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련 '독립적 선거구 확정위 신설' 실효성은...
전문가들 "단순히 획정위 소재를 바꾼다고 해서 근본적 문제 해결 안돼"
새정치연합이 선거구 재획정을 위한 ‘제3의 독립기구’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당 안팎에서 해당 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30일 헌법재판소가 현행 선거구별 인구편차인 3:1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새정치연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나 국회 산하가 아닌 제3의 선거구 획정위원회를 만들어 독립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국회나 선관위 산하에 둘 경우, 현역의원과 여야의 이해관계 및 선관위원들의 개인적인 입김이 작용해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선거구가 정해지는 일명 ‘게리맨더링’의 우려가 크다는 것이 새정치연합의 설명이다.
해당 작업을 주도하는 새정치연합 내 정치혁신실천위원회(위원장 원혜영 의원)는 △선거구 획정위를 독립적으로 설치·구성해 안을 만들고 △여야 공동으로 구성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심의·의결 없이 법률개정안 발의 요건만 충족킨 후 △곧바로 본회의에 가부(可否)여부만 결정토록 국회법 개정을 추진하자고 주장한다.
아울러 위원회의 소재를 현재 국회 산하에서 선관위로 이전하자는 당내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위원회를 선관위 아래 둬도 독립적인 지위만 부여하면 된다는 것이다. 실제 박기춘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 2012년 선거구획정위를 선관위 산하에 두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근본적인 제도개선 없이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오히려 권력구조의 보완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도록 정치권의 활발한 참여가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10일 새정치연합 혁신위 주최로 열린 선거구 관련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서복경 서강대 교수는 “선거구 획정위원회의 소재가 어디든 획정위의 재량범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더불어 획정위 결정에 대한 여야 정당들의 임의적 수정을 제한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되는 것이 훨씬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에 따르면, 선거구 획정위의 소재보다는 권한과 업무의 제도화가 성공 여부를 가름한다. 즉 획정위가 △최종안에 대한 가부 결정권을 1회만 갖고 최종안의 법적 권한을 존중하며 △국회의원 임기 시작 1년 내 선거구 변동에 대한 안을 마련해 그 안을 유권자들에게 고시하는 내용이 명시돼야 한다.
지역구 문제가 걸린 만큼, 국회의 심의·의결 및 정치권의 합의 과정을 반드시 거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울러 혼합형 비례대표의석 증석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또한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독립적 상설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구성한 뒤 선거구 획정을 완료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인정하면서도 “인구격차 2대1에 맞게 해당 선거구만 재획정하는 것은 거꾸로 최악의 시나리오가 된다. 정치권의 적극적인 합의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지역구 의원 정수는 246명으로 놓고 비례대표 정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형철 성공회대 교수도 “의석수를 300석으로 유지한 채 혼합명부식 비례대표제로 변화하려면 지역구 의석을 줄여야 하는데, 지역적 기반을 갖고있는 기득권 의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돼 사실상 현실성이 너무 낮다”며 “정치권, 학계, 시민사회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의원정수 확대와 혼합형 비례대표제의 당위성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역시 새정치연합과 이견을 보이고 있어 추진 가능성이 순탄치만은 않다. 앞서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새누리당 보수혁신위는 선거구 획정을 국회가 아닌 선관위에 맡기는 방안을 확정했지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혁신위에서 나오는 모든 것은 안일 뿐, 결정이 될 수는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한편 선거구 획정위원회의 독립화 가능성 자체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조정 대상인 선거구에 김 대표를 비롯해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김재원 원내수석 부대표, 이해찬·김춘진·이윤석·박주선 새정치연합 의원 등 중진급 등 여야 지도부 또는 거물급 중진들이 포함돼 있어 큰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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