주’ 마차도의 플레이는 볼티모어 팬들 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팬들까지 술렁이게 할 정도로 눈부셨다.
마차도는 도미니카 공화국의 피가 흐르는 미국인으로 마이애미 브리또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지난 2010년 아마추어 드래프트에서 브라이스 하퍼, 제임스 테일런에 이은 전체 3순위로 볼티모어의 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마차도는 구단과 불과 3분(2010년 8월 16일 자정) 남겨놓고 극적으로 계약, 525만 달러의 사이닝 보너스도 챙겼다. 볼티모어 구단 역사상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금액(1위=맷 위터스 600만 달러).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마차도는 2011년부터 볼티모어의 탑 유망주로 분류됐다. 물론 입단 전부터 마차도는 ‘우상’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줄곧 비교대상에 오를 정도로 스카우터들의 기대도 상당히 높았다. 스무 살 데뷔부터 지금까지 마차도의 플레이를 지켜본 볼티모어 벅 쇼월터 감독은 그를 뉴욕 양키스의 데릭 지터와 견주기도 했다. 역시 스무 살이던 1995년 데뷔한 지터의 당시 감독도 쇼월터였다.
마차도는 2012시즌 중반 빅리그에 데뷔, 2013시즌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자리 잡는다. 2013시즌을 마친 그의 기록은 0.283, 0.313, 0.432, 14홈런, 71타점, 88득점. 가장 놀라운 것은 무려 51개의 2루타를 때렸다는 점이다. 이는 AL 전체 1위에 해당하는 수치로 세인트루이스 맷 카펜터(55개)에 이어 메이저리그 전체 2위다. 막판 페이스가 떨어지긴 했지만,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까지 마차도는 39개의 2루타를 뽑았는데 이는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올스타 브레이크 전 역대 최다 2루타 1위는 1996년 에드가 마르티네즈(시애틀 매리너스)의 42개.
전문가들은 아직 21세에 불과한 마차도가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그의 수많은 2루타가 홈런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스스로도 이런 전망에 동의하며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2013시즌 득점권에서도 0.326의 타율을 기록, 찬스에 더욱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물론 개선할 부분도 있다, 향상된 선구안으로 더 많은 볼넷을 골라내 0.313에 그친 출루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타격도 타격이지만 그의 수비 스탯을 보면 더욱 놀랍다.
Baseball Info Solutions에 따르면, 마차도는 혀를 내두르게 하는 넓은 수비범위로 2013시즌 3루수 부문 런세이브 1위(35)에 올랐다. 이는 런세이브가 집계된 2003년 이래 최고기록으로 이전 최고기록은 2004년 스캇 롤렌(30). 최근 3년으로 넓혀도 런세이브(42점) 부문에서는 메이저리그 3루수 전체 1위에 올랐다. 2012시즌 중반 데뷔한 마차도가 메이저리그에서 단 207경기만 뛰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더욱 놀라운 수치다.
또 수비범위를 평가하는 플러스/마이너스에서도 3루수 부문 +47로 2013시즌 1위에 올랐다. +47의 의미는 비슷한 종류의 타구를 처리할 때, 평균적인 유격수보다 47개의 플레이를 더 만들어냈다는 의미. 0이 평균임을 고려하면 마차도의 수비가 어느 클래스인지 알 수 있다. 이 점에 대해 마차도 스스로도 유격수로 뛰었던 경험이 3루수에서도 넓은 수비범위를 갖는데 도움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올 시즌 기록만 놓고 볼 때 콜로라도의 놀란 아레나도(런세이브 30, 플러스/마이너스+36) 정도만 제외하면, 경쟁상대는 찾아볼 수 없다. 이에 필딩바이블 투표에서도 마차도는 올 시즌 런세이브 역대 신기록(41)을 경신한 애틀랜타의 유격수 안드렐튼 시몬스와 함께 만장일치 1위에 선정됐다.
마차도의 수비를 얘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장면들이 있다.
먼저 2012년 9월 12일 탬파베이전. 9회초 2-2 동점, 2사 2루 상황에서 에반 롱고리아는 볼티모어 마무리 짐 존슨의 싱커를 쳤고, 타구는 느리게 3루수 마차도를 향해 굴러갔다. 마차도는 전진해 맨손캐치 후 1루 쪽 페이크 송구 동작 직후 머리를 틀어 3루에 들어온 유격수 J.J하디에게 송구했다. 3루를 돌아 홈으로 향하던 2루 주자 리치 톰슨은 놀라 뒤로 도망갔지만 끝내 런다운에 걸려 횡사했다. 마차도의 ‘야구 IQ’가 어느 정도인지 여실히 보여준 장면으로 데릭 지터를 연상케 한다.
다음은 2013년 7월 7일 펼쳐진 뉴욕 양키스전. 6회말 2사 상황에서 양키스 루이스 크루즈의 땅볼을 백핸드 플레이로 잡으려다 한 번 더듬고 덕아웃 방향으로 흐른 공을 다시 잡아 그대로 1루 송구해 크루즈를 잡아냈다. 이 수비는 MLB.com 올해의 위대한 야구 GIBBY(GREATNESS in BASEBALL YEARLY)에서 '올해의 플레이'로 선정되기도 했다.
끝으로 2013년 7월 16일 씨티필드서 펼쳐진 2013 올스타전. 7회말 폴 골드슈미트가 친 깊은 3루 쪽 페어볼을 마차도는 글러브 캐치 후 노바운드로 1루수 프린스 필더에게 정확히 송구해 타자를 아웃시켰다. 놀라운 것은 마차도가 땅볼을 잡은 지점이 3루쪽 파울라인을 벗어난 곳이었을 뿐만 아니라 외야잔디가 시작되는 상당히 먼 곳이었기 때문이다.
마차도의 원래 포지션은 유격수. 마이너리그에서 3루수로 2경기 뛴 것을 제외하면 줄곧 유격수로 뛰었다. 반대로 메이저리그에서는 유격수로 단 1경기도 뛰지 않았다. 주 포지션이 아닌 3루에서 이 정도의 수비를 펼친다는 것이 더욱 놀랍다.
볼티모어 현재의 골드글러버 유격수 J.J. 하디는 2014시즌을 치르면 계약이 만료된다. 만에 하나 하디가 떠난다면, 볼티모어 주전 유격수 자리는 마차도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3루수로 계속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마차도 본인도 유격수가 가장 편한 포지션이기는 하나 3루수로 계속 뛰어도 상관없으며 전적으로 팀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시즌 막판 9월23일 탬바베이와의 원정경기에서 마차도는 내야안타를 치고 1루 베이스를 잘못 밟아 왼쪽 무릎을 다치며 시즌 아웃됐다. 결국, 마차도는 10월 수술대에 올랐고 2014시즌 개막전 컴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차도는 2013년 첫 올스타 선정에 이어 시즌 종료 후에는 AL 3루수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이는 '인간 진공청소기' 브룩스 로빈슨(16회 수상) 이후 볼티모어 3루수로는 처음 받은 골드글러브였기에 더욱 의미가 깊었다. 2013시즌 하반기 MLB 유니폼 판매순위에서 마리아노 리베라-맷 하비-야시엘 푸이그에 이어 전체 4위에 오르며 스타성도 입증했다.
경험이 거의 전무했던 3루에서 압도적인 수비력으로 골드글러버가 된 마차도를 보면서 향후 주 포지션인 유격수에서는 어떤 레벨의 플레이를 선보일지, 아니 안드렐튼 시몬스(애틀랜타)와 벌이는 수비 경쟁구도는 어떻게 전개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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