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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연 "괴담 때문에 졌다" 대책은? '더 독하게 괴담 전파'


입력 2014.09.27 08:50 수정 2014.09.27 08:53        김지영 기자

민주정책연, 재보궐 패배 분석 자료 "SNS 괴담으로 패배"

내놓은 대책이라는게 '대규모 유통망 조직해 우리도 괴담'

지난 7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당 관계자들이 방송사의 출구조사를 지켜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 7.30 재보궐선거에서 정체불명의 카카오톡(카톡) 괴담에 일격을 당한 새정치민주연합이 대대적인 SNS 여론전을 예고했다.

새정치연합 홍보위원회와 민주정책연구원은 지난 24일 ‘그들은 어떻게 카카오톡을 카더라톡으로 변질시켰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펴냈다. 18쪽 분량의 보고서는 여야 세월호 특별법 협상과 관련, 카톡을 통해 전파된 유언비어 사례와 함께 해당 유언비어들이 어떻게 여론을 왜곡했는지에 대한 분석이 담겨있다.

하지만 결론은 다소 뜬금없다. 새정치연합은 SNS 여론전 패배의 원인으로 대규모 유통망 부재를 지목했다. 또 진보세력이 카톡을 진영논리가 아닌 다수의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 형성의 장으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1세대 SNS와 2세대 SNS를 망라하는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대규모 조직망을 갖추고, 카톡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카더라톡에 카더라톡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보고서 어디에도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는 없었다.

"보수집단 중심으로 카톡에서 불량정보 생산, 유통 조직화 경향 발견"

먼저 새정치연합은 보고서에 카톡을 통해 확산됐던 괴담 사례들을 열거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김지하 시인을 사칭한 편지 형식의 메시지다.

메시지에서 김지하 시인은 세월호 참사를 여행 사고로 지칭하면서 희생자들에 대한 의사자 지정 요구와 대통령에 대한 비판에 강한 거부감을 내비쳤다. 특히 “종북 정치인들은 이번 세월호 사건을 폭동의 불씨로 키우고 있을 것이라는 가정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며 특별법 제정 요구를 폭동으로 표현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은 “유가족들이 많은 배상과 보상을 받고 있다는 메시지를 받고 부당함을 느꼈으나 표현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김지하 시인이라는 이름은 심리적인 부담감을 덜어줬다”면서 “또한 보수층의 경우, 김지하 시인이라는 이름을 통해서 결집 효과를 보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인용된 괴담 사례는 모두 열 개다. 새정치연합은 이 같은 괴담들이 단일본으로 만들어져 대량 유포 조직을 통해 확산됐으며, 수십만 명에서 많게는 수백만 명에게 전달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메시지의 생산과 유통 배후를 명시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으나, 해당 괴담들을 보수 측 메시지로 지칭했다.

새정치연합은 “카톡은 단체 카톡방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 보수집단 중심으로 카톡에서 불량정보의 생산과 유통을 조직화하는 경향이 발견됐다”면서 “6.4 지방선거, 7.30 재보선에서는 보수집단이 카톡을 정치선전의 도구로 십분 활용했고, 이를 통해 여론지형을 뒤집었다”고 주장했다.

SNS 강세 보였던 새정치련, 재보선 패배로 카톡 필요성 절감한 듯

앞서 새정치연합은 두 차례에 걸친 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당내 계파와 공천 문제를 지목했다. 그러던 중 지난달부터 느닷없이 카톡 유언비어에 대해 전쟁을 선포했다. 여기에는 선거 패배에 이어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둘러싼 여론전에서도 밀리면서 SNS 지형이 기울고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은 전신인 민주당 시절부터 SNS에서 강세를 보여 왔다. 실제 진보진영에서 문재인 새정치연합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소설가 이외수 씨 등은 각각 팔로어 수가 61만여 명, 88만여 명, 177만여 명에 달하지만, 보수진영에서는 그나마 이름이 알려진 변희재 씨조차 팔로어 수가 7만여 명에 불과하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강점은 팔로어가 많을수록 파급력이 커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카톡과 비교하면 가독률은 현저하게 낮다. 카톡은 일일이 대상을 지정해 메시지를 보내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지만, 대부분 지인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가독률과 신뢰도가 높다. 즉 카톡의 파급력은 노동력에 비례한다.

특히 트위터, 페이스북 등 1세대 SNS는 사용층이 주로 20~40대에 한정되지만, 카톡은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이라면 연령과 관계없이 사용한다. 새정치연합이 최근 들어 카톡에 집착하는 것도 결국은 이 같은 점들 때문이다. 나름대로 변화한 SNS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데 대한 반성과 성찰이 담겨있다.

결론은 '카더라톡' 맞대응…여론전 우위보단 신뢰 확보해야

문제는 대응 방식이다. 새정치연합이 내린 결론처럼 카더라톡에 카더라톡으로 대응하다보면 여론은 왜곡되고 진실은 희석된다. 정치를 통해 풀어야 할 문제를 여론에 호소하고, 그게 안 되면 왜곡된 사실을 유포해 상대방을 흠집 내는,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의회민주주의, 대의민주주의는 의미가 사라진다.

SNS를 통해 본인들의 입장을 전하고, 정책을 홍보하는 것까지 잘못됐단 것은 아니다. 다만 상대방의 잘못된 공세에 같은 방식으로 맞대응하면 답은 없다.

답은 신뢰다. 새정치연합이 국민의 믿음을 받는 공당이었다면 어떤 유언비어가 유포돼도 대변인의 브리핑 한 줄이면 모든 논란이 해결됐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껏 새정치연합이 보여준 행태는 신뢰와 거리가 멀었다. 새정치연합이 괴담의 피해자인 것처럼, 새정치연합 역시 수많은 ‘카더라’를 생산하고 유포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정책에 ‘민영화’, ‘서민증세’, ‘부자감세’ 프레임을 덧씌우고,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을 둘러싸고는 사실관계가 불분명한 괴소문들을 양산했다. 최근에는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국제적 망신을 초래한 루머에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신뢰를 기반으로 진정성이 전달된다면 여론전은 필요 없다. ‘왜 SNS 여론전에서 밀렸을까’라는 고민보다 ‘왜 국민이 우리 말을 믿지 않을까’라는 고민이 먼저가 아닐까 싶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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