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MVP는 놓쳤지만, 올 시즌 조성민은 한국농구의 가장 빛나는 별중 하나였다. ⓒ 부산 KT
특급슈터 조성민(31·부산KT)이 생애 첫 MVP 수상의 기회를 놓쳤다.
지난 14일 잠실학생체육관서 열린 '2013-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기자단 유효표 98표 중 71표(약 72.4%)를 획득한 문태종(39·창원LG)이 역대 최고령이자 귀화혼혈선수로는 최초로 정규리그 MVP의 영예를 누렸다. 강력한 라이벌로 거론되던 조성민은 22표에 그치며 베스트5와 페어플레이상에 만족했다.
수상의 영광은 문태종에게 내줘야 했지만 조성민 역시 손색없는 MVP급 시즌을 보냈다. 조성민은 올 시즌 평균득점 15.0점으로 국내선수 득점 1위(전체 7위)에 오르는 등 개인성적에서는 오히려 문태종을 능가했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하다고 평가받는 KT에서 득점뿐 아니라 경기 리딩과 패스, 수비 등 다양한 궂은일을 도맡아하며 팀을 4강까지 끌어올린 것은 조성민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조성민의 가치가 더욱 돋보이는 것은 오랜만에 KBL에 등장한 정통 슈터이자, 노력형 스타의 표본이라는 점 때문이다.
조성민은 어느 날 갑자기 반짝 나타난 스타가 아니다. 문태종도 걸출한 슈터이지만 귀화혼혈 출신인 그는 이미 KBL에 데뷔하기 전부터 유럽무대에서 알아주는 스타였다. 반면 조성민은 한국농구라는 환경 속에서 차근차근 단계를 받아가며 성장을 거듭한 선수다.
2006년 1라운드 8순위로 당시 부산 KTF의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할 때만 해도 조성민은 가능성 있는 유망주이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데뷔 첫해 식스맨으로 평균 15분을 소화하며 3.6점 1.3어시스트로 좋은 활약을 보였지만 그때만 해도 조성민이 국가대표급 슈터로 성장하리라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프로에서는 신체조건이 탁월한 것도 아니었고, 동포지션에서 빠른 스피드나 폭발적인 슈팅 능력과도 거리가 있었던, 쉽게 말해 평범한 선수였다.
하지만 조성민은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2009-10시즌부터 KT의 중심선수로 성장했다.
마침 같은 해 KT 지휘봉을 잡게 된 전창진 감독과의 인연은 조성민에게 제2의 농구인생을 열어주는 계기가 됐다. 전창진 감독의 혹독한 조련 속에 성실함과 체력, 기복 없는 슈팅, 작전수행능력을 두루 장착하게 된 조성민은 해를 거듭하며 전창진표 모션 오펜스의 핵심선수로 자리매김했다.
KT는 전창진 감독 체제하에서 정규리그 우승 1회 포함, 5시즌 간 4차례나 4강 진출이라는 호성적을 기록하며 리그의 강호로 자리매김했다. 그 중심에 조성민의 꾸준한 활약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2013년 FA 자격을 얻으며 최대어로 등장한 조성민이 KT 잔류를 선택한 것도 전창진 감독과의 의리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슈터 기근 시대’를 맞이한 프로농구에서 날로 치솟은 조성민의 주가는 국가대표팀으로 이어져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부터 명실상부한 대표팀 붙박이 슈터이자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한국에 16년만의 농구월드컵 출전권을 안긴 2013년 아시아선수권에서도 스포트라이트는 후배 김민구(KCC)에게 양보했지만, 대회 초반부터 매 경기 앞에서 기복 없는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공격의 물꼬를 열어준 조성민의 꾸준함이 있었기에 김민구의 후반 폭발도 가능했다.
조성민의 성공은 프로무대에서 ‘노력보다 더 뛰어난 재능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증거다. 올해 농구월드컵과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둔 대표팀에도 이변이 없는 한 발탁이 유력한 조성민은 현재 KBL을 대표하는 정통슈터의 자존심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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