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팅 도크, 해피아, 밸러스트 탱크..."이걸 우리가 왜?"
세월호 참사후 해양관련 전문용어에다 신조어까지 양산 '피로감'
‘변침’ ‘VTS’ ‘플로팅 도크’ ‘밸러스트 탱크’ ‘해피아’
세월호 사태 발생 10일째인 25일까지 실종자 구조작업이 마무리되지 못하는 과정에서 각종 해양구조 전문용어들과 신조어도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선박 측과 정부의 초동대응 실패 이후 뒤늦게 추후대책을 쏟아내면서 관련 용어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는 우리 국민 상당수가 10일째 넘게 더딘 구조작업을 목도하는 과정에서 쌓인 심리적 피로감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심지어 일부는 “우리가 왜 이런 용어를 학습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대학원생 김모군(28)은 “실종자 가족들의 애끓는 심정을 생각하면 선체 인양 전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사고가 일주일 넘게 좀처럼 수습되지 못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적잖이 심리적으로 피로감이 쌓인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김 군은 이어 “특히, 요새 아무리 뉴스를 봐도 도대체 어떻게 사건이 봉합되고 있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 가운데 매일 새로운 구조조치를 취한다는 뉴스마다 관련된 전문용어가 쏟아지는데 이를 온전히 이해하기도 벅찰 정도다. 가뜩이나 마음 아픈 뉴스만 가득해서 속상한데, 이런 용어들을 보고 있자니 참, 나라가 한심스럽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주부 이모씨(55)도 “세월호 뉴스만 봐도 절로 눈물이 난다”면서 “그런데 뉴스를 보면 볼수록 사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기 보다는 오히려 잘 이해가 안 된다. 매일같이 정부에서 무슨 조치를 한다고는 하는데 정말 조치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게 무슨 조치인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 씨는 그러면서 “애초에 초동대응만 잘했으면 이렇게 부차적인 국가적 재앙을 막을 수 있었을텐데...”라며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딱 이럴 때 쓰는 말 같다. 덩달아 왜 이런 어려운 사태를 온 국민이 겪어야하는지 답답하고, 원통하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의 지적대로 이번 사고와 관련, 수많은 전문용어들이 뉴스에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인터넷 게시판이나 기사에는 관련 용어들의 뜻을 세세히 정리한 글들도 게재되기도 하고 있다. 특히, 이중에는 해양사고와 구조에 대한 전문용어들이 주를 이룬다.
대표적인 예로 ‘여객선 항공기 운행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로 항로를 변경한다는 뜻’의 ‘변침’, ‘선박의 방향을 조종하는 장치’인 ‘조타기’, ‘배 등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것을 막기 위한 공기 주머니’를 뜻하는 ‘리프트백’, ‘부력을 조절하기 위한 평형수(수평을 맞추는 데 사용하는 물) 탱크’인 ‘밸러스트 탱크(평형수)’와 ‘바다위에서 선박을 건조할 수 있도록 고안된 바지선 형태의 대형 구조물’인 ‘플로팅 도크’ 등 이번 사고와 관련된 용어만 수십개가 넘어서고 있다.
뿐만 아니다.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 등 불명예스러운 신조어도 이번 사고로 인해 파생됐다. 심지어 극우사이트 일간베트스(일베)는 ‘유족충’이란 극악한 신조어까지 만들어 실종자 가족의 가슴에 더 큰 생채기를 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야기된 것들을 통틀어 ‘세월증후군’이라는 말도 빚어냈다. 그러나 정작 그 어떤 용어나 말도 이번 사고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 그리고 온 국민들이 받는 슬픔과 고통, 그리고 피로감을 오롯이 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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