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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선발권 포기도 모자라 이젠 9시 등교까지 강요


입력 2014.11.04 10:34 수정 2014.11.04 10:58        하윤아 기자

조희연, 자사고 학생선발권 박탈에 등교시간까지 통제

"친환경급식과 등교시간 간섭은 학교장 자율권 침해"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취소 명단 최종 발표를 앞둔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서울시자율형사립고교장연합회 소속 교장들과 학부모들이 자사고 지정취소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교장들은 “자의적인 재평가에 의한 자사고 지정취소는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으로 위법적인 행동이므로 법적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학교장 자율권 침해가 정도를 지나치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게 일고 있다.

조 교육감은 3일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갖고 “2015학년도부터 서울교육청 관내 모든 초·중·고등학교의 등교시간을 학교 현장 구성원들의 충분한 토론을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9시로 늦출 수 있도록 대토론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학생들의 건강한 생활습관 형성에 기여하고 청소년기의 신체적 특성에 맞는 적절한 수면과 휴식으로 학습의 효율성이 높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교육청 측은 단위 학교별 대토론을 이달부터 12월까지 진행하고 문제점 파악과 대책 마련 과정을 거쳐 오는 12월 30일 9시 등교 기본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후 2015년 1월 8일에는 9시 등교 시행 계획을 관할 학교에 안내하고, 2월 중으로 학교별 계획을 수립해 3월에 시행토록 할 방침이다.

이밖에 교육청은 9시 등교 전 학원 수업 개설을 금지하기 위한 관련 조례 제정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 교육감은 이날 회견에서 이 같은 교육청의 방침을 전하며 “(9시 등교) 결정은 자율이지만 토론은 강제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9시 등교 추진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표했다.

그러나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9조는 수업 시작 시간과 끝 시간을 학교장이 정하도록 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개별 학교장 재량에 따르고 있는 학생 등교 시간까지 교육청에서 세세하게 규정하는 것은 지나친 자율권 침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아울러 먼저 9시 등교를 시행한 경기도와 같이 형식적인 의견수렴 절차만을 거친 채 강압적으로 9시 등교를 강행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2학기부터 9시 등교를 시행했으나, 맞벌이 부부의 출퇴근 문제 등 부작용이 제기돼 찬반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뿐만 아니다. 조 교육감은 지난 31일 자사고 지정취소 최종 결과를 밝히며 “자사고 평가에서 기준 점수에 미달된 8개교 중 6개교에 대한 지정 취소를 확정했고, 2개교에 대해서는 확고한 개선 노력 의지를 확인 후 지정 취소를 2년간 유예했다”고 말했다.

2년간 지정 취소가 유예된 숭문고와 신일고는 사전 교육청 측과의 접촉을 통해 ‘학생선발권’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이번 지정취소 여부의 초점이 교장 자율 권한인 ‘학생선발권’ 박탈에 맞춰졌다는 이야기다.

이에 이번 지정취소 통보를 받은 6개 자사고 교장들은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학생선발권과 자사고 재지정을 연계해 자율성이 침해됐다”고 주장, 지정취소가 부당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 산하의 친환경유통센터가 특정 식자재 납품 업체를 지정하고 이들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리베이트’ 의혹이 제기돼 관련자들이 현재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농수산식품공사와 학교급식 식재료 공급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실시하려다가 이 일정을 미뤄놓은 상태다.

조 교육감이 이번 MOU 체결을 통해 센터를 활성화, 무상급식 확대라는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 식자재 선정에 대한 학교장의 재량권에도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미로 읽혀지고 있다. 곽노현 교육감 당시에도 각 학교에 친환경유통센터를 이용하라는 권고 공문을 내린 바 있다.

이와 관련, 최명복 전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은 3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친환경 무상급식과 등교 시간 문제는 교육감이 교장의 자율권을 빼앗아오는 것이기 때문에 교권 침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교육감의 권한이 따로 있고 교장의 권한이 따로 있다”며 “교장에게 자율권을 주고, 교육감은 교장의 학교 운영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지금은 무조건 진보교육감이 가는대로 따라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전 의원은 특히 친환경 무상급식의 경우 “친환경유통센터의 부패고리에 대해 수사가 진행중”이라면서 “교장이 자율적으로 유통센터를 이용하지 않기로 결정하니 식자재가 더욱 좋아지고 값도 더 싸게 먹고 있다. 그런데 지금 (조 교육감은) 진보 교육감의 정책이라는 이유로 센터를 계속 살리려 교장의 납품업체 선정 자율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도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대한민국의 공립학교나 사립학교는 모두 교육청의 방침에 구속이 돼 있는 상황”이라며 “학생들을 어떻게 선발할지, 등교를 몇 시에 할지 등 기존에 학교장이 결정하던 부분에 대해 교육청의 입장을 받아들이게끔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이어 “교육청이 세세한 규정까지 내면서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학교장을 서서히 옥죄어가고 있는 듯하다”며 “학교마다의 다양한 특성을 인정하지 않고 교육청 관할 아래에 두려고 억누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교육은 다양성을 추구하고 수요자들의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교육청은 이러한 추세와는 완전히 반대로 작은 부분까지 통제하고 간섭하려고 하는 전체주의적인 행태로 가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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