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감독 부활’ 김응용 퇴장…한화 투지 일깨우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4.05.22 11:32  수정 2014.05.23 10:48

연이틀 판정논란 중심, 전날과 달리 강한 어필

해태 시절 연상케 하며 경기 흐름 바꿔

한화는 김응용 감독이 퇴장당한 후 뒷심을 발휘하며 9-7로 승리했다. ⓒ 한화 이글스

한화 이글스 김응용 감독이 프로야구 개인 통산 6번째 퇴장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올 시즌 프로야구 1호이자, 한화 감독 부임 이후 첫 퇴장이다.

이날 6회말 넥센 공격 때 타자 윤석민이 친 공이 페어로 선언되며 적시타로 이어지자 김응용 감독은 곧바로 그라운드에 올라가 강력하게 항의했다. 판정 번복이 이뤄지지 않자 선수단을 그라운드에서 철수시키는 강수로 맞섰다.

심판은 경기 지연을 이유로 김응용 감독에게 퇴장을 선언했다. 하지만 한화는 김응용 감독이 퇴장당한 후 뒷심을 발휘하며 9-7로 승리했다. 김응용 감독의 퇴장이 오히려 한화를 살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아이러니다.

한화는 연이틀 판정 논란의 중심에 섰다. 불과 하루 전 한화는 넥센과의 3연전 1차전에서 오심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0-1로 뒤진 4회 한화는 넥센 3루 주자 김민성을 홈에서 잡아냈으나 심판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비디오 판독 결과 김민성의 발은 홈플레이트에 닿지 못했다. 내주지 않아도 될 추가점수를 내준 한화는 결국 만회하지 못하고 1-3으로 패했다. 오심에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셈이다.

이날 오심을 저지른 이영재 구심 못지않게 도마에 오른 것은 김응용 감독이었다. 김응용 감독은 명백한 오심에도 별다른 어필을 하지 않았다. 경기흐름상 중요한 순간이었고, 선수단의 분위기를 위해서라도 한번쯤 적극적으로 반응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김응용 감독은 순간적으로 당시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중계 화면을 보고나서야 오심이라는 걸 확인했지만 이미 타이밍을 놓친 뒤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을 뿐 어쩔 도리가 없었다.

김응용 감독은 이튿날 왜 어필을 하지 않았냐는 지적에 "나가면 사고가 날 것 같아서"라고 농담으로 얼버무렸다. 경기 후 팬들은 김응용 감독이 승부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하루 만에 김응용 감독은 180도 달라졌다. 전날 경기의 오심 후유증 여운이 남아있던 상황이기도 했지만, 또다시 중요한 승부처에서 석연찮은 판정이 나오자 김응용 감독은 이번엔 득달같이 달려 나와 거세게 항의했다.

과거 해태 시절 퇴장을 두려워하지 않고 심판과 일전도 불사하던 '코끼리 감독'의 모습이 되돌아오는 순간이었다. 명백한 오심이었던 전날 상황과 달리, 이날 장면은 비디오 판독으로도 확인이 어려울 만큼 애매한 상황이기는 했지만, 더 이상 판정에서 손해를 볼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김응용 감독을 덕아웃에서 불러왔다.

결과적으로 판정을 바꾸지는 못했지만 흐름을 바꾸는 데는 성공했다. 김응용 감독의 퇴장과 맞바꾼 것은 바로 침체돼있던 한화 선수들의 투지였다. 한화는 이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최다 역전패를 당할 만큼 뒷심이 허약했다. 선수들의 소극적이고 근성 없는 자세에도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이날 한화 선수들은 감독 퇴장 이후 눈빛이 달라졌다. 넥센에 4-4 동점을 허용하며 위기를 맞이했으나 9회에만 홈런 2방으로 5점을 몰아치는 집중력으로 9-7 승리를 거두는데 성공했다. 모처럼 노구를 이끌고 선수단을 독려한 김응용 감독의 살신성인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팬들이 김응용 감독과 한화 선수들에게 바라던 것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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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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