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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에 집착한 안철수, 기껏 얻은 게...


입력 2014.05.13 18:17 수정 2014.05.13 21:19        김지영 기자 / 이슬기 기자

윤장현은 공천 잡음 강봉균은 경선 탈락 '속보이는 무리수' 자초

김한길,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경선 방식을 둘러싼 갈등과 ‘안심(安心)’ 논란으로 내홍을 겪던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북지사 공천 문제가 송하진 전 전주시장의 압승으로 일단락됐다. 이에 따라 ‘인적쇄신’, ‘공천개혁’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전략공천, 단수후보 추천을 강행하던 안철수 새정치연합 대표의 행보에도 제동이 걸렸다.

13일 익산 원광대 문화체육관에서 열린 새정치연합 전북지사 경선에서 송 전 시장이 53.7%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후보로 선출됐다. 이번 경선에는 총 투표일단 1446명 가운데 759명(54.98%)이 참여했다. 안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되던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23.2%를 득표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앞서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광주시장, 안산시장을 전략공천키로 결정하면서 당내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또 전북지사 경선에 있어서는 룰을 둘러싼 후보들 간 불협화음으로 한동안 갈등이 지속됐다. 서울 구청장 공천의 경우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단수후보 추천이냐, 복수후보 경선이냐를 놓고 논란이 있어왔다.

갈등이 가장 심한 지역은 구(舊)민주당의 ‘성지’로 불리는 광주다. 앞서 당 지도부는 당내 지지도 선두를 다투던 이용섭 의원과 강운태 현 광주시장의 의견을 무시하고, 지지도 3위의 윤장현 전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전략공천키로 결정했다. 이 의원과 강 시장은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당 지도부는 또 지난 3일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안산시장 후보로 제종길 전 의원을 전략공천했다. 당 지도부는 ‘개혁공천’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공천에서 배제된 김철민 현 안산시장은 강력히 반발했다. 이에 안산을 지역구로 둔 김영환 의원이 안산지역 ‘무공천’을 요구했지만, 당 지도부는 이 요구를 묵살했다.

갈등의 중심에는 ‘안심(安心)’이 있었다. 안 대표가 당내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공천 과정에서 ‘깜냥’이 안 되거나 경쟁력이 떨어지는 후보를 ‘사천(私薦)’하려 한다는 것이 구(舊)민주당계 의원들의 주된 불만이다. 강 전 장관,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는 새정치추진위원회 출신의 대표적인 ‘친안(親安)‘ 인사다.

이와 관련,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날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세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3년 반 뒤에 대통령 선거 경선에서 기초단체장, 기초의원에 자기 사람을 많이 심어야 그때 힘을 받는다”며 “그러니까 이건 당내 세력을 키운다기보다는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안 대표의 경우, 국회의원 의석을 통해 세를 확보하려면 2년 뒤 총선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그때부터 대선까지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그 전에 기초단체에 자기 사람을 많이 뿌려놔 바닥을 훑는 기초공사를 하는 것이다. 무리를 하면서까지 전략공천, 단수공천을 추진하려는 이유다”라고 덧붙였다.

당 지도부의 이 같은 결정은 당내 의원들의 반발만 불러일으켰다. 정청래, 김영환 의원 등은 지난 12일 당 의원총회에서 김한길·안철수 지도부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전남도당위원장을 맡으면서 당 수석대변인을 겸해오던 이윤석 의원은 지도부 사퇴를 촉구하고 13일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이처럼 당내 갈등이 증폭되자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부랴부랴 서울지역 기초단체장 선거구 5곳에서 여론조사를 통한 경선으로 후보를 선정하고, 여수와 화순에서 2인 경선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큰 무리 없이 마무리된다고 해도 당내 갈등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초·광역의원의 경우 비례대표 제도를 활용할 수 있고, 새정치연합 의원의 지방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지역구에 자기 사람을 공천할 수도 있었으나, 안 대표는 기존 후보를 강제로 내치는 전략공천을 택했다. 결과적으로는 경선을 준비했던 후보들이나, 특정 후보를 지원하던 의원들의 반발만 불러일으켰다.

신 교수는 “안 대표의 행보는 속 보이는 무리수다. 새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이 그러면 누가 납득하겠느냐”며 “그쪽에선 이 정도 잡음은 공천 과정에서 다 있는 것이라고 치부하겠지만, 공천 과정에서 이런 잡음은 흔하지 않다. 특히 광주시장을 전략공천하는 건 어떤 민주당에서도 없었던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당 지도부가 전략공천한 후보가 낙선할 경우, 김한길·안철수 지도부는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남지사 후보에서 안 대표의 측근이 탈락한 사실과 별개로,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장현 후보가 이용섭·강운태 단일후보에 뒤지면서 이 같은 시나리오가 가시화되고 있다.

최악의 사퇴는 6.4 지방선거 이후, 당원들의 집단탈당 사태다. 새정치연합 서울시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공천이란 게 기준이 있고 경쟁력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하는데, (안 대표 측에서) 소위 어거지와 생떼를 부리더라”면서 “선거가 끝나면 서울 뿐 아니라 전 지역에서 갈등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선거를 하다보면 후유증은 늘 있지만, 이번에는 안 대표 측의 의도적인 보이콧, 공천파행, 자기사람 심기가 너무 노골적이어서 공천이 굉장히 힘들었다”면서 “사람들의 인내가 극한까지 가서 도를 닦다 내려온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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