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연 강경파, 세월호법 끝내자 박영선 흔들기 또?
전수조사 문항 중 '세월호 특별법 수습 후 사퇴' 문구 논란 여지 남겨
조속 사퇴 촉구하던 강경파, 합의안 반대파 중심으로 퇴진운동 재개 가능성도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의 원내대표직 유지 조건이었던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지난달 30일 성공적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박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박 원내대표 퇴진운동을 주도했던 당내 강경파 의원들의 움직임에 당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새정치연합 원내지도부는 박 원내대표가 탈당을 시사하고 자취를 감췄던 지난 16일 박 원내대표의 거취와 관련해 당내 의원들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벌였다. 당시 박 위원장은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에 대한 비상대책위원장 영입을 둘러싸고 빗발치던 퇴진 요구에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칩거 중이었다.
원내지도부가 실시했던 전수조사 문항은 ‘비대위원장직은 당이 총의를 모아 추천하면 박 위원장이 임명하고, 그 비대위원장이 비대위원을 구성한다’, ‘원내대표직은 세월호 특별법 해결과 관련해 마지막 수습 노력을 한 뒤 그 결과와 관계없이 사퇴한다 등 두 가지였다. 조사는 개별 전화통화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비대위원장 임명 방식, 박 원내대표의 사퇴 시기 등과 관련해서는 의견이 갈렸으나 박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데에는 대다수의 의원들이 공감했다. 이에 따라 박 원내대표도 칩거를 마치고 당무에 복귀해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 마지막 혼신의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박 원내대표가 명시적으로 사퇴를 언급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내지도부의 전수조사 문항으로 인해 세월호 특별법 합의 후 원내대표직 사퇴가 기정사실화 됐다는 점이다.
실제 유승희 의원을 비롯한 당내 강경파 의원 19명은 박 원내대표가 당무에 복귀했던 17일 오전 긴급회동을 갖고 당 원내지도부의 비대위원장 조기 분리 선출과 원내대표직 조기사퇴 제안을 수용한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 후 사퇴라는 문구가 강경파의 조기사퇴 요구의 명분이 됐던 것이다.
당시 강경파의 요구는 박 원내대표의 무조건적인 원내대표직 사퇴였다. 비대위원장 파동과 별개로, 두 차례에 걸친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 실패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이들의 입장은 현재까지도 번복되지 않은 만큼, 언제든 박 원내대표 퇴진운동이 재개될 불씨가 남아있다.
여기에 세월호 특별법이 합의된 지난달 30일 당 지도부의 원내 복귀 방침에도 불구하고,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들 중 3분의 1 가량은 끝내 등원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장외투쟁을 요구하는 의원들과 3차 특별법 합의안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다른 형태의 원내대표 퇴진운동이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까지 추가 협상 필요…당분간 원내대표직 유지할 듯
다만, 당 중진들을 중심으로 박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유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박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직을 유지하면서 대여(對與)협상을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초 박 원내대표의 원내대표직 사퇴에 반대했던 박지원 비대위원은 1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박 원내대표 본인이 세월호 문제가 일단락되면 물러가겠다, 이런 (약속을) 의원들에게 했다”며 “그렇지만 이렇게 원만히 해결됐고, 또 10월 말까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모든 것이 마쳐져야 된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그렇기 때문에 어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내게 와서 ‘10월 말까지 이 모든 합의가 지켜지고, 법을 제정하고, 일을 하려면 박 원내대표와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더라”며 “물론 내게만 말한 것은 아니고 새정치연합 비대위원들에게 일일이 다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박 위원은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가 자기의 위치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그리고 앞으로 우리 당 의원들이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조금 주시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결국은 우리 당의 의원들의 공감대를 보고 박 원내대표가 결정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면서 원내대표직 유지 여부를 박 원내대표의 결단에 맡겼다.
다만 현 상황으로서는 박 원내대표가 스스로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 세월호 특별법이 큰 틀에서는 합의됐다고 하나 특별법상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범위 설정,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배·보상 방안 논의 등 법안 제정까지 협상을 통해 마무리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기국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에서 야당의 원내사령탑이 사퇴하면 국정감사와 2015년도 예산안 심의, 민생법안 처리 등 원내 일정에도 차질이 생긴다. 원내대표 선거에 통상 3~4주 가량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박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을 경우 국회는 또 다시 공전 상태가 된다.
이 같은 점들을 감안하면 혹여 박 원내대표가 용퇴를 결단한다더라도, 그 시기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 이후, 혹은 예산안 의결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에도 의원총회의 결정에 따라 박 원내대표가 내년 원내대표 선거 때까지 남은 임기를 채울 가능성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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