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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법, 여당은 명분을 얻고 야당은 실리를 얻었다


입력 2014.10.03 10:19 수정 2014.10.03 10:22        김지영 기자

논란 본질은 처음부터 유족의 사법처리 과정 개입문제와 조사기관 의결정족수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비롯한 양당 원내대표단이 30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정부조직법과 유병언법 등이 포함된 세월호특별법 합의 사항을 발표한뒤 손을 잡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달 30일 세월호 특별법이 2개월 가까이 진통을 거듭한 끝에 합의됐다. 앞선 두 차례의 합의를 뒤집었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이번 합의안을 의원총회에서 박수로 추인했다. 새누리당은 처음부터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한 협상 전권을 이완구 원내대표에게 위임했기에, 별도의 추인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이번 합의문의 핵심은 지난달 19일 작성된 2차 합의문을 전제로 하되, 여야 합의로 4인의 특검 후보군을 추천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여야는 협상 과정에서 희생자 유가족들의 특검 추천권 행사를 원천 차단키로 합의했다. 특별법 제정까지는 갈 길이 멀었지만, 향후 협상의 근간이 될 큰 틀은 마련됐다.

결과적으로 이번 3차 합의를 통해 새누리당은 명분을, 새정치연합은 실리를 얻었다. 새누리당은 사법처리 과정에서 유가족들을 배제함으로써 사법체계의 근간을 유지한다는 원칙을 지켰고, 새정치연합은 특별법상 진상조사위원회와 특검추천위 내에서 의결정족수를 확보하면서 특검 후보군 추천권까지 얻었다.

새누리, 새정치련 입장 대부분 수용했지만 사법처리 과정에서 유가족 배제 관철

당초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최대 쟁점은 유가족들이 추천한 인사가 포함된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문제(1차)였다. 이후 협상 과정에서는 특검추천위원 여당 추천분을 유가족들에게 위임하는 문제(2차)로, 다시 특검 후보군 추천 과정에 유가족들이 직접 참여하는 문제(3차)로 쟁점이 옮겨졌다.

세 차례에 걸친 협상의 핵심은 세월호 참사 책임자에 대한 사법처리 과정에 유가족들의 참여를 어느 수준까지 보장하느냐였다. 표면적으로는 수사권과 기소권, 특검추천위원 추천권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이들 모두 본질적으로는 사법처리 과정에 유가족들의 개입을 허용하느냐의 문제였다.

그간 새누리당은 사법처리와 수사·기소기구 구성 과정에 있어서 유가족들의 관여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자력구제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자신의 이익이나 권리를 방어·확보·회복하기 위해 사력을 행사하는 자력구제는 근대 법치국가에서 원칙적으로 불허된다. 피해자가 경찰 등 국가기관을 통하지 않고 가해자를 직접 벌하는 경우가 자력구제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위법한 자력구제는 형법상 범죄, 민법상 손해배상 요건이 된다.

같은 맥락에서 새누리당은 피해자인 유가족들이 가해자를 직접 수사하고 기소할 수 없다는 입장을 한결같이 견지해왔다. 자력구제금지가 헌법상 원칙이 아니라는 반론을 감안하더라도, 객관적 증거가 아닌 유가족들의 주관적 감정과 이해관계 등에 치우쳐 수사권과 기소권이 남발될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밖에 3차 합의문에 포함된 특검 후보군 추천과 관련해서도 새누리당은 처음부터 수용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상설특검법상 특검 후보 추천권이 특검추천위에 있음에도 추천위가 대통령에 추천할 수 있는 후보군을 여야가 임의로 제한하는 것은 추천위의 기능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는 이유였다.

결국 새누리당은 세 차례에 걸친 합의에서 새정치연합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면서도, 사법체계의 근간을 유지한다는 기본 원칙은 지켰다.

새정치, 진상조사위·특검추천위 구성 과정에서 의결정족수 확보

이와 반대로 새정치연합은 단원고 유가족 대책위원회가 3차 합의안마저 거부하면서 재협상을 추진했던 명분을 잃었으나, 거대 여당을 상대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은 모두 얻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새정치연합은 진상조사위와 특검추천위 구성에서 의결정족수인 과반을 확보했다. 일반적인 특별위원회의 경우, 야당 몫인 비교섭단체 추천 1인을 포함해 여야 동수로 구성된다. 이 때문에 한쪽 진영에서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결을 반대하면 특위의 의사결정 기능은 마비될 수밖에 없다.

여야간 입장차로 증인 채택, 일정 합의 등이 지연돼 빈손으로 활동을 마친 대표적인 특위로는 민간인불법사찰 국정조사특위와 국가정보원 개혁특위, 최근 활동이 종료된 세월호 국정조사특위 등이 있다. 특히 세월호 국조특위의 경우, 여야 간사간 갈등 등으로 예정됐던 청문회도 열지 못한 채 활동이 종료됐다.

이 때문에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처음부터 협상의 초점을 진상조사위 의결정족수 확보에 맞췄다. 결국 새정치연합은 1차 합의에서 진상조사위 5·5·4·3 구성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5·5는 여야, 4는 대법원장과 대한변호사협회장(각 2명), 3은 유가족 대표단이 각각 추천하는 진상조사위원의 수를 의미한다.

대법원장과 변협회장이 추천하는 4명의 조사위원 중 야권 성향의 인사가 1명이라도 포함되면, 야권 조사위원이 9명 이상이 돼 새정치연합과 유가족 측이 조사위 의사결정 과정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

새정치연합은 또 2차 합의에서 여당 추천 특검추천위원 2명에 대한 사전 동의권을, 3차 합의에서 특검 후보군 추천권을 각각 가져왔다. 최종적으로 특검을 임명하는 것은 대통령이나, 여당이 추천하는 특검추천위원과 특검 후보군 전원이 야당의 동의를 요한다는 점에서 중립적 수사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설사 새정치연합 추천 인사가 특검으로 임명되지 못한다고 해도, 조사기구 의결정족수 확보 등은 과거의 특위·특검과 비교하면 전향적인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얻은 게 없는 단원고 유가족, 현재까지 '합의안 수용 불가' 고수

반면, 단원고 유가족 대책위의 요구사항들은 여야 합의문에서 대부분 제외됐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더불어 유가족 측이 강력히 요구했던 것은 진상규명 과정에 자신들이 직접 참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가족들의 사법처리 과정 참여는 새누리당이 원천적으로 반대했던 안으로, 처음부터 합의가 불가능했다.

이 과정에서 빚어진 유가족 측의 결정적인 실수는 자신들이 직접 특별법 협상에 참여하려고 했던 것이다. 유가족 측이 자신들과 합의된 안에 대해서만 새정치연합의 협상권을 인정하는 상황에서 효과적인 여야 협상은 어려웠다. 또 합의가 이뤄진 뒤에는 합의 내용을 거부하며 새누리당과 직접 협상을 시도했다.

새정치연합은 거부될 것이 빤한 유가족 측의 요구를 협상장에서 내세울 수도, 유가족들의 요구를 거부할 수도 없는 난감한 처지가 반복됐다. 결국 새정치연합의 선택지는 협상장에서 내세울 안과 관련해 유가족들과 사전 교감을 나누고, 협상장에서는 관철 가능한 합리적 안을 제시하는 것밖에 없었다.

이와 관련, 단원고 유가족 측은 지난달 30일 저녁 기자회견을 열어 3차 합의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1일 단원고 유가족 대책위 사무실을 찾아 유가족 대표단과 면담을 가졌으나, 현재까지 단원고 유가족들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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