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대표팀은 준결승에 진출하며 '병역혜택'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회 연속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는 야구 대표팀이 예상대로 무난하게 준결승에 진출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25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B조 예선 3차전 홍콩과의 경기서 12-0, 7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이로써 3전 전승을 기록한 한국은 오는 27일 중국과의 준결승전에서 승리를 거두면 이튿날 결승전을 펼치게 된다. 객관적인 전력과 현재 경기력을 감안할 때 대표팀의 금메달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실력 차가 날줄은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 한국이 지난 3경기서 거둔 득점은 무려 37점. 반면 실점은 제로에 그친다. 20이닝 연속 무실점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대로라면 전 경기 콜드승까지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야구팬들의 심경은 불편하기만 하다. 일단 경기가 너무 재미없다. 압도적인 수준 차로 인해 상대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실상의 결승전으로 큰 관심을 모았던 대만전마저 콜드게임으로 끝나버리자 관중이 꽉 들어찼던 문학구장은 경기 후반 빈자리가 여기저기 눈에 띌 정도였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야구 대표팀은 독보적인 전력을 갖출 수밖에 없었다. 규정상 대학 선수들이 일부 차출되기는 했지만 프로 1군, 그것도 올스타급의 선수들이 대거 선발돼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와 달리 일본은 사회인 야구 선수들을 대표팀으로 내보냈다. 물론 일본의 사회인 야구는 동네 야구가 아닌 실업 리그 수준으로 봐야 하지만 한국과 전력을 비교했을 때 크게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나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다퉜던 대만마저 세대교체를 이유로 젊은 선수들 위주로 나서는 형편이다. 게다가 한국과 마찬가지로 병역혜택이 주어졌던 대만은 앞으로 모병제로 전환하게 됨에 따라 선수들의 출전 의지가 상당 부분 퇴색된 모습이다.
이외에 중국이 아시아 야구의 4강으로 평가받지만 아직까지 아마추어 수준이고, 이번에 몽골, 홍콩, 태국 등은 말 그대로 참가에 의미를 두고 있다. 금메달은 떼놓은 당상이라는 말이 무리가 아닌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엔트리 구성에서부터 말이 많았던 이번 대표팀이다. 아무래도 금메달 획득 시,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프로 9개 구단의 형평성을 고려해 선수를 선발했다는 인상이 짙다. 여기에는 과연 대표팀에 어울릴 기량인가란 의문점이 드는 선수도 일부 있다. 그러면서 무임승차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또한 선수들도 국가대표란 자부심보다는 오로지 ‘병역 혜택’을 뛰는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다. 실제로 야구 대표팀은 바로 한 해 전이었던 2013 WBC 본선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흑역사를 지니고 있다. 일명 ‘타이중 참사’다.
당시 대표팀은 어이없는 실책으로 점수를 헌납하는가 하면 마운드에서도, 타석에서도 투지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몸을 사리는 듯한 플레이가 이어져 야구팬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WBC는 우승을 해도 병역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1년 만에 대표팀의 경기력은 달라졌다. 무엇보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눈빛부터가 상당히 진지해진 모습이다. 아시안게임은 금메달에게만 병역혜택이 주어져 결승까지 방심할 수 없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타 종목 대부분의 선수들은 지난 4년간 이번 대회만을 위해 달려온 선수들이다. 일부 유명 선수들은 이미 병역혜택을 받았음에도 대표팀 선발에 그야말로 죽을힘을 다했다. 또한 비인기 종목 선수들은 남모를 고통과 눈물을 훔치며 여기까지 왔다. 그만큼 태극마크의 무게와 자부심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야구 대표팀은 매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고액 연봉을 받는 프로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절박함 면에서 타 종목 선수들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과연 병역혜택이 없어도 태극마크를 기꺼이 받아들 선수들이 얼마나 있었을지 대표팀의 연이은 승전보가 불편해지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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