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아디오스 김연아! 금메달보다 감동적인 성장스토리


입력 2014.02.21 06:15 수정 2014.03.05 09:42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요정에서 여왕, 그리고 이제는 국민 영웅

10대 때부터 김연아 성장하는 모습 쭉 지켜봐

‘피겨여왕’ 김연아(24) 값진 은메달로 자신의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김연아는 21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서 144.29점을 기록,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 74.92점을 더한 219.11점으로 2위에 올랐다.

금메달은 김연아보다 5.48점 더 받은 개최국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게 돌아갔고, 이탈리아의 카롤리나 코스트너(216.73점)가 조국에 첫 번째 올림픽 메달을 안겼다.

앞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김연아의 금메달을 기대했고, 전 세계 많은 피겨 전문가들이 김연아의 2연패를 전망했다. 결과가 아쉽지만 김연아는 박수를 받기에 충분한 선수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국민들에게 벅차오르는 감동을 선사한 김연아도 이제 피겨 끈을 풀고 모든 짐을 내려놓으려 한다.

사실 스포츠스타 가운데 김연아만큼 사랑받은 선수도 드물다. IMF 시절 희망을 쏘아 올린 박찬호와 박세리, 유럽무대에서도 한국축구가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박지성 등이 있었지만, 김연아가 특별한 이유는 온 국민들이 10대 때부터의 성장 스토리를 지켜봤기 때문이다.

피겨 불모지 한국에서 김연아의 등장은 그야말로 기적과도 같았다. 김연아는 지난 2004년 9월 ISU 주니어 그랑프리 2차 대회 우승을 통해 세계무대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수차례 우승 경험의 초석과도 같은 대회다.

이후 성장을 거듭한 김연아는 2006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한다. 당시 주니어 무대는 피겨 천재라 불리던 일본의 아사다 마오가 휩쓸고 있을 때였다. 그런 아사다를 김연아가 압도적인 연기로 꺾는데 성공했고, 두 선수는 나란히 시니어 무대에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

당시 경기를 지켜본 해외의 수많은 피겨 전문가들이 김연아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에 손가락을 치켜세웠고, 일부에서는 한국이 월드챔피언을 배출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그러나 김연아에게도 난관이 있었다. 바로 훈련에 집중하기 어려운 열악한 환경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현재 국내에는 피겨 선수들이 연습할 수 있는 전용링크장이 전무하다. 게다가 피겨의 특성상 장비와 해외 전지훈련 등 지출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기 때문에 생활이 넉넉지 않았던 김연아와 그녀의 어머니는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연아의 천재성은 더욱 빛을 발했다. 여기에 특유의 근성을 바탕으로 한 노력까지 곁들여지니 이미 세계무대에서 그녀와 견줄 수 있는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러자 광고 시장에서도 김연아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김연아는 ‘국민 여동생’ ‘국민 요정’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많은 CF에 모습을 드러냈고, 이를 바탕으로 양질의 훈련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김연아는 2008-09시즌, 전성기를 맞는다. 당시 김연아는 출전한 5개 대회 중 무려 4개를 휩쓸었는데 단 한 번의 예외는 공교롭게도 국내팬들에게 첫 선을 보인 2009년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였다.

경기도 고양에서 열린 이 대회는 개막 전부터 ‘피겨 요정’을 보기 위한 팬들의 뜨거운 관심과 언론의 집중조명이 쏟아졌고, 이는 곧 김연아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국 자신의 연기에 집중하기 어려웠던 김연아는 쇼트 1위에 올랐지만 이튿날 프리스케이팅서 아사다 마오에게 금메달을 내주고 만다.

이는 김연아에게 큰 경험이 됐다. 경기 전 자신을 짓누르는 부담감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됐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김연아는 멘탈까지 완벽하게 가다듬은 ‘완성형 선수’로 거듭났다. 그리고 세계선수권 우승을 비롯해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까지 6개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기록이 이어진다.

김연아가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국민들에게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게 된 이유는 비단 스케이트를 잘 타서만이 아니다. 스포츠스타 가운데 김연아만큼 꾸준히 기부하는 선수도 드물며, 틈이 날 때마다 사회봉사, 유망주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자신의 재능을 아낌없이 나눠주고 있다. 또한 김연아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김연아는 시니어 무대 데뷔 후 지금까지 참가한 모든 대회서 포디움(시상대)에 올라선 선수다. 이는 피겨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기도 하다. 비록 역대 세 번째 올림픽 2연패 꿈은 좌절됐지만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마친 김연아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아닌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된 평온함이 엿보였다. 그렇게 국민들에게 감동을 안겼던 피겨 여왕이 작별을 고했다. 아디오스 김연아!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