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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커신 지워버린 박승희 "이제 끝났으니 놀자"


입력 2014.02.22 07:26 수정 2014.02.22 21:40        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박승희, 심석희와 선의의 경쟁 속 금메달 '2관왕'

중국 판커신의 추잡한 반칙 시도 떨쳐내고 1500m 금

박승희는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포함 3개의 메달을 걸었다. ⓒ 게티이미지

박승희(21)는 금메달을 눈앞에 두고 마지막 코너를 1위로 돌고 있었다.

생애 첫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이 손에 닿을 듯한 거리에서 돌연 몸에 스치는 이상한 손길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결승선을 불과 몇미터 앞두고 중국 판커신의 ‘나쁜 손’이 닿는 것을 넘어 끌어당긴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박승희는 22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 여자 3000m 계주 우승 포함 대회 2관왕에 올랐다.

박승희는 판커신과 얽힌 아찔한 순간에 대해 "방해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살짝 건드려서 조금 당황하긴 했다“면서도 ”결승선에 다 와서 그런 것이라 괜찮다“며 영원한 금메달의 기쁨으로 추잡한 찰나의 순간을 털어냈다.

‘나쁜 손’의 장본인 판커신은 올 시즌 월드컵 500m 2위에 랭크된 강자다. 랭킹 1위 왕멍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가장 강력한 500m 금메달 후보로 부상했지만, 예선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꿈이 수포로 돌아간 쓰라린 기억이 있다.

극적인 폭발적 스퍼트로 계주에서 금메달을 안긴 심석희(17)는 올 시즌 세계랭킹 1위로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다. 하지만 레이스 내내 ‘한국의 금메달’을 위해 보이지 않게 욕심을 덜어내며 값진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를 잘 아는 박승희는 대표팀 막내 심석희가 3위를 차지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 “석희가 내 뒤에 들어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나에게 괜찮다고 몇 번을 얘기했지만..어쨌든 석희가 정말 잘했고 기특하다”며 웃었다.

박승희는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포함 3개의 메달을 걸었다. 4년 전 밴쿠버올림픽 계주에서 맺힌 '실격의 한'을 소치올림픽 여자 계주에서 풀었던 박승희는 개인 첫 금메달까지 획득하는 기염을 토했다.

사실 소치올림픽 초반만 해도 썩 기분 좋은 흐름은 아니었다. '안현수 폭풍'으로 쇼트트랙 대표팀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개인적으로는 쇼트트랙 500m 결승에서 무리한 추월을 시도한 엘리스 크리스티(영국)와의 충돌로 다 잡은 금메달을 놓친 데다 그 여파로 부상해 1500m 출전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날 또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뻔했다. 판커신의 '나쁜 손'이 그것이다. 박승희가 결승선을 앞에 두고 1위로 질주하고 있을 때, 뒤따르던 판커신은 '이판사판' 심정으로 박승희에게 손을 뻗어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박승희는 판커신의 더티플레이를 뿌리치고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상대의 어긋난 승리욕과 추잡한 비매너에 분통 터뜨릴 시간도 아깝다. “석희한테 고맙고 이제 끝났으니 재미있게 놀자”고 했다는 박승희 말대로 좋은 것만 기억하며 금메달의 기쁨을 나누고 누릴 때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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