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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결국 당 창건일도 행불...‘최고위 3인방’ 재의혹


입력 2014.10.10 18:03 수정 2014.10.10 20:15        김소정 기자

10일 노동당 창건일 북한 그 어디서도 모습 찾아볼 수 없어

북한 김정은은 결국 10일 노동당 창건일에 모습을 보이지 않앗다. 사진은 지난 해 노동당 창건일 금수산태양궁전에 참배할 때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0일 노동당 창건기념일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그의 건강 이상설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정은은 이날까지 37일째 행방이 묘연한 상태이며, 이 기간동안 북한은 유난히 많은 국제뉴스를 장식한 것도 사실이다.

북한은 15년만에 외무상을 유엔총회에 참석시켜 외교전을 펼쳤다. 인천아시안게임에 응원단 불참을 결정하고 대남 비방을 이어가던 북한은 폐막식 날 최고위층 3인을 내려보내는 빅 이벤트도 연출했다. 그런 한편 유엔에서는 김정은 등 북한 내 반인권 행위자를 국제형사재판에 회부하는 것이 추진되고 있으며, 북한은 이례적으로 유엔 인권발표회를 열면서 맞대응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김정은의 잠적과 연관 지어지면서 많은 가설을 낳고 있다. 또한 이르면 10월 말로 예정된 남북 2차 고위급 접촉에 변수가 생길 가능성마저 타진되는 상황이다.
2011년 12월 김정일이 사망한 이후 정권을 넘겨받은 김정은은 중요한 기념일마다 간부들을 대동하고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현지지도에 나서면서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심는데 주력해왔다.

그러던 그가 북한 매체에 양쪽 다리를 차례로 절룩거리는 모습으로 비치다가 한달 넘게 종적을 감추고 있다. 처음 김정은이 잠적한지 26일째 되던 날 최고인민회의에 불참하면서 조선중앙TV도 “불편한 몸인데도 불구하고...”라는 보도를 내보내 김정은의 건강 이상을 확인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내외신이 모두 김정은의 병명과 관련해 통풍설, 발목 수술설에 하지골절 가능성 등을 언급하면서 증폭된 관심을 보여왔다.

김정은의 와병설로 국제사회의 이목을 모으던 북한은 지난 4일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군복을 입은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김양건 당 비서를 전격 방남시켰다. 남한이 제기한 2차 고위급 접촉에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은 채 비방을 일삼던 와중이어서 북한 최고위층 3인방의 방남은 특히 많은 정치적 해석을 낳았다.

지난 2000년 조명록 총정치국장이 군복을 입고 클린턴 대통령을 만난 뒤 북미 외무장관회담으로 이어지고,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성사 직전까지 갔던 일을 떠올리며 황병서의 방남에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전망도 쏟아졌다.

하지만 북측 3인방은 우리측의 청와대 방문 제안을 거절하고 오는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 2차 남북 고위급접촉만을 제안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김정은만 빼고 최고위층이 다 내려온 만큼 앞으로 남북 정상회담만 남았다”는 해석이 나왔다. 동시에 다른 일각에서는 “유례가 없던 최고위층 3명의 방남인데도 이들이 인천에서만 머물다 떠난 만큼 방남 목적이 북한 내부의 복잡한 사정을 가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지난 4일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국한 북측 대표단의 이른바 '최고위 3인방'. 왼쪽부터 김양건 노동당 비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사진공동취재단

즉 “북한선수들이 아시안게임에서 선전한 사실을 빅뉴스로 확대시킨 의도가 실은 북한 내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현재 권력구도에 문제가 생기고 이로 인한 혼란이 커서 내부결속을 다질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북한에서 중시하는 당 창건기념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마저 거르자 그의 건강 이상설은 재점화됐다. 특히 이날 오전까지 북한 매체에서는 간부들의 참배 소식마저 보도되지 않아 더욱 눈길을 모았다. 통상 자정에 참배가 이뤄지면 같은 날 새벽4시에 보도를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정오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을 제외하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내각총리,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등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소식을 전했다.

이로써 현재 김정은의 건강에는 일단 문제가 있어보인다. 다만 김정은의 와병설이 있는 상황에서 최고위층 3인의 방남 이벤트가 벌어지면서 “그만큼 김정은 정권이 안정적이다”라는 의견과 “김정은의 유고와 권력투쟁을 가리려는 장막”이라는 견해가 동시에 있다.

조영기 고려대학교 교수는 “당 창건일에 김정은이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거른 것은 간단하게 볼 문제는 아니다”라며 “김정은의 장기 은둔과 최고위 3인방의 방남은 그동안 많은 사회주의 국가들이 권력투쟁과 관련한 사건을 가리기 위해 장막을 치는 수법과 비슷한 행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김정은이 핵심 간부들을 자신의 측근으로 교체해 체제 안정성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의 공개활동 중단이 장기화될수록 김정은의 통제력 이완과 간부들의 면종복배(面從腹背)하는 현상이 확대되는 것은 불가피해보인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조만간 북한이 제시한 2차 고위급접촉에 대한 우리측의 날짜 조율이 있을 예정이다.

오는 13일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의 2차 회의가 예고됐다. 이 회의에서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날 남북이 합의한 2차 고위급접촉 등에 대해 중점 논의될 전망이다. 2차 고위급접촉에서는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관광 재개, 대북 전단 살포 등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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