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을 열자 그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내용은 조금 바뀌었다. 3강 1약 구도에서 최약체로 분류됐던 코스타리카가 D조 판도에 일대 혼란을 몰고 왔기 때문이다. D조는 물론 이번 대회 참가국 중에서도 최약체로 꼽히던 코스타리카가 첫 경기에서 전 대회 4강팀 우루과이를 3-1로 완파할 것이라 예상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간판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가 부상으로 빠졌다고 하지만 우루과이의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네덜란드가 전 대회 우승팀 스페인을 5-1로 대파한 B조 경기가 아니었다면 이번 대회 최고의 이변은 코스타리카의 몫이 됐을 것이다.
이탈리아는 잉글랜드를 2-1로 제압했다. 이탈리아 축구 특유의 안정적인 수비와 조직력이 기동력과 젊음으로 대표되는 잉글랜드 축구에 판정승을 거둔 형세였다. 두 팀 모두 승패를 떠나 16강을 노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전력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조별리그 판세는 아직 속단하기 힘들다. 코스타리카가 1차전 골득실에서 앞선 1위로 뛰어올랐지만 남은 경기가 잉글랜드와 이탈리아전이다. 두 팀 모두 첫 경기에서 탄탄한 전력을 선보여 코스타리카가 또 한 번의 이변을 기대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우루과이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맨 오브 더 매치로 선정된 주공격수 조엘 캠벨을 중심으로 한 빠르고 폭발적인 공격력은 이탈리아나 잉글랜드를 충분히 위협할 만하다는 평가다.
가장 불리해진 쪽은 역시 우루과이다.
당연히 잡아야 할 경기를 어이없이 역전패 당하며 심리적으로 타격이 크다. 남은 상대인 이탈리아와 잉글랜드는 베스트 전력으로 맞붙어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데 설상가상으로 수아레스의 컨디션 회복을 장담할 수 없고 막시 페레이라가 퇴장까지 당하며 전력누수가 심하다. 최전방의 디에고 포를란과 수비수 디에고 루가노 등 베테랑 선수들의 경기력은 4년 전 남아공월드컵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잉글랜드는 월드컵 본선 9경기 연속 무득점의 골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웨인 루니의 부활이 절실하다. 루니는 이탈리아전에서 비록 득점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전반 대니얼 스터리지의 동점골을 어시스트하며 월드컵의 시동을 걸었다. 지난 대회와 달리 가벼워진 몸놀림과 집중력을 드러내고 있어 남은 경기에서 충분히 골을 뽑아낼 수 있다는 평가다.
이탈리아는 플레이메이커 안드레아 피를로를 중심으로 한 안정적인 경기운영과 수비력에 강점이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피를로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오히려 독이 될 소지가 있다. 체사레 프란델리 이탈리아 감독은 피를로를 전진 배치해 수비와 체력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려 하고 있다.
D조 판세는 오는 20일 아레나 디 상파울루에서 열리는 잉글랜드와 우루과의의 2차전 맞대결에서 사실상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나란히 1패를 안고 있는 두 팀으로선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벼랑 끝 승부다. 웨인 루니의 득점가뭄 탈출과 수아레스 복귀 여부가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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