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 서청원-김무성, 세몰이로 '선전포고'
김무성 '통일경제 공부모임' 원내외 53명 참석
서청원 '변화와 혁신의 길' 세미나에 '인산인해'
7·14 전당대회를 앞두고 새누리당 당권주자들의 출마선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양강구도를 형성한 서청원-김무성 의원은 10일 ‘세(勢) 대결’로 당권 경쟁의 첫 라운드를 열었다.
7선의 서 의원과 6선의 김 의원은 이날 나란히 행사를 개최하고 스스로를 ‘공천 학살의 피해자’라고 강조하며 공천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차기 당 대표가 오는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한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통일경제 공부모임’을 주최했다. 이날 모임은 세월호 참사와 6·4지방선거 일정으로 57일만에 재개됐지만 현역의원과 당협위원장 등 53여명이 참석했다. 평소 비박계 초재선 중심으로 20~30여명의 의원들이 참석한 것에 비해 두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모임 시작부터 공부모임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던 김 의원은 이날도 인사말을 통해 “통일경제교실은 계보모임이 아니라 공부모임이다.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이 나를 지지하지 않아도 관계없다. 자유롭게 임해주고 거기에 대해 전혀 부담을 갖지 않길 바란다”고 재차 당부했다.
김 의원은 다만 공천권에 대한 의견은 명확히 밝혔다. 그는 모임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정당은 선거를 위해 존재하고,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공천을 하는 것인데, 이기기 위한 방법은 그 지역 주민들의 여론을 들어보는 것이 제일 정확하다”며 “그런데 그것이 무시된 채 내 사람 심는 것에 공천권이 행사됐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당을 위해 충성을 다 바친 동지들을 쳐내는 것”이라면서 “사람 사는 사회에서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는데 그동안 쭉 해왔다. 그 피해자가 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도 정치권에 들어와서 정치발전에 어떤 족적을 남겨야 되는데, 정당민주주의를 반드시 만들어놔야겠다”며 “오래 전부터 당헌당규에 상향식 공천이 보장 돼 있는데 선거 때만 되면 권력자가 와서 (당헌당규를) 다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사람을) 심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개적으로 이야기는 못하지만 이번 6·4 지방선거에도 그런 예가 있었다”면서 “당헌당규 사항이 안 지켜지고 있는데도 부당하다고 항의조차 못하는 분위기가 오늘의 새누리당 분위기다. 이 벽을 깨지 않으면 당 발전이 안 되고 정권 재창출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장파의 대표주자이자 모임의 회원인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인도 이날 인사말을 통해 “전당대회의 의미는 역시 혁신과 변화를 누가 더 잘 할 수 있는가의 경쟁”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지난 지방선거 때 가슴 아팠던 서울시장 선거를 보면 덧셈이 아니라 뺄셈의 과정이라서 본선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듯하다”고 설명했다.
남 당선인은 이어 “전당대회는 미래의 지도자를 뽑는 자리이기 때문에 덧셈과 혁신의 경쟁을 해 주면 국민들이 박수를 쳐주고, 그런 경쟁에 충실한 분이 당대표가 되지 않을까하는 희망과 소망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서청원 “뼈를 깎는 혁신 통해 국가대개조 뒷받침하는 정치대개조 나서야”
또 다른 유력 당권주자인 서청원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변화와 혁신의 길’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갖고 사실상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행사시작 30분전부터 300석의 좌석은 가득 찼으며, 자리를 찾지 못한 일부 참석자들은 무대 앞 바닥에 앉거나 자리에 선 채로 행사장을 지켰다. 남경필 경기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자를 비롯해 50여명의 현역 의원, 전직 국회의원 10여명과 당협위원장 23명이 참석했다. 참석자 발표만 10여분가량 이뤄졌으며, 몰려든 인파로 장내 이동이 불가능해 축사에는 무선마이크가 사용됐다.
서 의원은 장내를 채운 참석자들을 향해 “서청원이 정치적으로 죽었다, 끝났다고 했지만 30년 정치인생 동안 나를 도와준 여러분의 변함없는 우정, 그리고 신뢰에 감사하다”며 “서청원, 네가 앞장서서 당을 개조하라는 뜻으로 오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를 환영하듯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장내에는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서 의원은 우선 “새누리당은 사실상 1차 부도를 맞은 것이지만 지방선거에서 국민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며 “새누리당은 국민께서 주신 기회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통렬한 반성 속에 새출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누리당은 뼈를 깎는 자기혁신을 통해 국가대개조를 뒷받침하는 정치대개조에 즉각 나서야 한다”며 “정치대개조야말로 박근혜정부 성공 조건의 선결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서 의원은 △국민정당·가치정당으로 혁신 △여의도 정치 복원 △열린 네트워크 정당 및 현장정치 강화 △미래지도자 육성 등의 추진을 제안했다.
그는 특히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따라가는 정당’이 아니라 ‘이끌어가는 정당’, ‘질서창조자형 정당’이 돼야 한다”며 “당정청의 관계를 ‘수평적 긴장관계’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또 공천권과 관련, “새로운 리더십의 우선 과제는 당 화합”이라며 “‘더 이상 새누리당에 계파는 없다’고 선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천권 이야기가 나오는데 당 지도부가 공천권을 행사하던 시기는 지났다”면서 “내가 사실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때 공천대학살로 인해 친박연대를 만들었고 감옥에 갔던 사람인데, 앞으로 당에 남아있는 한 절대 공천으로 피해가는 일은 없다”고 선언했다.
정치권 인사들의 지원사격도 이어졌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축사를 통해 “몸은 떠났지만 마음은 어디에 있겠는가. 사석에서 (서청원) 대표님을 형님으로 모셨다”고 밝혔으며, ‘친이 좌장’인 이재오 의원은 세미나 토론자로 참석해 “국가개조가 아니라 당개조가 문제다. 당이 정치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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