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깜짝 선발 신정락이 마구에 가까운 현란한 무브먼트로 자신의 야구 인생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
LG는 2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세븐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넥센과의 원정 2차전에서 8회 대거 6득점하며 9-2 승리했다.
이로써 1차전 패배 후 반격에 성공한 LG는 하루 쉰 뒤 안방인 잠실 구장에서 3차전을 맞게 된다. 반면, 20승 투수인 에이스 벤헤켄을 내고도 경기에서 패한 넥센은 약점인 토종 선발 투수가 등판을 앞두고 있어 부담이 커졌다.
LG 승리 요인은 역시나 데일리 MVP로 선정된 선발 신정락의 호투 덕분이었다. 이날 신정락은 7이닝 동안 96개의 공을 던지며 넥센의 강타선을 단 2안타 1실점으로 꽁꽁 묶었다.
특히 매 이닝 펼쳐진 삼진쇼가 압권이었다. 신정락은 10개의 삼진을 뽑아냈는데 넥센 타선의 선봉장 서건창에게 삼진 1개를 뽑아낸데 이어 유한준-박병호-강정호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에만 무려 6개의 삼진을 기록했다.
지난 2010년 전체 1순위로 LG에 입단한 5년차 투수 신정락은 미래가 창창하지만 지금까지의 커리어만 놓고 봤을 때 이날 경기는 그야말로 ‘인생 투구’였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5km로 그리 빠르지 않았지만 칼날과 같은 제구와 현란한 움직임을 선보인 커브와 포크볼 등의 변화구를 앞세워 리그 최강 타선이라 불리는 넥센을 완벽하게 잠재웠다. 특히 투수 맞대결을 펼친 상대가 20승 투수인 벤헤켄이란 점까지 감안하면 신정락의 투구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신정락이 기대 이상의 호투쇼를 펼침에 따라 답답했던 LG 마운드 운용에도 숨통이 트였다. 앞서 양상문 감독은 “신정락 외에 2차전 선발로 나설 투수가 없다”고 하소연한 바 있다. 그만큼 현재 LG의 마운드 상황은 좋지 못하다. 불펜 역시 1차전서 4명을 소모하는 바람에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컸던 게 사실이다. 신정락이 LG의 수호천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새로운 가을 영웅의 등장에 LG 팬들은 신바람이 났다. 특히 LG는 과거에도 포스트시즌만 되면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소위 ‘미친 선수’가 꼭 등장했기 때문이다.
LG는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지난 1994년, 현대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서 가을 영웅을 맞아들였다. 바로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 김선진(현 LG 2군 타격코치)이었다. 김선진은 연장 11회말 대타로 등장해 김홍집의 초구에 그대로 방망이를 돌렸고, 좌측 담장에 타구를 꽂아 넣으며 경기를 끝냈다.
특히 김선진은 5년간 대타요원에 불과했던 무명이었기에 감동이 배가됐다. 당시 김선진의 끝내기 홈런은 2002년 마해영의 우승을 결정짓는 홈런이 나오기 까지 프로야구 최고의 홈런으로 기억됐다.
야신 체제 하에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2002년에도 가을 영웅이 등장했다. 바로 ‘캐넌 히터’ 김재현과 ‘야생마’ 이상훈이었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김재현은 선수로서 사형 선고와도 같은 고관절 부상 판정을 받아 제대로 뛸 수조차 없는 몸이었다.
그러나 김재현은 교체를 거부할 정도로 투혼을 불태웠고, 그가 선보였던 한국시리즈에서의 투혼은 LG 팬들에게 최고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는 한국시리즈 6차전에 대타로 출전, 5-5 동점이던 6회초 1사 1,2루 상황서 2루타성 타구를 날리고도 1루 밖에 밟지 못했다. 절뚝거린 발로는 달리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LG 역사상 최고의 에이스로 기억되는 이상훈도 마찬가지다. 준플레이오프서부터 마운드를 책임졌던 이상훈은 더 이상 마운드에 오르면 안 될 정도로 몸이 만신창이였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6차전서 등판을 자처했고, 9회말 이승엽에게 거짓말 같은 동점 3점 홈런을 맞고 말았다. 홈런 타구를 바라본 뒤 고개를 떨군 그에게 쏟아진 것은 비난이 아닌 감동의 박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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