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고받고 서청원-김무성, 서울시장 경선 데자뷰?
박심으로 시작해 네거티브 확산, 이전투구 경쟁에 당 분열 우려
7·14 전당대회에 출마한 서청원-김무성 의원간 이전투구식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당내에서 “구태정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당 일각에서는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고 국민에게 ‘혁신’의 모습을 보여야 할 이번 전당대회가 두 의원간 과열된 신경전으로 인해 지난 서울시장 선거 당내 경선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경선에서 맞붙은 정몽준 전 의원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친박계 의원들이 김 전 총리를 지원하고 있다’는 박심 논란을 시작으로 경선 내내 네거티브를 주고받았다. 양측의 지나친 네거티브전은 서울시장 선거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실제 서-김 의원간 첫 충돌도 ‘박심(朴心)’을 둘러싸고 시작됐다. 김 의원이 ‘과거 대 미래’라는 프레임을 제시하자 서 의원은 ‘의리 대 배신’으로 맞섰다. 과거 이명박 정부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세종시 문제를 두고 각을 세운 김 의원을 정면으로 지적하면서 동시에 자신은 박 대통령에 대한 ‘의리’를 지킨 점을 부각 시킨 것이다.
지난 서울시장 경선을 앞두고 박심 논란이 과열되자 “당에 도움이 안 되고 부끄러운 이야기(2월 12일, 최고중진연석회의)”라고 지적했던 서 의원이 먼저 박심 논란을 제기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과거 김 전 총리처럼 초조함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양측은 GOP 총기난사 사건으로 국민이 불안에 잠겨 있던 지난 22일에는 여론조사를 두고 치열한 설전을 펼쳤다. 김 의원 측이 최근 서 의원이 유리하게 나온 한 여론조사기관의 결과를 두고 “서 의원 측이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하자 서 의원 측도 “자신감 부족에서 나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새누리당이 당의 취약지점으로 평가되는 20~30대 유권자의 민심을 반영하기 위해 마련한 ‘1만명 이하의 청년선거인단’도 ‘조직동원’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 각 후보들이 일정수를 확보해 청년선거인단에 신청하도록 했다는 설이 떠돌면서 당 안팎에서는 당초 취지가 퇴색될 것이라는 쓴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23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전당대회가 마치 서울시장 경선처럼 흘러가고 있다”며 “과도한 경쟁은 당의 화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상처만 남을 뿐”이라고 우려했다.
전당대회 출마자인 김영우 의원도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서울시장 선거도 박심 논란이 망쳤다. 그것 때문에 민심이 떠났다”면서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들이 ‘누가 박 대통령과 가까운가’라는 경쟁을 하다보면 민심은 또 떠나게 돼 있다”고 비판했다.
초·재선 “전대 이후를 생각해 비전경쟁, 대안경쟁으로 전대가 치러져야”
과도한 네거티브전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경우 전당대회 이후 당이 분열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초·재선 의원 20여명으로 구성된 가칭 ‘쇄신전대추진모임’은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간담회를 갖고 △세몰이 △줄세우기 △네거티브가 없는 전당대회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해진 의원은 “과거 전대에서 있어왔던 줄세우기, 세몰이는 지양해야한다”며 “전대 이후를 생각해 비전경쟁, 대안경쟁으로 전대가 치러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의원도 “지금 언론에서 세몰이, 줄세우기, 네거티브가 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 당이 과거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는 것 같다”며 “후보들이 제시하는 혁신의 비전과 방법론이 부각되기 위해서는 전대 전까지 어떤 장치를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네거티브 경선, 세몰이 경선에서 벗어나 포지티브 경선으로 가는 방안 △청와대, 당직자, 지자체장 등의 중립 방안 등이 포함된 공개질의서를 전당대회 후보자들에게 전달한 방침이다.
김영우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혁신경쟁을 해야 할 전당대회에서 또 다시 구태정치가 노골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비방과 인신공격이 난무하면 전대 이후에도 갈등은 계속될 것이며, 당의 중진이 싸우는 정당은 화합과 미래가 없다”고 지적했다.
전당대회 주자인 김태호 의원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6·4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새누리당에 마지막 경고장을 던졌는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이전투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당이 이런 식으로 간다면 정말 해체돼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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